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다중 지능 이론’ 창시자며 하버드 대학원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와 휴먼브랜드에 관해 인터뷰했다.

The interview with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er)

 

 

유니타스브랜드(이하 ‘유’) : ‘인간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하워드 가드너(이하 ‘하’) : 새롭고 재미있는 개념이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개성이 넘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십 년 동안 패션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명사들이 브랜드가 되는 경우를 보았다. 그래서 80~90년 전의 인물인 샤넬(Chanel)과 *올레그 카시니, 요즘에는 마이클 조던 같은 농구선수나 마돈나 같은 유명인사들이 그 분야에서 고유한 브랜드가 되었다. 이러한 유추는 다른 영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프랭크 게리는 굉장히 뛰어난 건축가다. 그에 대해서만 다루는 학교와 학문적 접근법이 있을 정도다. *촘스키도 하나의 브랜드다. 유엔총회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촘스키의 책을 들어 보이며 연설했을 때 ‘촘스키’, 그리고 ‘촘스키의 사상’을 하나의 매개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니 촘스키는 확실한 브랜드라고 본다.

 

유 : 우리는 휴먼브랜드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능력(타고난 자질), 태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열정, 성실성 등), 사고방식(긍정적 사고방식,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의 세 가지 조건을 꼽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 : 분명 어느 정도의 ‘자질이나 능력’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도 그녀만의 특별한 자질을 가졌기에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태도’가 열정이나 성실성을 의미한다면 그 요소도 꼭 필요한 요소다. 강하고 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고방식’ 또한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 용어가 어떠한 문제에 접근하거나 대처하는 방식, 혹은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브랜드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면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TV 프로그램의 명사이자 재계의 거물인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그만의 특별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굉장히 도덕적이거나 모범을 보일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마피아 같은 불량배나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스탈린(Stalin), 마오쩌뚱(Mao Zedong)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들의 태도가 강력해서 브랜드가 된 것이지, 사고의 긍정성 때문은 아니다.
 
물론 어떤 브랜드가 되는가에는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스탈린이란 이름의 브랜드로 상품을 팔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탈리니스크(Stalinesque, 스탈린 사상의) 건축물’이란 용어도 있고, ‘마오이스트(Maoist, 마오쩌뚱 사상의) 예술품 혹은 국가관’이란 표현으로 어떠한 개념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을 보면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휴먼브랜드의 정의에 있어서 ‘자질’과 ‘태도’가 ‘사고방식’과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고방식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립적이든 브랜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er)
유니타스브랜드 Vol.5 p46, Vol.7 p42 참고

 

* 올레그 카시니(Oleg Cassini)
프랑스 태생의 미국 패션 디자이너다. 파라마운트사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의 옷을 만들다 1961년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공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백악관에서 300벌이 넘는 의상을 제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캐나다 태생의 미국 건축가다. 자유롭고 파격적이며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건축 스타일을 구축했다. 파리의 아메리칸센터, 스위스 바젤의 비트라 가구박물관, 산타모니카미술관 등이 주요 작품이다

 

* 촘스키(Noam Chomsky)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며, 비판적 지식인이다. 현대 언어학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론은 ‘촘스키 혁명’ 혹은 ‘언어학 혁명’이라 불리며 인지과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 우고 차베스(Hugo Chavez)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1999년 61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3선에 성공하며 대통령직을 이어 가고 있다. 중남미에서 약진하는 반미 좌파 정권의 대표 주자로, 2002년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투자가로 평가받으며 미국에서 가장 비싼 건물과 지역을 개발하는 억만장자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호텔, 카지노, 골프장, 연예 매니지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어프렌티스Apprentice’의 진행을 맡아 유명세를 떨쳤다.

 

 

유 : 우리가 제시한 휴먼브랜드의 세 가지 조건(능력, 태도, 사고방식) 외에 추가하고 싶은 요소가 있는가?
하 : 만약 ‘브랜드’라는 단어를 단지 유명하다고 해서 붙일 수 있다면, ‘브랜드’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조지 부시(George Bush)는 브랜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그 자신만의 영역에서 차별적인 생각과 행동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 생각과 행동은 ‘조화(ensemble)’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그 조화를 갖추고 있기에 보증된 브랜드다. 따라서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와 행동의 조화’가 더 추가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유 :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자질)이 미비하더라도 휴먼브랜드가 될 수 있는 후천적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 : 특출난 자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브랜드가 될 수는 있다. 다만 그 사람은 자신을 더욱 훈련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잘 해석해서 보여 주어야 한다. 미국의 두 가지 영화를 생각해 보자.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나 *챈시 가드너도 브랜드가 되었다. 그것이 그 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특별함 없음’ 혹은 ‘우매함’이 그들에겐 특별함이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해진 것’으로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브랜드들은 한계가 있다. 즉, 내세울 만한 특별한 가치가 아무것도 없다면 그 브랜드는 단명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브랜드들은 15분이 아니라, 15년 후에도 잘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는 1,500년이 될 수도 있다. 칭기스 칸(Genghis Khan), 마르코 폴로(Marco Pol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그리고 공자(Confucius)는 수천 년이 지나도 브랜드로 기억될 것이다.

