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인을 만드는 Habitualization, 대전 선(善)병원
자사의 '핵심가치'를 직원의 '습관'으로 만드는 브랜드 교육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선승훈  고유주소 시즌2 / Vol.14 브랜드 교육 (2010년 03월 발행)

병원을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이 절제된 미소와 함께 눈을 맞추며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한다. 접수를 마치고 입원하는 경우, 담당 간호사를 소개받는다. 이 간호사는 퇴원하거나 다른 병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나를 전담할 간호사라, 불편한 사항은 이 간호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면 된다. 힘들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입원한 병실에는 수시로 간호사들이 들어와 나를 체크하는데, 병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한 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씁쓸한 유행어가 나돌 만큼 실망스러울 때가 많은 병원 서비스가 만연한 요즘, 이런 병원을 상상해 보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르겠다. 2020년쯤 되면 이런 서비스를 받을 만큼 우리나라 병원은 ‘착해질까?’ 그런데 현재, 대전에는 이런 병원이 있다.

The interview with 대전 선병원 의료원장 선승훈

 

 

2007년, 대한의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약 30년 간 의사면허자 증가율(321.8%)이 인구 증가율(16.8%)을 20배가량 앞섰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단순 증가율을 근거로 (의사 수와 인구의 표본 규모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뾰족한 분석 자료를 내놓기 힘들지만 우리 주변에 병원 수는 확실히 늘었고, 요즘 들어 “환자가 없어 폐업한다”는 병원계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종종 들리는 것을 보면 수치보다 와 닿는 경험치로 그 실태를 직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생존 혹은 성장을 위해 택한 방법은 무엇일까?

 

 

의술? 서비스? or 브랜딩?

물론 병원을 평가하는 첫째 기준이 서비스는 아닐지 모른다. 1차적으로는 ‘의술’일 테고, 결국 환자가 완쾌되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고치는 병원’은 여전히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의술 중에 꼭 그 병원에서, 그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몇 퍼센트나 될까? 게다가 점차 정교화되고 고성능을 자랑하는 의학 기계들이 등장하는 추세에서 개인의 의술 역량이 얼마나 중요할까? 병원 수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의술’만으로 성공적인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까? 의술이라는 ‘제품의 품질’은 당연해졌고, 그외 부분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해야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병원들이 찾은 방법 중 하나가 ‘서비스’다. 병원 서비스가 차별화의 묘안일뿐더러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갤럽의 ‘병원 인지도 조사 보고서(2004년)’에 따르면 일반인 80% 이상이 가족, 친지 등 주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병의원에 대한 정보 얻는다고 하니 서비스를 통한 입소문 또한 병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은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했던 그들이 서비스 차별화 외에 또 한가지 다른 방향을 잡는다. ‘(일종의)브랜딩’이다.

“병원 마케팅, 이제는 브랜드 시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병원의 감성 브랜딩!”
“메디컬 브랜드 매니지먼트 솔루션!”

2000년 이후, 병원들의 ‘브랜드화’를 다룬 위와 같은 기사나, 관련 강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규모 병원들은 물론 대학병원과 일반 종합병원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걷게 된 길이다. 큰 그림에서 방향성이 틀린 것 같진 않다. 여타 다른 산업군처럼 기술과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를 이룬‘성숙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브랜드’임은 자명하고, 이제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숙명’에 가깝다. 문제는 ‘브랜딩’의 옷을 입기 시작한 그들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는 데 있다. 그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브랜딩’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프랜차이즈나 네트워크 구조 아래, 단지 ‘같은 이름을 내거는 것’ ‘동일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진행하는 것’을 ‘브랜딩’으로 이해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고자 인비절라인코리아의 인현진 대표를 만났다. 《메디컬 브랜딩》의 저자이자 몇 년 전까지 ‘고운세상네트웍스’의 마케팅·운영 총괄이사로 성공적인 네트워크 병원 브랜딩을 추구했던 그가 바라보는 의료 시장에서의 ‘브랜딩’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어 보았다. 지난 10년 간 의료 시장의 브랜딩, 마케팅의 흐름을 살펴보면 선병원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브랜딩’의 옷을 입기 시작한 그들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는 데 있다.
그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브랜딩’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

 

 

 

 

잘못 끼운 첫 단추,
잘못 쓴 처방전, 병원들의 브랜드 교육
The interview with 인비절라인코리아 대표 인현진

 

