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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8 브랜드와 트렌드 [에디터스 레터] 2010년 12월 발행
2011년,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없다!
연말이면 각종 송년회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것이 한 해를 정리하는 ‘히트상품’ 발표와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한 ‘트렌드 발표회’ ‘트렌드 예측 보고서’다. 서점에는 ‘트렌드’ ‘넥스트’ ‘핫’ 등이 포함된 제목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트렌드 전문가들이 가장 바쁜 시즌이기도 하다.
이것이 매년 연말 풍경 중 하나이듯, 기업들의 ‘트렌드 보고서 검토’도 연말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다음해 사업계획서를 위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고용’일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넘쳐나는 정보 탓에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거의 없으며, 같은 현상을 다른 말로 부르는 신조어들의 습득하는데 그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경쟁사도 알고 있는 곧 상식이 될 정보를 무시하기에는 불안할 것이다. 기업에게 트렌드는 하나의 관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에 대하여 이 책을 만든 유니타스브랜드의 권민 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부지만 트렌드를 말하는 사람 중에 무당처럼 ‘무슨 트렌드가 왔다(온다, 올 것이다)’식으로 ‘그분(트렌드)’의 임재만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감’으로 예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사진 몇 장과 길거리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10초도 기억하기 어려운 단어의 조합으로 미래의 언어를 이야기한다. 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주는 기괴한 사진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단어들의 조합이 바로 그들의 집단 최면 주문이다.”
책은 트렌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트렌드는 곧 대박’이라는 마케팅 공식을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공식은 브랜딩에 있어서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10년을 돌아보면서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 상품 혹은 히트 브랜드라고 불렸던 그들의 지금 모습을 떠올려보면 쉽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런 브랜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트렌드가 뜨고 있느냐’가 아니라, ‘왜 그 트렌드가 뜨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트렌드라는 단어가 경영계에 입문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 트렌드는 통계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추세 분석을 위해 ‘방향을 틀다’라는 의미로 썼던 용어인데 1960년대에 패션계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반화되었다. ‘트렌드’는 지금 경영계에서도 흔히 쓰이지만, 몇 년 후에는 중요하지 않은 단어가 될지 모른다. 따라서 ‘트렌드’라는 단어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것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기업이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곳으로 소비자들이 모이고, 그곳에 미래의 시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장을 보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그 트렌드 안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읽어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 우리 기업(브랜드)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와 트렌드》는 ‘깊이’와 ‘다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해 준다. 비트라, 로얄코펜하겐, SK와이번스, 10꼬르소꼬모, 함소아한의원, 빚은과 같은 6개의 브랜드의 심도있는 케이스 분석을 통하여 실제로 브랜드가 트렌드를 다루는 기술을 분석하는가 하면, 클로테르 라파이유, 존 마에다, 알랭 등 보통, 이어령, 김경훈, 이돈태, 정하웅 등의 국내외 45명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틈을 볼 수 있는 인사이트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표제에 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트렌드에 대한 내용은 없는 책. 《브랜드와 트렌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트렌드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브랜드라면 트렌드를 잘 요리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능력을 이미 갖춘 브랜드를 소개하고,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전달해주는 이 한 권이 있다면 2011의 핫 트렌드는 몰라도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