 

 

* 챈시 가드너(Chauncey Gardner)
저지 코진스키(Jerzy Kosinski)가 쓴 《챈스 가드너, 그곳에 가다BeingThere》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미국 매스컴의 막강한 위력과 시청자들의 우매함을 풍자했다.

 

 

유 : 휴먼브랜드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 : 휴먼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만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때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단지 브랜드가 되기 위한 노력은 완벽한 실패를 야기할 수도 있다. 심지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브랜드가 될지도 모른다.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가 좋은 사례다.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유명해지길 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불명예스럽게 유명해졌다. 브랜드가 되려는 욕망은 떨치기 쉬운 것이 아니다.

 

유 : 사람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개발 과정)을 기울여야 하는가?

하 :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기업에서 일한다면 사람을 채용해서 그들에게 아주 어렵고 힘든 업무를 맡기겠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얼마나 빨리 필요한 기술을 알아차리고 올바른 대답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휴먼브랜드가 되기 위해 탁월한 ‘능력’ ‘태도’, 그리고 ‘사고방식’은 자랑할 것도 못 되는 기본 속성이다.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흥분 속성으로 “휴먼브랜드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차별적인 생각과 행동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 생각과 행동은 ‘조화(ensemble)’를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휴먼브랜드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능력’은 브랜드의 품질, ‘태도’는 브랜드의 정신 그리고 ‘사고방식’은 소비자 중심적인 브랜드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조화’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과 브랜드의 ‘일체감’을 말한다. 한마디로 사람과 상품의 브랜딩 방법이 ‘똑같다’는 것이다. 하워드 가드너의 말을 빌려서 브랜딩을 해석한다면 ‘최고의 브랜딩은 만든 사람의 철학이 제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보여 주는 완벽한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너 자신이 브랜드가 되라》의 저자 *칼 스피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칼 스피크(Karl Speak)
유니타스브랜드 Vol.4 p94 참고

 

 

“휴먼브랜드를 말하기 전에 실질적인 의미의 ‘브랜드’를 정의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브랜드라는 것은 다른 존재(entity)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조해 내는 존재의 고유한 품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그 창조된 가치는 하나의 관계를 성립시키기에 브랜드는 ‘차별화된 가치들의 총아로 이루어진 의미 있는 관계’라고 정의된다. 사람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품질을 사용한다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라는 개념은 양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발전시키는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틀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할 경우 ‘인간도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는가?’ 혹은 상대방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브랜드 구축에 실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합당하다. 휴먼브랜드와 상품 브랜드의 공통점을 살펴 본다면, 브랜드를 ‘관계 관리를 위한 하나의 틀’로 볼 때, 그 개념은 사람과 상품 모두에 광의적 적용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더 나은 관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그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혹은, 타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특별한 자질을 갖춘 사람으로 차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함이다. 상품 브랜드에서 관계의 중요성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소비자, 공급자, 그리고 직원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타인들이 우리에게 갖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브랜드화되어 있다.

 

 

《독수리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의 저자며 동기부여와 자기 개발 분야의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넬리도 휴먼브랜드와 브랜드에 대해 더 실용적인 관점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브랜드가 ‘타인들이 우리에게 갖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브랜드화되어 있다. 다른 말로 개인 브랜드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휴먼브랜드가 필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인식되는가가 우리 주변의 관계와 직업적 기회, 그리고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휴먼브랜드는 항상 요구된다. 사람들이 항상 파트너로서, 친구로서 상담을 받기 위해 혹은 도움을 받기 위해 휴먼브랜드를 찾기 때문이다.

 

휴먼브랜드와 상품 브랜드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관계 구축’이란 측면을 들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재구매라는 것은 해당 브랜드가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야 가능한 일인데, 이러한 믿음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소비자와 기업 간에 관계가 생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람도 그들의 동료, 가족, 친구에게 지속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제공한다. 그 가치라 함은 그 사람의 자신감, 기술적 능력, 조언 능력, 전문성, 지지뿐만 아니라 단순한 보살핌까지도 포함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를 제공하는 바로 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길 원한다. 이것이 휴먼브랜드와 상품 브랜드의 공통점이다.”