병원 브랜딩의 X-ray 진단 보고서

의료 시장에서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의료 시장에서는 브랜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시기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0년 이전에는 상당히 자생적인 형태의 ‘브랜드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의사 자체가 브랜드고, 의사의 진료 활동이 곧 서비스이자 마케팅이었다. 그런데 의료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와 마케팅 전술이 등장하고 그것이그대로 ‘브랜딩’이라고 인식된 듯하다. 또 2000년 초반 이후 시장 대내외적으로 의료 산업이 서비스 산업화되면서 의사가 개인적으로 전하는 가치보다는 적정 수준의 진료와 기타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되면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급작스럽게 광고와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수동적으로 ‘브랜드’라는 옷을 걸친 셈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그들에게는 ‘우리 병원을 어떻게 더 잘 알려 환자 유입을 늘려야 하는가’가 큰 이슈가 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경영’ ‘의료 산업화’ ‘의료 서비스’ ‘병원 경영’ ‘의료 컨설팅’ 등 의료 서비스 산업 개념이 등장하면서, 2005년 이후 가속이 붙었다. 이처럼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 없이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럴듯한) 겉모습만 브랜드인 브랜딩이 시작되었다.
 
그러한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자면 어떤 것이있는가? 
의료도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행된 대표적 샘플이 병원들의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이름이 같은 간판으로 동질의 서비스와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것이다. 대표적으로 A치과, B피부과, C소아과가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병원 브랜드라 평가되지 않는가?
컨셉으로 보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기 나름대로 의미도있다. A치과는 의료와 브랜드를 접목하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의료 산업에서 비즈니스 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정도는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러한 시스템 아래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넓히면서 가맹점 전체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A치과의 경우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없는 상태에서 가맹점 수만 많아졌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장하다 보니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졌고, 브랜드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가 이름이 같은 병원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게 된 것 외에 큰 시사점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 ‘같은 이름으로 간판을 내거는 것’이 브랜딩은 아니지 않나.
 
 B피부과는 어떤가?
B피부과가 업계에서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모든 지점이 100% 직영이라는 점이다. 의료 경영 지원 부분에서 ‘직영’의 의미는 상당하다. 기업으로 말하면 중앙통제가 가능한 상태고, 일반 가맹점 시스템보다는 중앙 본부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될 확률이 높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일관성’을 갖기가 쉬워졌다.동일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같은 장비와 의술 시스템을 갖추었고, 브랜드 경영 능력이 함양됐다.하지만 ‘동일한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딩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C소아과 경우 비즈니스적으로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의료 시장에 적절한 생산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의료와 한약 물류시스템,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컨셉적으로도 성공했다. 그 유통 체계를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성공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브랜딩이 이루어졌다고 볼수는 없지 않은가.
 
세 가지 사례 모두 뭔가 알맹이가 빠졌다는 뉘앙스다. 무엇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앞서 말한 브랜드 모두 현존하고 나름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과연 ‘브랜드’로 봐야 하는지 주저하는 이유는 ‘진정성’과 ‘그들의 철학’을 말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맹점 시스템에 들어가려는 병원장들도 많다. 허울 좋은 마케팅 프로모션이그것을 부채질하기도 했고, 시각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아 보이니 그것에 현혹되는 병원장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비즈니스적으로도, 브랜드의 진정성 측면에서도 신뢰를 잃는 곳들이 많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것을 대변한다. 해당 브랜드에 속한 의사들의 만족도, 수익률도 하향 추세다. 경영과 브랜드 측면 모두 힘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그 의료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10년간의 임상 병리 소견서

결국 의료 브랜드가 가야 할 길 혹은 이상적인 모습이 ‘도식화된 네트워크 시스템’은 아니라는 것이 지난 10년에 대한 리뷰인가? 
네트워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동 마케팅, 표준화된 의료 서비스와 그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인식된 부분이 안타깝다. 마케팅 중심의 브랜딩은 시행착오이자, 일종의 트렌드였다.
 
그렇다면 본질은 뭔가? 의사의 의료 행위나 철학이 의료 브랜드의본질이라면, 결국 원점으로 한 바퀴 돌아온 셈이 아닌가.
심심한 결론이지만, 그렇다. 의료 행위를 둘러싼 ‘주변 요소’로 볼 수있는 경영, 마케팅 요소가 의료 행위의 본질을 바꾸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것이 시장의 결론이다. 본질적인 것이 충족된 후에 그것을 받쳐 주는 환경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그것이 맞는 순서다.이것을 보여 주는 성공 모델이 이따금 눈에 띄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규모가 작은 병원들이 대부분이라 큰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브랜드를 마케팅의 논리로 접근한 의사들이 의료업에 대한‘정체성’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새로운 처방전

