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동네에서 만난 인간 탐닉 소설가, 김연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말은 바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연수  고유주소 시즌1 / Vol.7 RAW (2008년 11월 발행)

소설가에게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해서 물었다. 소설가는 기업의 사례가 아닌 소설과 소설 속의 주인공을 사례로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예술과 마케팅은 다르고, 소설과 브랜드 간의 공통점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케팅에도 브랜드에도 정통한 듯한 소설가의 대답들은 마케터에게도 인사이트가 될 만 하다. 결국 마케터도 소설가도, 모두 인간을 탐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동네에서 김연수는 ‘상 복 많은 작가’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 ‘복’은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에 굳어버리지 않고 지금의 생각에 굳어버리지 않으려는, 즉 RAW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험의 치를 높여서 인간에 대한 탐구심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 탐닉의 첫걸음을 떼어 본다.

소설가는 인간을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기본적으로 소설이라는 것이 사람을 관찰하는 일이죠. 소설은 산문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가장 중요해요. 디테일은 독특한 경험입니다. 그 독특한 경험이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 내는데, 그것은 아주 작은 습관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자기 나름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일 수도 있어요. 그것은 인간마다 모두 달라요. 슬픔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에 ‘꾹 참는다’, ‘울어버린다’ 이런 표현은 소설가들에게는 의미 없어요. 구체적인 ‘어떻게’가 중요하지요. 예를 들면 영화 <중경삼림>에서 남자주인공이 이별 후에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독특한데, 자신의 감정을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이렇게 독특하고 디테일한 표현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많이 관찰하려고 합니다.

 

쓰는 관점에 있어서는 소설 자체가 서사적이에요.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가야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면 왜 그 사람은 그러한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는지가 궁금하고, 그것을 해결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해요. 또한 소설이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전달 되었을 때, 남는 것은 좋은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입니다. 따라서 좋은 캐릭터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관찰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여행할 권리》와 같은 여행기도 내게 되셨나요?
한 곳에만 계속 머무를 때에 가장 안 좋은 것이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에요. 어느 정도 살다 보면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이 잘못했구나, 이 사람은 이렇구나’ 하는 것들을 대충은 판단할 수 있어요. 세상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러한 상식으로는 소설을 쓸 수가 없고, 독자에게 아무런 충격을 줄 수 없어요. 책이라는 것은 솜 방망이라 하더라도 충격을 줘야 하거든요. 상식적인 글을 피해가려는 방법이 여행을 한다거나 저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에요. 경험의 치를 넓혀 가는 것이죠. 그런데 여행을 하게 되면 한꺼번에 많이 넓어질 수 있어서 좋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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