 

 

* 데이비드 맥넬리(David McNally)
동기부여와 자기 개발 분야의 전문가이자 사업가다. 전미 베스트셀러 《독수리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Even Eagles Need a Push》와 그의 다른 저서들은 세계 유수 기업들의 사내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4 p94 참고

 

 

휴먼브랜드는 ‘위인’ 혹은 ‘유명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차원에서는 정의가 매우 협소하게 들리겠지만, 명확히 말하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적 가치를 지닌 사람’을 휴먼브랜드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 본다면 대부분 알고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라는 패션 브랜드에서 컴퓨터 보안 백신 프로그램 회사인 ‘안철수연구소’까지 다양하다. 먼저 사람의 개성(personality)과 상품(commodity)이 아이덴티티(identity)로 구축되어 브랜딩된 케이스를 살펴 보도록 하겠다.

 

 

휴먼브랜드는 ‘위인’ 혹은 ‘유명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차원에서는 정의가 매우 협소하게 들리겠지만,
명확히 말하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적 가치를 지닌 사람’을 휴먼브랜드라고 말하는 것이다.

 

 

휴먼브랜딩

필자가 있는 회사는 주택가와 근접해 있다. 상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3개월 동안 세 개의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 김밥으로 점심을 때워도 프라푸치노로 근사하게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디저트와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된장 피플’에 대한 비판에는 스타벅스 커피와 500원짜리 캔커피의 차이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는 이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도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스타벅스 체험(experience)’을 파는 회사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커피 회사의 회장이 자신은 커피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워드 슐츠의 주장은 그 의견에 동의하는 전 세계 6,000여 개 매장의 고객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스타벅스 커피가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4,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커피 이상의 문화, 휴식, 체험이라고 말한다. 스타벅스 커피는 과연 커피일까, 커피가 아닐까?

 

논점은 스타벅스에 대한 논쟁에서 누구의 편을 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하나의 제품을 놓고도 시각이 다르다는 데 있다. 시각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 또한 달라진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스타벅스의 가치는 500원이며, 스타벅스에서 문화를 사는 사람은 4,000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가치의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스타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시각의 변화는 가치의 변화를 가져온다. 과거(1990년대 이전)에 배우, 가수, 또는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본질적인 기능인 연기력이나 가창력, 경기력이었다. 이것이 그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중은 스타의 실력에 감동했고, 가치를 부여했다.

 

1970~1980년대에 조용필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창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노래를 잘한다고 하여 과거에 조용필이 누리던 만큼의 인기, 지금도 유지되는 존경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요즘 가수들은 바쁜 것 같다. 공연뿐만 아니라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노래 실력 외의 재주들을 보여 주느라 정신이 없다. 때로는 본업 외의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들은 왜 노래 연습이나 작곡에 치중하지 않고 오락 프로에 나올까? 이것은 시청자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가수를 가창력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가수를 가창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방송 전문가의 이야기는 전문가의 이야기일 뿐, 음악을 소비하는 대다수 대중은 전문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것 같다. 여기까지가 1차원적 스타(이것도 하늘의 별따기다)다.

 

과거 스타를 판단하는 기준이 1차원적이었다면, 현재는 세로축이 하나 더 늘었다. 연예계라는 별들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새로운 시각에 부합해야 한다. 스타는 대중(팬)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달라진 대중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스타만이 슈퍼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대중은 가창력 외에 또 다른 어떤 기준으로 스타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일까? 그것을 우리는 ‘컨셉’이라 말한다.

 