앞으로 병원은 어떻게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지 대안이 있는가?
외형적으로만 보면 종전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순서’상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병원들이 광고와 프로모션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들 스스로 의료업의 본질과 철학이나 가치관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지나치게 규모 지향적이었다.본질적인 측면부터 매만지고, 그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브랜딩하는가는 그다음 단계다. 명시화된 핵심가치를 서비스(전략, 전술 등)로 풀어 내면서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할 지 결정해야 한다. 기업으로 치면 캐치프레이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환자와의 약속을 규명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대체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도 의사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원도 많아지는데 어떻게 의사 혼자 브랜딩을 해 나갈 수 있겠는가? 의사의 가치를 어떻게 병원 브랜드의 핵심가치로 만드나?
그래서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는가도바뀌어야 한다. 그간 ‘마케팅 지식’과 ‘서비스킷’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병원이든 종합병원이든 병원의‘핵심가치’와 그것을 어떻게 직원들에게 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브랜드 교육’인 것 같다. 그런데 의사나 병원장도 브랜딩에 대해 잘 모른다면 어떻게 그러한 교육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
교육의 대상도 구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차, 2차, 3차 교육 대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병원장과 의사들이 1차 교육 대상이다. 그들부터 브랜드란 무엇인지,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첫 단추다.그래야 2차 대상인 내부 직원, 3차 대상인 소비자에게까지 브랜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다.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1차 교육은 뒷전이고 2, 3차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 3차 교육은 어느 병원이나 어느 정도는 다 하고 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앞단 없이 소비자에게 어떤 툴을 이용해서 광고할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얘기다. 알맹이 없는 메시지가 대중적으로 전개되는 실정이다.
 
3차 대상자가 소비자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한 이야기다. 결국은 그것이 목표 아니겠는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병원)를 경험함으로써 얻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 그래서 결국 ‘신뢰’를 얻고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1차 대상인 의사들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종전의 브랜드 교육이 천편일률적인 ‘마케팅 툴’ 교육이었다면 이제는브랜드의 원론적이지만 핵심적인 ‘철학’에 대한 부분,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철학이 왜 중요한지, ‘브랜드 약속’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것들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보다 인성교육이 먼저일지 모르겠다. 그래야 밀도 있는 브랜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준비된 병원은 2차 교육 대상인 직원들에게 어떠한 교육을해야 하나?
우선 병원의 핵심가치에 대한 ‘동의’일 테고, 그다음은 동의된 핵심가치를 어떻게 직원들에게 ‘체화’할 것인가, 그다음이 ‘어떻게 소비자들이 그것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단계를 ‘서비스 교육’이라 통칭하고 있는지 모르지만선행 과정이 있는 서비스 교육과 그렇지 않은 서비스 교육은 판이하다. 진심이 담긴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것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의 말을 간략히 요약하면 ‘잘못된 처방전(알맹이 없는 광고 전략) 때문에 실수를 범한 의료 시장의 많은 병원들은 이제 새로운 처방전이 필요하고, 그것이 철학에서 시작된 의술 및 의료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 시장의 브랜딩 경향에서 제대로 된 병원 브랜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중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환자 만족도 조사(2008)’를 보게 되었다.

이 조사는 전국에 있는 ‘500개 병상 이상의 8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조사 결과 총 9개 병원이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그중 내로라하는 서울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 사이에 나란히 들어선 지방 병원 3곳이 눈에 띄었다. 화순 전남대병원(2004년, 전남대학교 설립)과 충주 성모병원(1997년, 청주교구 사제평의회 설립), 나머지 한 곳이 대전 선병원이다. 서울의 대기업과 대학병원을 모(母) 브랜드로 둔 병원들 사이에 지방 병원이 포함된 것도 놀라웠지만, 그들 중에서도 ‘개인 병원’으로 시작해 43년간 명백을 이어 온, 대전 선병원이 궁금해 그들을 찾았다. 대전 선병원은 (의도했는지와 관계없이) 병원이지만 ‘브랜드’의 모습을 갖췄고, 브랜드의 정신적 생명이라고 볼 수 있는 핵심가치와 핵심사명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영을 하고 있었다.

 

Valuing the Value

물론 핵심사명과 핵심가치를 공표한 병원들은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핵심가치(value)에 얼마나 가치를 두고 있는가(valuing)다. 선병원은 핵심가치에 가치를 부여하고, 전 직원이 그것을 체화해 결국 ‘습관화’될 수 있을 만큼 ‘브랜드 교육’을 하고 있었다. 즉 내적 가치를 지닌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독자로서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다. ‘병원 브랜드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혹은 ‘병원이 서비스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하지만 타 산업군의 성공 케이스를 보며 배우는 지식이나 벤치마킹은 더 큰의미가 있다. 지금 당신이 동종 산업군에서 1위인 A라는 회사를 벤치마킹한다면, 아주 열심히 해야 A′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는 A의 아류다. 진짜 벤치마킹은 다른 영역의 성공 케이스를 곱씹어 소화한 뒤 우리 산업군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A를 이기는 B로 치고 나갈 수 있다. 앞으로 전개될 선병원의 브랜드 교육에서 ‘환자’를 ‘고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브랜더’로 생각하고 읽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병원(기업)의 핵심가치를 의사와 간호사(실질적인 고객 접점에 있는 사람들로서 고객 경험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브랜더)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그것이 환자(고객)에게 잘 전달되어 지속적인 관계 맺음(브랜딩)이 가능하도록 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사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직원들의 ‘습관’으로 만들어 내는지에 관한 그들의 ‘브랜드 교육 방식’이다.

