돈의 인문학, 브랜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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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찬호  고유주소 시즌2 / Vol.22(상) 브랜드 인문학 (2011년 11월 발행)

빈 강의실에서 김찬호 교수와 인터뷰를 한 뒤, 회사로 돌아와 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 다섯 군데나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인터뷰에 얼마나 몰두해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기에게 물림을 당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와의 인터뷰가 흥미진진했던 것은 그 시작이 바로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에 낸 저서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돈의 인문학》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처럼 돈을 버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 책에선 이렇게 말한다. “인문학은 삶의 부유함과 존귀함을 발견하는 공부다. 돈과 사람과의 관계를 되묻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가치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을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 말에 대한 대구를 이렇게 해보았다. “브랜드 인문학은 상품의 부유함과 존귀함을 발견하는 공부다. 상품과 사람과의 관계를 되묻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가치의 근원, 즉 브랜드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것이 유니타스브랜드가 이번 특집을 통해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다. 인간은 원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원본’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는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복사본’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은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도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이 아닐까. 결국 가장 자기다움을 만드는 것이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세우는 것이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후, 인터뷰를 녹음해 둔 보이스 레코더의 플레이어 버튼을 다시 눌러보았다. 분명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의 주장은 매우 강렬하고 선동적이었다. 다시 한번 김 교수의 책에서 그가 외쳤던 말을 소개하고 싶다. “천박함과 난폭함으로 치닫는 세계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항체를 갖고 싶다. 생애의 드넓은 기쁨을 누리는 시공간을 만나고 싶다.”

돈의 인문학
Q
교수님께서 쓰신 《돈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보면 쇼펜하우어의 명언이 등장합니다.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안다. 그러나 어느 것의 가치는 모른다.” 가치보다는 가격이 더 우위에 있는 오늘날의 사회를 너무나 잘 대변해주는 말인 듯합니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두 중의 하나가 ‘가치가 돈을 이길 수 있을까?’입니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브랜드가 태어납니다. 그러나 대부분 자본 앞에서 무너지고 말죠. 이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만약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있다면 그것은 자본을 뛰어넘어 브랜드로서 영속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저희의 질문이었죠.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것은 그저 이상에 불과한 걸까요?

 

A
유니타스브랜드의 화두에 매우 동감합니다. 사실, 《돈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제가 하고자 했던 말도 그러한 맥락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사회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 된 게 사실이라 할 지라도 우리가 그 돈으로 인해서 놓쳐버린 가치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커피숍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그저 일의 시급이 얼마인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난 주어진 시간을 정확하게 채우고 시급만 제대로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더군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 가게에서 일할 경우는 절대 그 가게에는 문화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 없죠.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단 시급 몇천 원이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친구를 사귈 수도 있잖아요. 이것이 바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얻는 부가가치입니다. 이런 것은 절대 돈으로 그 값을 매길 수가 없죠.

그래서 제가 항상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첫 강의를 할 때 시간당 12만 원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강의가 12만 원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 강의를 듣고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강의는 몇억 원으로도 매길 수 없는 강의다.” 칸트는 “*타인을 목적으로 대하라. 타인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나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에요.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대해야 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수단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삶이 수단이 되어버리고 있어요. 공부는 점수 따는 수단이 돼버렸고, 일은 돈 버는 수단이 돼버렸고. 심지어는 연애도 쾌락을 위한 수단이 돼버렸죠. 그러다 보니 가게 하나를 하더라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를 고민하는 행위가 회복되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Q
그렇습니다. 브랜드에게도 있어서도 이 명제는 성립되거든요. 수많은 기업에서 과거에는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운영해나갔지만, 이제는 자본이 아무리 많아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타적 브랜드’라고 하는, 원래 기업의 목적인 이윤추구가 아니라 태생부터 사회기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화폐가 가치를 앞서게 된 문화적 배경이 있을까요?

 

A
저의 다음 연구 주제가 ‘모멸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모멸감을 무척이나 많이 느끼며, 또한 이것을 참기 어려워합니다. 우리가 흔히 잘 쓰는 말이 있죠? ‘니가 뭔데?’ 이 말은 모멸감을 못 참아 내뱉은 말이죠. 한국인들의 속은 시쳇말로 뭔가 단단히 꼬여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사실, 우리나라만큼 *신분제도가 완벽하게 무너진 나라가 없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까지 유지되었던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구조가 일제 식민지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완벽하게 없어져버렸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신분제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왜? 서양의 경우 시민 혁명을 통해 이 신분제도를 무너뜨렸죠. 그러니까 시민들의 자발적인 각성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스럽게 그야말로 나라의 운명과 함께 신분제도의 종말을 맞이한 거잖아요. 그래서 신분 의식에 대해 스스로 자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귀(貴)’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귀’가 무엇이냐면, 내면의 가치입니다. 존귀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 혹은 내가 가진 것, 혹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귀하다’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귀’입니다. 하지만 이 ‘귀’가 제대로 대접받았던 적이 없었어요.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였나요? *입신양명(立身揚名)이었죠. 이러한 신분제도의 뿌리들이 제대로 뽑히지 못한 채 시대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여기까지 오다 보니, 가치의 귀함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옛날에 위, 아래 그러니까 상전, 상놈 이렇게 나뉘던 신분제도가 오늘날은 아파트 평수, 학력이나 외모 등으로 그 모습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듯 가치를 매기는 것을 학습할 기회가 없다보니 모멸감이 생긴 겁니다. 모멸감이란 마땅히 누려야 되는 것을 못 누렸기 때문에 비롯된 거거든요. 이 모멸감은 악순환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신이 모멸을 당했다고 느끼면 상대방에게 또 다시 모멸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가치보다는 나의 신분을 드러내는데 치중하는 사회가 지속되는 한 모멸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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