컨셉은 스타의 이미지(세련되었다, 도시적이다 등)를 너머 ‘스타의 아이덴티티’를 의미한다. 오프라 윈프리를 보면 ‘정의’ 혹은 ‘불굴의 의지’ 등이 떠오른다. 그래서 컨셉과 이미지(image)는 다른 것이다. 이미지가 전술적인 데 반해 컨셉은 전략적인 개념이다. 전술과 전략의 관계가 그렇듯이 컨셉은 이미지의 상위 개념으로 계획과 준비 하에 이루어진다. 이미지의 상위 개념으로 계획 하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컨셉을 쉬운 말로 ‘이미지 관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는 스타가 몇이나 될까? 우리가 말하는 컨셉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니다. 이미지 관리가 순간의 선택이라면 컨셉은 장기 전략이다. 컨셉의 구축은 스타 일생의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고, 영원불멸의 슈퍼스타들이 사는 땅인 부富랜드로 가는 지도인 것이다.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멤버였던 비욘세는 ‘섹시(sexy)’라는 코드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욘세의 컨셉은 무엇일까? 30년 후에 비욘세는 어떤 스타로 남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50대의 비욘세는 섹시할까? 하워드 가드너가 휴먼브랜드로 지명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컨셉은 ‘영향력 있는 여성 인사’다. 30년 후에도 그녀는 영향력 있는 여성인사로 남아 있을 듯하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러한 장기 전략 하에 자신의 가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 최초의 억만장자이자 자기 수입의 10%를 사회에 기부하고 있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여성들이 위로 받고, 상처를 치유 받으며 희망을 찾는다.

 

 

 

 

섹시 스타와 오프라 윈프리의 차이가 바로 이미지와 컨셉의 차이를 말해준다. 컨셉으로 스타는 자기가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한다. “나는 누구보다 섹시해요”, 내지는 “나는 파워 있는 여성인사죠”와 같이 말이다. 다음 그림은 컨셉이 있는 스타와 없는 스타의 차이를 보여 준다.

 

좀 단순한 비유지만 빠르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에 벽돌로 컨셉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벽돌이 하나 있을 때와 여러 개 있을 때, 어느 것이 더 가치 있을까? 여러 개 있는 것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벽돌이 그냥 있을 때와 잘 쌓여 있을 때, 어느 것이 더 가치 있을까? 당연히 잘 쌓여 있는 벽돌이 가치가 높다.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U2는 컨셉이 잘 구축된 스타다. 음악을 통해 전쟁, 테러 등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보여 준 U2는 실제 생활에서도 일관성 있게 그러한 컨셉을 실천한다. 특히 리드보컬 보노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보노는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캠페인 ‘레드 캠페인’을 시작해서 기부 활동을 펼치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활동은 U2의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밴드로 기억되도록 했으며, 보노가 2001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인류를 생각하는 밴드’라는 U2의 컨셉과 그에 맞는 활동은 U2에게 스타로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더 넓은 팬층 확보, 그리고 부와 명예를 선물했다. 또한 여러 브랜드에 그의 이름을 자신의 브랜드와 동일 혹은 동등하게 사용되기를 원할 정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여자 테니스계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 테니스는 남자 테니스에 비해 인기가 적었다. 여자 테니스는 보통 (남자에 비해) 경기가 서브만으로 끝나 버리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견해가 있지만, 분명 최근 여자 테니스 시장은 남자 테니스 시장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고 있고 더불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러시아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로부터 시작됐다. 안나 쿠르니코바는 한 번도 세계 1위를 달성한 적이 없었다. 경기력은 최정상급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행동은 경기장 밖에서 항상 화제였고, 그녀의 여성적 매력은 많은 팬들을 여자 테니스계로 집중하게 하였다.

 

 

자신만의 컨셉으로 브랜드가 된 U2의 보노, 안나 쿠르니코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발 빠른 기업들은 안나 쿠르니코바뿐만 아니라 여자 테니스계의 후원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스포츠계에서 스포츠 스타의 후원이 기업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기업들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와 나이키의 골프웨어, 박세리와 아스트라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현상은 마리아 샤라포바가 세계 테니스계에 나선 이후 더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력에 여성적 매력까지 겸비한 이 슈퍼스타는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경기장 바깥에서도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경기력에 있어서는 세계 15위(2009년 현재)지만 부가가치 창출력은 단연 세계 1위다.

 