 

 

물론 핵심사명과 핵심가치를 공표한 병원들은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핵심가치에 얼마나 가치를 두고 있는가다. 

 

 

 

 

 

노드스트롬의 전설적 서비스를 만들어낸 지침서

‘고객이 없으면 회사도 없다’란 명제는 서비스와 관련해서 늘 최고의 성공 사례, 모범 사례로 꼽히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의 기업 철학이 담긴 핵심사명이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는 누구나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핵심사명을 내걸고 있다. 다만 노드스트롬이 여타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드스트롬은 이러한 핵심사명이 충분히 느껴지는 여러 사례들(타이어 반품 사례, 비행기표 사례, 세일이 끝난 상품에 관한 일화)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실천’에 있다. 그리고 ‘실천’ 여부는 직원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핵심사명이 얼마나 공유되었는가에 달려있다. ‘습관’이 되어 현장에서 보여야 할 것이 입에서나 겨우 맴도는 사훈 정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드스트롬은 어떻게 자사의 핵심사명을 전 직원에게 이해시키고 습관화시킬 수 있었을까?

그들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핵심사명의 습관화’ 전략의 비법을 엿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노드스트롬의 전 부사장이자 총책임자였던 벳시 샌더스(Betsy Sanders)가 펴낸 《신화가 된 전설적인 서비스》다. 그녀는 전설적 서비스가 되기 위한 조직 ‘습관’을 다음 6개 지침으로 설명한다.

 

1. 이상을 가지고 실천하라
2. 행동을 취하라
3. 평생을 바쳐 가르치고 배워라
4. 자신과 남에게 높은 기대감을 가져라
5. 원하는 회사상을 만들어라
6. 현실적인 신념들을 발전시켜라

 

이것이 노드스트롬의 창업자, 존 W. 노드스트롬(John W. Nordstrom)의 철학이 담긴 핵심사명을 조직에게 체화하기 위해 사용한 ‘습관화(habitualization)’ 전략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며, 어찌 보면 뻔한 명제들이다. 그리고 그 책 어느 곳에서도 정리된 ‘how to’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혹시 노드스트롬과 비슷한 철학(환자가 없으면 선병원도 없다)을 가진 선병원을 벳시 샌더스가 제시한 6가지 지침에 대입해 분석해 보면 ‘전설이 될 수 있는 서비스’의 ‘실질적인 how to’가 도출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병원의 활동은 대부분 이 6가지 지침으로 구분되었고 그 하나 하나의 지침은 그들의 ‘습관화 전략’으로 자리 잡혀있었다. 선병원은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원들에게 핵심사명을 습관화 시킬 수 있었을까?
 

 

 

 

 

선두훈 이사장님을 뵈면 시쳇말로 “로또 맞았다”고 한다.
모든 치료가 무료기 때문이다.   

 

 

1. 이상을 가지고 실천하라 : Habitualization in Keeping the Values

선병원에게, 그리고 브랜드에게 이상이란 무엇일까? 이상이란 단어의 뜻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떤 브랜드의 이상이란 그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최적의 상태, 즉 자사 브랜드다움(BrandNess)이 완전하게 구축된 상태를 말할 것이다. 그것이 브랜드의 ‘핵심가치 혹은 비전’이다. 선병원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선승훈(이하 ‘선’) 선병원에는 세 가지 핵심가치가 있다. 그런데 핵심가치 이전에 ‘핵심사명’부터 말해야겠다. 핵심사명을 간략히 요약하면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다. 그것이 우리 병원의 존재 이유다. 의료진은 어떤 상황에서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한다.

 

핵심가치 이전에 핵심사명을 설명하던 선승훈 의료원장의 말에 조금 의심이 들었다. ‘언제나 제약 없이’라는 문구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런 병원이 있을까? ‘돈이 없으면 치료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야간 응급실에 가면 전문의는 없고 레지던트에게 급한 대로 응급처치만 받는 것이 요즘 병원의 모습 아닌가?’라며 조금은 비아냥거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은 조금 놀라웠다.

 

형님이신 선두훈 이사장님은 아직도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보고, 수술도 직접 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선두훈 이사장님을 뵈면 시쳇말로 “로또 맞았다”고 한다. 모든 치료가 무료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친이자 초대 회장님이셨던 *선호영 박사님 때부터 현재 선두훈 이사장님까지 이어져 오는 기업 문화 같은 것이다. 원무과 쪽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의술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초대 회장님의 철학을 실천하려는 것이다. 요즘 병원들이 환자를 무조건 고객으로 보고 상업적으로 많이 흘러가는 실태지만, ‘병원은 병원이고 아픈 사람 진료가 최선이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선두훈 이사장님은 아예 응급실로 출근하신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집무실이 없다. 현장에 있는데 집무실이 왜 필요하냐고 해서 현재는 회의실에 노트북만 가져다 놓고 종종 사용하신다.
 

