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W 메커니즘 Mechanism
마니아 브랜드를 구축하는,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경필  고유주소 시즌1 / Vol.7 RAW (2008년 11월 발행)

당신이 제공하고 있는 재화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그 원형의 가공을 소비자의 몫으로 두고 날 것 그대로 전달하든, 엄청나게 숨겨진 가공을 가해 마치 손대지 않은 원형인양 내어 놓든, 그 ‘정도(more or less)’에 관한 고민은 생산자의 몫이며 곧 전략이다. 그 고민이야말로 인간의 원형에 대한 무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전략적 혜안을 제공할 것이다. 소비자를 무의식적으로 끌 수 있는 강력한 암호 코드, RAW에 주목하라.

 

“선배, 원래 핏물이 나오는 Medium으로 드시나요?”

 

잘 익은 well-done 스테이크를 먹던 대학 후배는 medium 스테이크를 먹던 나에게 물었다. 나도 한동안은 핏물이 새어 나오는 스테이크에는 질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테이크는 medium 혹은 rare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믿고 있고, 스테이크에서 나오는 핏물은 단순한 핏물이 아니라 juicy(맛나는)한 즙으로 여기고 있다. 미각을 통한 나의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실 20~30년이 지나도 옛 것을 기억하고 있는 미각은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중년, 노년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먹었던 김장 김치, 중·고등학교시절 먹었던 매운 떡볶이, 구수한 청국장의 옛날 맛 그대로를 기억하고, 그 맛 그대로 먹기를 원한다. 맛에는 트렌드나 패션이 없다고 하면 비약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앞에서 예로 든 음식들은 시대의 변화를 거치지 않고 본래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야 제 맛이다.

그래서 음식업계는 여타 다른 사업과는 달리 30년 전통, 원조, 엄마 손맛을 늘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고기는 익혀 먹어야 한다는 30대 초반의 내 보수적인 미각에 혁명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 여행 중 독특한 카우보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부터 카우보이식 medium 스테이크를 즐기게 되었다. 나의 입맛은 조금 더 RAW한 것에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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