마리아 샤라포바는 여자 혹은 남자라는 성의 개념으로 구분되던 여자 테니스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여자 테니스에 남자 테니스와는 다른 컨셉을 부여한 것이다. 여자 테니스는 남자 테니스보다 파워풀하지 않아서 재미없다는 인식을, 여자 테니스는 ‘매력적(sexy)이다’라는 인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로 인해서 샤라포바의 경기장엔 수많은 팬들이 몰린다. 어마어마한 협찬사와 협찬금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다. ‘매력적’이라는 컨셉 축의 추가는 여성 테니스계에는 ‘인기’를, 샤라포바 본인에게는 ‘인기와 부’를,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대중에게는 ‘볼거리와 재미’라는 가치를 안겨 주었다. 능력(ability)만 존재하던 경기장에 컨셉(concept)이라는 축이 추가되면서 여성 테니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논의를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느냐 아니냐는 논쟁으로 이끌고 싶지는 않다. 다만 테니스 경기장이 순수한 실력의 장이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테니스 대회는 이제 기업의 후원이 없으면 대회조차 열기 힘들며, 프로 선수들을 코트에 끌어들일 수 없는 쇼장이 되어 버린 현재의 상황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샤라포바 하나로 시장 전체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은, 스타 파워를 과소평가하는 생각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스타에 의해서 시장이 살고 죽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논점은 환경의 변화와 슈퍼스타가 창출해 내는 가치에 주목하는 데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 앞으로 새롭게 변한 여자 테니스 시장에서 스타는 경기력과 함께 매력이라는 컨셉을 제공할 수 있어야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어 가는 동안 중요한 키워드를 먼저 제시한다면 이미지는 느낌에 가깝고, 컨셉은 메시지에 가깝다. 여기까지가 2차원적 스타이다.

 

 

 

 

1, 2차원적 스타에서 휴먼브랜드로

폴 뉴먼은 1954년 데뷔 이래 제임스 딘의 후계자로 불리며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 온 성공한 배우였다. 아홉 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되고 1986년 <컬러 오브 머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위대한 스타로 빠지는 법이 없지만, 특히 2001년 영국에서는 ‘불멸의 스타’ 1위로 선정됐다. 폴 뉴먼은 1차원적 스타의 가치인 연기력을 갖추었음은 물론이고, 2차원적 스타의 가치인 컨셉도 잘 유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폴 뉴먼 하면 ‘신사’ ‘신뢰’와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이것은 폴 뉴먼이 훌륭한 배우기도 하지만, 이혼이 어렵지 않은 할리우드에서 여배우 조앤 우드워드와 50년에 가까운 결혼 생활을 했던 애처가인 동시에 성공한 사업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인 부를 위한 사업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엄청난 ‘자선사업가’였다. 1982년 자신의 이름을 건 식품회사 ‘뉴먼스 오운’에서 번 돈으로 지금까지 1억 7,5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기부금으로 냈다. 방법 면에서는 더욱 드라마틱한 방법을 썼다. 수익 몇 퍼센트가 아니라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고 한다. 친구와 장난삼아 시작했던 샐러드 드레싱 제품 회사가 지금은 사회적으로 존경 받던 배우의 성공적인 유기농 식품 사업체로 발전해 있다. 폴 뉴먼은 파스타 소스와 팝콘 등 모든 제품을 일일이 맛보며 품질을 점검했다고 한다.

 

폴 뉴먼의 일생을 보면 분명 연기력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활동한 성공한 배우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여느 대스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선가로서, 사업가로서 보여 준 그의 행보는 새로운 성공 패턴이다.

 

그는 자신의 고유 영역 바깥에서도 성공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식료품 비즈니스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에 진출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스크린에서 보여 주던 연기력과 수십 년 간 다져진 시청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훌륭한 식·음료 사업을 성공시켰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커피 장사가 아니라 문화와 체험을 파는 기업으로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듯, 폴 뉴먼도 배우에 머물지 않고 사업가로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그리고 자선사업가로서 비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부가가치 창출력’, 이것이 바로 3차원적 스타의 가치, 곧 휴먼브랜드의 가치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브랜드가 된 스타는 손에 꼽힐 정도다.

 

 

슈퍼스타는 능력, 컨셉, 가치 창출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때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슈퍼스타란 세월에 관계없이 다른 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꾸준히 발하는 스타를 말한다고 앞서 말했다. 여기에 슈퍼스타가 되기 위한 조건을 달자면 1차원적, 2차원적, 3차원적 스타의 가치 기준을 갖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즉 스타 본분의 실력(ability)과 어떠한 목적 하에 설정한 컨셉(concept)을 기본으로 하여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보유한 스타를 뜻한다.

 

 

 

 

1, 2, 3차원적 가치의 조화

슈퍼스타는 능력(ability), 컨셉(concept), 가치 창출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때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스타의 본질적 기능인 실력과 컨셉, 가치 창출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폴 뉴먼의 사업이 성공한 것은 그의 사업이 폴 뉴먼의 긍정적 컨셉인 ‘신뢰’를 최대한 활용한 식료품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폴 뉴먼이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거나 피트니스 클럽을 열었다면 그의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가 잘 갖추어 놓은 스타로서의 가치를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폴 뉴먼은 영화에서 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신뢰도가 중요한 유기농 샐러드 드레싱을 선보였고 크게 성공했다.