 

 

 

 

병원 이사장에게 치료를 받으면 무료라는 것이 요즘 병원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병원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부터 핵심사명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처럼 직원들에게 핵심사명의 진정성 혹은 감동적인 충격을 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 핵심사명은 어떠한 핵심가치로 구체화되었을까?

 

선병원의 핵심가치는 ‘배려’ ‘열정’ ‘절제’, 세 가지다. 이 가치는 선병원이 43년간 이어져 오면서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사실 세 가지라 말씀드렸지만 나머지 두 가치는 ‘배려’라는 가치에서 파생된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간략히 열정과 절제에 대해 설명하면 ‘열정’은 말 그대로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기개와 같은 것이다. 선병원은 늘 도전적이다. 그래서 새롭게 도전하는 일도 많다. 이것을 함께 해 나가려면 조직원도 도전 정신과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또 환자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끝없는 열의가 있어야 올바른 의술이 나온다.

‘절제’라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가치다. 병원에 오는 환자는 불편한 곳이 있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을 응대하면서 너무 밝게 웃으면 환자들은 마음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 절제된 미소, 환자에게 공감하는 정도의 미소면 된다. 평상시 원내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너무 떠들거나 신나게 웃는 것도 환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아니다. 역시 절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의 경우, 수술할 때 절제의 미덕이 있어야 한다. 적당한 긴장을 유지해야 하고, 수술 도중에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절제라는 핵심가치다.
 

 

앞선 그의 설명처럼 ‘열정’과 ‘절제’는 모두 환자를 위한 ‘배려’에서 파생된다. 그렇다면 선병원이 궁극의 핵심가치로 여기는 배려란 무엇일까?

 

‘배려’에 대해서는 선호영 회장님과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1960~1970년대에는 수술 한 번 하려면 집을 팔아야 할 만큼 큰돈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수술만 받고 의료비를 못 내는 환자들이 꽤 많았다. 당시 원무과 직원들이 집에 찾아가 보면 환자가 도망가 집이 비었거나, 너무 가난해서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원무과 직원이 회장님께 전화로 보고드리면, “그 집 쌀이라도 팔아 주고 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것이 선병원의 배려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선두훈 이사장은 어려서부터 아버님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랐다.

 

‘환자 중심’이라는 병원의 표어는 일반 기업에서 ‘고객 중심’이라는 표현만큼 닳도록 보고 또 본 표어다. 물론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고객 중심을 외치는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그것을 정말로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기업은 손에 꼽히는 것처럼, ‘환자 중심’의 병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환자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그렇게 느끼고 ‘행동’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2. 행동을 취하라 : Habitualization by Action

공감도 좋고 감동도 좋다. 선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선병원의 모습과 고故 선호영 박사의 본보기가 되는 삶에 감동했을 것이고, ‘의료인이라면 나도…’라는 생각으로 공감하고 그의 삶을 동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슴 설렘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일시적인 감흥’으로 끝나 버릴 확률이 높다. 그 끈을 이어 주는 것이 ‘느낀 것을 행동으로’ 취하게끔 하는 것이고, 그 전달 방법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

역시 그랬다. 선병원의 문화는 선호영 박사에 얽힌 히스토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속적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현장의 지침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서 말이다. 선병원은 자신들이 따라야 할 핵심가치 3가지를 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구호를 외쳐라

선병원에는 정신강령과 행동강령이 있다. 직원들이 마음을 다잡고 핵심가치를 자주 되뇌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신강령과 행동강령을 1주에 한 번 오전 8시, 직원들이 대열을 갖추고 환자들 앞에서 외친다. 이것은 ‘선인(善人, 선병원 사람)’이라면 모두 참여한다. 월요일은 간호부서, 수요일은 행정부서, 금요일은 의료 지원부서가 그 대열을 갖춘다.

 

 

 정신강령과 행동강령
행동강령 : Certainly, Sir
난 정돈되고 밝은 모습으로 일한다.
난 먼저 인사하고 안내한다.
난 쉽게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난 업무 중 항상 긴장한다.
난 근무 중엔 끊임없이 업무에만 몰입한다.
난 낭비와 비효율을 없앤다.
난 매사 꼼꼼히 마무리한다.

정신강령 : Yes, I can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난 즉각 될 때까지 한다.
난 매사에 긍정적이다.
난 항상 변화 개선한다.
난 에너지로 항상 충만하다.
난 우리 병원과 동료를 죽도록 사랑한다.