 

폴 뉴먼의 식품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지난 1993년 ‘폴 뉴먼 식품’의 한 사업 부문으로 설립되었다가 지난 2001년에 독립한 자회사 폴 뉴먼 유기농 식품이 소스 외에도 각종 식품을 만들어 팔면서 폴 뉴먼의 기부액은 급증했다. 폴 뉴먼 유기농 식품은 3년간 인공 비료나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은 농장에서 기른 농산물로 빵, 쿠키, 땅콩버터, 올리브 오일, 식초, 마른 과일, 양배추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최근에는 유아용 각종 식품도 새로 내놓았다. 제조 식품은 제3기관의 객관적 검증을 거치며, 제품 표면에는 폴 뉴먼과 그의 딸 넬 뉴먼의 사진이 실린다. 넬 뉴먼은 폴 뉴먼 유기농 식품의 CEO를 맡고 있다. 폴 뉴먼 유기농 식품도 모회사인 폴 뉴먼 식품의 전통에 따라 판매 이익과 로열티 수익에서 세금을 제한 전액을 각종 교육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말한다.

 

 

이제는 생을 달리한 그가
지금도 명배우로, 믿음이 가는 사업가로, 존경 받는 자선가로
대중에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연기력과 컨셉이 가치 창조 능력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폴 뉴먼 식품은 믿을 수 있는 기업,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폴 뉴먼의 연기력과 사업을 비롯한 제반 활동들은 그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전성기 후 50년이 지나고, 이제는 생을 달리한 그가 지금도 명배우로, 믿음이 가는 사업가로, 존경 받는 자선가로 대중에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연기력과 컨셉이 가치 창조 능력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라면 누구나 폴 뉴먼 같은 노년을 맞고 싶을 것이다. 연기력으로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사업을 통하여 부를 창출하고 필요하다면 사회에 환원하여 진정한 슈퍼스타로 남아 영원히 사랑 받는 인생을 말이다.

 

1차원에서 성공한 스타가 2차원에서 성공하는 것은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한 듯하다. 간단하게는 코믹 배우는 코믹으로, 멜로 배우는 멜로로, 액션 배우는 액션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물론 너무 진부해져서 잊혀질 수도 있다는 위험은 있지만, 자신의 강점을 잘 개발한다면 스타로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홍콩의 액션 히어로 이소룡, 할리우드의 코믹 배우 짐 캐리(물론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영화의 주인공 하면 생각나는 로빈 윌리엄스, 로맨틱 가이 휴 그랜트를 생각해 보라.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작품 선택 등 모든 활동에 기준이 될 만한 컨셉을 정해 놓고 그에 따라 모든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사, 오프라 윈프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무 주목도 받지 못하는 신인 배우가 수많은 경쟁을 뚫고 스타가 되기 어려운 것과 같이 스타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까지의 과정은 무명 배우(가수)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것만큼 어렵게 느껴진다.

 

 

3차원에서의 덩크슛

마이클 조던은 1980~1990년대 세계 농구계의 황제, 그야말로 ‘슈퍼스타’였다. 과거 마이클 조던의 영광은 은퇴한 지금, 그리고 10~20년 후에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농구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플레이어였다는 신화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단지 신화로 남는다면 줄리어스 어빙이나 올라 주언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마이클 조던은 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슈퍼스타’라 말했다. 그것은 바로 나이키(NIKE)의 ‘에어 조던(Air Jordan)’이라는 브랜드 라인 때문이다.

 

에어 조던은 마이클 조던을 영원히 기억되게 할 것이며, 신화 속의 인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마이클 조던을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이클 조던은 바로 자신을 상징하는 에어 조던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영원히 빛을 내는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의 만남은 완벽했다. 마이클 조던의 능력과 최고의 농구선수라는 컨셉을 제대로 활용했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의 닉네임이 바로 ‘에어Air’라는 점에서 스타의 가치를 잘 활용한 가치 창출의 사례로 남을 만하다. 에어 조던의 가치 창출력은 ‘조던 효과(Jordan Effect)’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만큼 스포츠 이상의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났다. 마이클 조던은 스타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조화를 이루어 3차원적으로 성공한 슈퍼스타다.