 

 

2) SUP(Stand-Up Positioning) 약속

선병원의 의료진(특히 안내부와 간호부)은 대기 상태시 고객의 발자국 소리가 나면 앉은 자리에서 반드시 일어나 환자를 맞아야 한다(이들은 내부적으로 이 약속을 ‘벌떡 시스템’이라 칭한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들어 환자를 보는 경우 자칫하면 내원 환자를 노려보는 표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당신을 환영한다, 나는 당신을 배려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마음의 표시다. ‘배려’라는 핵심가치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일 테고, 자연스러운 차별화 요인이 된 것이다.

 

3) 입출입 시 인사

경험이 없다면 믿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선병원의 간호사는 병실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고 한다. 투병 중인 환자의 심리적 상태는 다소 주눅 들거나 때로는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서비스를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특히 병실에서 나올 때는 “편히 쉬십시오”라는 배려의 멘트도 더해진다. 그런데 환자를 위해 시작한 이러한 활동은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다.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상당히 정중해졌다는 것이다. 간혹 환자들이 간호사를 부를 때 ‘아가씨’ ‘저기~’ 하던 호칭 대신‘선생님’ ‘간호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고, 이것은 선병원의 문화 중 하나로 더해졌다. 존중해 주는 만큼 존중 받게 마련이다. 그외에도 선병원에는 ‘배려’라는 핵심가치가 묻어나는 서비스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그간 병력이나 입원 후 진행된 치료를 여러 번 다른 간호사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도록 입원에서 퇴원까지 한 간호사가 전담하는 ‘담당 간호사제’를 실시하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무료 간병인 제도’를 도입하여 보호자가 없거나 간병인을 둘 수 없는 환자들을 배려한다. 하지만 선병원은 아직 더 발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배운다.’

 

3. 평생을 바쳐 가르치고 배워라: Habitualization of Learning

벤치마킹 혹은 마케팅 사례연구는 이제 일반기업체들만의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배움에 대한 갈구가 있다면 스스로 학습하게 마련이다. 선병원은 여전히 환자나 고객 배려에 있어 귀감이 되는 해외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배우고 있다. 선병원이 현재 진행하는 여러 서비스 교육 역시 그간 선승훈 의료원장과 이규은 행정원장의 자가 학습과 연구, 벤치마킹 사례 발굴 등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다. 이것이 선병원의 근간인 배려 문화와 시너지를 이루며 시스템화된 것이다.

 

이규은 벤치마킹 사례를 많이 연구한다. 그리고 말보다 행동, 들려 주기보다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비행기 서비스부터 여러 해외 병원과 호텔을 체험하게 한다. 그러한 고급 서비스를 경험해 보면서 많은 토론이 진행된다. 이렇게 경험을 통한 교육을 시행한 지 7년 정도 되었고, 200명이 넘는 직원이 체험했다. 그냥 여행사에 맡겨서 가는 게 아니라 나와 선승훈 의료원장이 버스를 함께 타고 다니면서 직접 교육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교육 효과 외에 ‘CEO와 직원의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소속감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들은 사미티웨이 병원(Samitivej Hospital), 래플스 병원(Raffles Hospital), 글렌이글스 병원(Gleneagles Hospita)l, 범룽랏 병원(Bumrungrad Hospital )등 해외유명 병원들을 시찰하며 그들의 서비스에서 배울 점을 찾는다. 비단 병원뿐만이 아니다.이규은 행정원장이 말했듯 각종 항공 서비스뿐 아니라 리츠칼튼호텔(The Ritz-Carlton Hotel)처럼 서비스로 유명한 브랜드를 찾아 조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벤치마킹을 통해서도 아직 그들의 기대 수준은 만족되지 않는다. 그래서‘자신과의 경쟁’, 즉 자가 평가에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더 높은 기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좀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발전의 습관화’를 꾀한다. 

 

 

 

 

4. 자신과 남에게 높은 기대감을 가져라 : Habitualization of Higher Expectation

선병원 사람들의 진화 욕구에는 끝이 없다.그래서 다음과 같은 자기 개발서 시트를 마련해 두고 분기별로 스스로 평가하고, 선후배와 동료의 눈을 통해 다시 평가 받음으로써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좀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발전의 습관화’를 꾀한다. 그런데 자기 개발서의 체크리스트를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것을 왜 ‘자기 개발서’라 부르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5. 원하는 회사상을 만들어라 : Habitualization by setting the ‘Tobe Model’

이렇게 명확한 핵심가치를 전사적으로 이행하는 선병원은 어떤 꿈을 꾸고, 그들이 원하는 회사상은 무엇일까?

 

선병원이 100년, 200년을 넘어 영원해질 수 있는 병원이 되고 싶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짜’ 명품병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가 표현한 ‘진짜’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그가 명확히 밝혀 말하지는 않았지만 선호영 박사 때부터 가업으로 이어 내려오는 선병원은 ‘명품’의 조건을 상당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명품 브랜드의 조건(유니타스브랜드 Vol.3 p18 참고)이 ‘전통(history)’ ‘정통(master)’‘트렌드(trend)’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는 43년이라는, 계승·발전시킬‘전통’이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훌륭한 의료진으로 ‘정통성’도 인정받았다(참고로 대전인구의 27%, 40만 명 이상이 이미 선병원의 소화기 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의료 장비와 진료 시스템, 사용 약품이나 시술 아이템,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전통, 정통, 트렌드라는 명품의 조건에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철학 혹은 정신적인 측면’이다. 의사로서 소명 의식, 선호영 박사와 선두훈 이사장이 의술을 통해 보여 주는 노블리스오블리제(noblesse oblige)다. 지역사회를 위해 서울이 아닌 대전에 둥지를 틀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료 시술도 행하는(습관화되어 문화로 자리 잡은) 그들의 정신을 앞으로도 이어 나갈 수만 있다면 ‘진짜’명품 병원이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그 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들의 신념을 지속 발전시키는 것일 게다. 

 

6. 현실적인 신념들을 발전시켜라 : Habitualization of Realization

그들에게 신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핵심가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선승훈 의료원장이 밝힌 그들의 꿈(명품병원)에 관한 의지일 것이다.

 

사실 선병원의 핵심사명과 핵심가치는 우리가 새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선호영 박사님이 생전에 하신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분의 소명 의식을 단어로 명기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을 좀더 많은 직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스템으로 정리한 것뿐이다. ‘꼭 브랜드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신념은 현실적인 것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발전시킬 것이다.

 

실제로 선병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커뮤니티 폴더에 ‘선병원의 변화는 계속됩니다!’라는 섹션을 따로 두고 있다. (이제 태동 단계이지만) 그 섹션에서는 선병원이 현재 어떤 활동을 통해 그들의 신념을 ‘현실화’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게재된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초반부터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해 병원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자기개발서에 ‘1일 1개 이상 개선 의지를 가지고 출근하는가?’라는 질문이 있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서두에서 벳시 샌더스가 제시한 ‘전설적인 서비스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습관’을 기준으로 조망해 본 선병원의 이러한 성장 과정, 그들이가고자 하는 방향성, 진행하는 브랜드 교육이라면 언젠가는 대전의 태양SUN은 물론 올곧고 따뜻한 서비스 문화의 ‘볕’을 전국에 알리는 태양(SUN)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 검증 작업이 남아 있다. 선승훈 의료원장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해 온, 오랫동안 선병원을 지켜봐 온 직원에게 정말 이러한 기준들이 ‘습관(같은 상황에서 반복된 행동의 안정화·자동화된 수행)’화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MINI INTERVIEW 1
Habitualization of Caring (배려)

The interview with 선병원 종합검진센터 차장 박희숙

1982년 대전 적십자 혈액원에서부터 간호일을시작한 그녀는 대전 선병원과 1985년 부터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결혼 때문에 잠시 그만두었던 3년을 제외하고, 현재 26년째 선병원을지키는 그녀는 선인(善人, 선병원인)이었다. 선병원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가족에게서 “모래밭에서 뒹굴던 물고기가 다시 물 만난 것같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녀에게 선병원에 대해 짧게 물었다.
 

한 직장에서 26년,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딱히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특히 간호사들은 이상하게도 일을 해야 사는 것 같다. 환자분들을 도우면서 생명력을 얻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역으로 내가 받는 것이 더 많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선병원의 핵심가치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가?
핵심가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다. ‘열정’도, ‘절제’도 배려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인지는모르겠지만, 그건 이제 내 ‘삶’이 된 것 같다. 꼭 내가 간호사라서가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배려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선병원의 가치를 넘어서 내 삶의 가치가 된 셈이다.
 
 그러한 가치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교육하는 입장에 선 것 같은데어떠한 교육을 하나?
요즘은 검진센터에서 일하는데, 아침에 하는 교육이 있다. 고객들이오기 전에 직원들이 두 줄로 서서 마주 보고 있으면 매니저가 선병원의 핵심가치를 한 번 더 점검하고, 오늘 진행될 검진 사항과 주의 사항, 여러 사례를 발표 해 준다. 사례 발표에는 성공 사례도 있고 실패사례도 있는데, 그 기준이 우리의 핵심가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핵심가치) 교육이 된다.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인 셈이다. 처음부터 핵심가치를 체감할 수는 없다. 실제 교육도 받고 현장도 느껴 보고 고객에게 직접 불평 불만도 들어봐야 체감할 수 있다. 이런 교육은5~10분으로 짧지만 강력한 습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시간에 전달한 것들이 고객에게 일관성 있게 전달되다 보니,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이다.
 