 

1970년대 나이키는 업계 1위로 스포츠 운동화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나이키에도 위기가 왔다. 1984년 최고 매출액(9억 2,000만 달러)을 기록한 이후 후발 주자 리복에게 추월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8년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나이키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 조던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당시 스포츠 기업들은 스포츠 선수의 후원을 통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최고의 스타를 잡는 것이 곧 시장에서 승리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나이키는 당시 성장기에 있던 마이클 조던에게 손을 내밀었고, 한 게임당 1,000달러의 벌금을 물며 조던에게 검은색 에어 조던을 신겨 매 경기에 출전시켰다. 당시 농구선수가 NBA에서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코트에 서는 것은 불법이었다. 이것을 감수한 것은 그만큼 에어 조던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 기대는 적중해서 에어 조던을 신은 마이클 조던은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에어’다운 조던의 하늘을 나는 듯한 플레이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이클 조던의 인기와 함께 에어 조던의 인기도 상승곡선을 탔다.

 

결국 당시 NBA 최고의 스타 줄리어스 어빙이 신었던 컨버스사의 ‘슈퍼스타’를 누르고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 모두 각 영역에서 1위를 탈환했다. 1980년대가 끝나기 전에 나이키는 업계 1위를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2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1996년에는 65억 달러라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마이클 조던은 위대한 운동선수 이상의 영웅적인 존재가 되었다. 나이키 성공의 중심에 마이클 조던이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이키는 처음 5년간 250억 달러에 광고 계약을 했던 마이클 조던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광고료를 지급했고, 청소년들은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에 감동하며 꿈의 운동화 에어 조던을 신고 싶어했다.

 

 

조던 효과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은 1998년 ‘조던 효과(the Jordan Effect)’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이클 조던의 첫 번째 은퇴 후에 나온 연구 결과로 그의 경제적 부가가치에 관한 리포트였다. 마이클 조던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100억 달러, 한화로 10조 원에 달했다. 10조 원이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2005년에야 수립한 순이익 규모다. 이만한 가치를 1998년에 마이클 조던이라는 슈퍼스타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다.

 

 

 

 

에어 조던의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와 조던이 합작한 엄청난 부가가치보다 그들이 조던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경기력(ability)과 긍정적 컨셉(concept)을 가지고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단지 필 나이트의 선견지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이키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마케팅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에어 조던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스타가 자신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 자신과 닮은 브랜드, 자신의 컨셉을 강화할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팬클럽 회장을 만날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과 상담을 해야 한다. 성공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브랜드가 완성되는 속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연기 능력이나 스포츠 성적으로 가지게 된 잠재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자신의 이미지에서 컨셉, 그리고 정제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충분한 인기와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스타가 브랜드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브랜드의 속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속성은 기능적·정서적·자아표현적이라는 세 가지 가치로 표현된다. 첫째는 기능적 가치다. 기능적 가치는 상품이 주는 본질적 가치로 스타벅스로 따지면 질 좋은 커피다. BMW는 잘 만들어진 고급 승용차 정도라 하겠다. 둘째는 정서적 가치다. 정서적 가치는 고객이 소비했을 때 고객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치다. 스타벅스에서는 4,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사치와 커피가 주는 문화적 풍요 등이 정서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자아 표현적 가치로,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남에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가치이다. 스타벅스를 매일 마신다거나 초록색 로고가 찍힌 비교적 커다란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것은 남들과 다른 문화적 가치를 소비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지금까지 ‘상품은 회사가 만들고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든다’는 것을 이 책에서 입증했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그 차원에서 보자면 연예인에 관한 기사는 기자가 만들지만 연예인에 관한 브랜드는 대중이 만든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왜 브랜드를 사야 하는지, 즉 그들이 사야 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 브랜드는 기능적, 정서적, 자아 표현적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 가지 가치를 소비하기 위하여 브랜드를 구매한다.

 