 새로운 조직 문화를 경험하는 신입 직원이 적응할 때까지 어떻게돕나?
시스템이 잘 되어 따로 도울 건 없다. 모두 편하게 적응하는 편이다. 오히려 적응을 못 하는 경우는 신입 직원이 아니라 선병원을 그만둔 직원이 다른 병원에 갔을 때다. 이런 문화에 젖어 있던 그들이 다른 병원에 간다는 것은 ‘병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바꿔야 하는 차원’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직원들도 꽤 있다. 직원뿐만 아니라 환자 분들도 그렇다. 다른 병원의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환자 분들이 상당히 많다. 선병원의 문화를 한번 경험해 보면 다른 곳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선병원답다’고 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나?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내 경우 ‘환자 중심’이란 단어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어느 부서 어느 직원이건 목적은 그것 하나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를 위해 선병원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MINI INTERVIEW 2
Habitualization of Abstinence 절제
The interview with 선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부장 박노경

가톨릭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전공의를 수료했다. 전문의 취득 후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임상교수를 역임하였으며, 가톨릭대학교 의과 대학 재활의학과 외래 조교수로 활동 중이다.

 

박노경 부장은 선병원의 핵심가치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다의적인,그래서 이해가 조금 어려웠던 ‘절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해 주었다. 선병원의 절제는 진정으로 ‘한 환자를 위한 배려’임과 동시에 ‘여러 환자를 위한 공정한(?) 배려’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절대 가치’였다.
 
선병원의 핵심가치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있나?
공감한다기보다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핵심가치를 얼마나 느끼는지되묻지 않으면 그것이 ‘내 사고의 기준’인지 ‘핵심가치’인지 구분하기힘들다는 의미다. 그래도 질문에 답하자면 ‘젤제’라는 가치가 내게는가장 와 닿는다.
 
절제라는 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나?
환자 분들의 요구는 굉장히 다양하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검사를 요구할 때가 있고, 때로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검사를 안 하고 치료만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환자가 앓는 병을 대하는 자세에서 ‘절제’가미덕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접근해 가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만 보고 쫓아가다 보면 ‘검사’하느라 ‘치료가 뒷전’이 되어 시기를놓칠 수 있고, 환자의 형편만 생각하다가 검사를 미루고 급한 ‘치료’만하면 정말 ‘중요한 검사를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는 것도 배려지만, 어떻게 보면 병을 제대로 진단하고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때 절제라는 가치는 실제 나를 고민하게 하고, 판단의 근거와 당위성을 만들어 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짜 배려를 위해 배려를 절제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절제’라는 핵심가치는 각 파트에 있는 직원마다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절제란 그런 것이다.
 
‘선병원답다’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설명을 잘 해주는 병원’ ‘친절한 병원’이 선병원의 캐치프레이즈기도하지만, 정말 선병원을 잘 말해 주는 문구라 생각한다. 실제 사람들에게도 선병원은 대전·충청권에서 제일 친절한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병원이 친절만 가지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신 분들은 마음도 많이 손상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풀어 낼 수 있는서비스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설명을 잘해 주는 병원이 되려면 상대적으로 진료 상담 시간이 꽤길어야 할 것 같은데, 대형 병원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나? 
쉽게 설명하는 것, 설명을 잘해 주는 것이 꼭 설명 시간에 달린 것은아니다. 일상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한다. 그런 소재들을 많이 찾아 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진료 시간 같은 경우에도 절제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순간이 된다. 지금 상담 중인 환자도 배려해야 하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도 배려해야 한다.그래서 우선은 쉽게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따로면담 시간을 잡고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여담이지만, 내 휴식시간이나 개인 시간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잡아 놓은 ‘환자 면담 시간’으로 정신없다.
 

 

 

 

 

 

선병원의 브랜드 교육 사례가 모든 기업 상황에 들어맞는 규정집 혹은 정답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범적인 사례로 참고할만한 선(善)례임은 분명하다. 선병원에서 참고할 것은 그들의 소명 의식, 그 소명 의식을 명기화한 핵심가치를 그들의 직원들에게 얼마나 치열하고 밀도 있게 전달하며 그것이 직원의 ‘습관’이 되도록 어떠한 실질적인 ‘액션 툴 킷(actiontool kit)’을 제공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습관은 처음에는 거미줄 같으나 나중에는 밧줄과 같아진다”는 말처럼 선(善)인들 생활 곳곳에녹아든 사소하고 별것 아닌 듯한 액션 툴 킷들이 처음에는 거미줄처럼, 보일 듯 말 듯 하겠지만, 쌓이고 쌓여 선병원을 지켜 내고 조직 전체를 단단한 묶어줄 밧줄이 될 것이다.혹자는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시간 낭비, 자원 낭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사의핵심가치를 이해하지 못해 고객에게 그릇된 자기다움(BrandNess)을 전달하는 ‘이방인 직원’에게주는 월급이 더 낭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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