고객에게 전달하는 세 가지 속성은 결국 모두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이클 조던은 이미 강력한 경기력으로 자신의 기능적 속성을 쉽게 구축하여 스포츠 운동화 시장으로 쉽게 넓혀 갔다. 조던처럼 자신의 기능적 속성을 만들지 못했다면 근접한 속성의 브랜드 사업을 하거나, 이마저도 없다면 이러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면 된다. 어차피 고객이 스타를 판단하는 것은 스크린을 통해 각인된 상상의 이미지이다. 스타를 통한 브랜드 구축은 바로 스타의 상상 속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에어 조던이 생기는 과정을 보자. 종전의 쿠션 대신 공기를 통하게 하여 탄력성을 부여한 에어가 있는 운동화를 만든 후 나이키의 필 나이트 회장은 새로운 제품을 고객에게 신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업들은 광고와 홍보 및 이벤트, 후원 등을 계획한다. 하지만 에어 조던의 경우 종전과 달리 마이클 조던이라는 파트너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네이밍부터 광고, 대외 홍보, 이벤트 등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에어 조던은 성공적인 스타 브랜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만약 에어 조던이 마이클 조던이 아닌 다른 파트너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이런 가정을 하는 이유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만남이 경쟁이 치열한 농구화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소비자란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갖기는 하지만 선뜻 구매에 응하지 않는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는 기획자는 항상 이런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이키가 활용한 것이 마이클 조던이라는 스타였다. 마이클 조던은 직접 초기 소수 수용자(얼리어답터)가 되었다.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을 신고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보여 주었고, 마이클 조던의 팬들은 그 모습에 감동해서 조던처럼 농구하고 싶은 마음에 에어 조던을 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에어 조던을 신는 청소년들이 많아졌고, 조던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에어 조던 브랜드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결국 마이클 조던이라는 스타 파워를 이용해서 브랜드는 캐즘을 넘어 대중화에 성공했다. 대중화가 된 브랜드에는 더 이상 마이클 조던과 같은 스타는 필요 없게 됐다. 이미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특별한 광고 없이도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게다가 에어 조던은 시리즈를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디자인과 테마를 바꿔 나이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의 세 가지 속성에 에어 조던을 적용해 보면,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을 신기 전은 <그림 11-7>과 같은 상태라 볼 수 있다. 나이키로서는 새로운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어 운동화의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이 운동화가 나머지 두 개의 가치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고 결국 조던을 통해 그 가치를 완성했다. 그들은 조던의 영웅적 컨셉을 에어 운동화에 옮기기 시작했다. 조던은 당시 경기 능력, 재미, 활력, 권위의 상징이었고, 소비자는 에어 조던을 소비하면서 조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에어 조던은 에어 워크로 대변되는 놀라운 점프력을 과장하여 광고를 만들었다. 색깔 또한 과거의 흰색 농구화와 차별되도록 검은색으로 만들었다. 예기치 못하게 NBA 규정에 어긋난 이 컬러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조던은 경기마다 1,000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고 뛰었다. 언론은 이러한 뉴스 거리를 놓치지 않고 보도하기 시작했고, 나이키는 오히려 이 뉴스를 확대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뉴스로 만들었다.

 

 

 

 

드디어 에어 조던은 평범한 선수와 다른, 영웅이 신는 운동화로 포지셔닝 되었고 소비자들은 운동화가 아닌 영웅을 신기 위해, 영웅이 되기 위해 에어 조던을 소비했다. <그림 11-8>의 광고처럼 조던을 통해 소비자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마치 날아다닐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조금은 비이성적인 에어 조던의 광고가 기능적 가치만을 제공하는 농구화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결국, 제품의 한계를 스타를 통하여 보완하고 <그림 11-9>과 같이 브랜드를 완성하게 된다. 스타들의 잠재력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스타의 가치는 기능적 가치보다 정서적, 자아 표현적 가치에서 빛을 낸다. 에어 조던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스타와 브랜드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제품이 주는 가치의 한계를 스타의 가치로 보완해서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오르게 하는 것이다.

 

에어 조던의 사례가 모든 스타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에어 조던의 경우 마이클 조던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이키는 세계 최고, 역대 최고라는 타이틀이 갖는 특권을 알게 모르게 누렸을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 스타의 경우, 스타의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좋다.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 역대 최고의 흑인 플레이어 등 소비자의 마음속에 확실한 포지셔닝이 되어 있었다. 뮤지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힙합 가수, 댄스 가수, 싱어송라이터 등의 이름으로 말이다.

 

 

 

 

하지만 배우의 경우 한계가 있다. 출연하는 작품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보는 이에게 어떤 배우라고 각인시키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 스타만의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배우가 그렇지 않다고 가정했을 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배우의 경우 브랜드 가치의 세공 작업이 필요하다. 세공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더 신경 써서 섬세하게 다듬어야 함을 의미한다. 브래드 피트가 브랜드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 나이로 이미 마흔을 넘은 그는 여전히 섹시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매력을 기반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에어 조던과는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조던이 자신의 가치 기반인 스포츠를 통해 브랜드를 확장한 반면, 브래드 피트는 자신의 장점인 배우로서의 브랜드 확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 학원을 차리는 데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스포츠 시장에 에어 조던처럼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은 배우였고, 나이키는 감독이었다. 조던은 시카코 불스 코트에서 뛰었지만, 더 많은 시간을 에어 조던을 신거나 신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수많은 농구장에서 뛰었다. 에어 조던이라는 브랜드로 환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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