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화장과 화장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기하학처럼 또 ‘기원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화장술은 아름다움을 장식하고, 신체를 보호하며, 계급을 나타내고 그리고 종교적인 의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남자의 화장은 주로 ‘전투용’으로 적들에게 무섭게 보이기 위함과 자신의 몸을 보여 주지 않는 위장술로 사용했다. 여하튼 ‘화장’도 인간의 (사람에게 보여 주는)욕구와 (신에게 보여 주는) 욕망의 밑단과 끝단에 있는 RAW(original, authentic, fresh, uncooked, immature)다. 특히 여자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와 욕망은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성이 그 존재만으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모든 여성이 다 아름답기 때문에 굳이 화장할 필요가 없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실’과 ‘진실’을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바비 브라운이다. 여자의 RAW와 바비 브라운의 RAW에 대해서 바비 브라운 코리아 *최원식 브랜드 매니저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사실 RAW라는 주제를 얼핏 본다면 무척 좁은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단어가 가진 다양한 전이적인 개념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바비 브라운의 철학은 아주 간단하다. ‘모든 여성은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은 기본적으로 인종과 나이를 떠나서 다 아름답지만, 약간의 화장품과 약간의 기술, 그리고 약간의 도구만 있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실 그 누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겠는가. 그런데 바비 브라운은 그 안에서 개인이 가진 장점을 본다. 이미 어쩔 수 없는 타고난 외모를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조금이라도 커버할 수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메이크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화장품을 많이 안 쓰고도 말이다. 그게 바비 브라운의 기본적인 컨셉이고, 철학이자, 접근이다. 결국 바비 브라운이 형상화하는 RAW는 ‘자연스러움’과 ‘꾸미지 않는 건강함’이다.”

화장과 화장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기하학처럼 또 ‘기원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화장술은 아름다움을 장식하고, 신체를 보호하며, 계급을 나타내고 그리고 종교적인 의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남자의 화장은 주로 ‘전투용’으로 적들에게 무섭게 보이기 위함과 자신의 몸을 보여 주지 않는 위장술로 사용했다. 여하튼 ‘화장’도 인간의 (사람에게 보여 주는)욕구와 (신에게 보여 주는) 욕망의 밑단과 끝단에 있는 RAW(original, authentic, fresh, uncooked, immature)다. 특히 여자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와 욕망은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성이 그 존재만으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모든 여성이 다 아름답기 때문에 굳이 화장할 필요가 없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실’과 ‘진실’을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바비 브라운이다. 여자의 RAW와 바비 브라운의 RAW에 대해서 바비 브라운 코리아 *최원식 브랜드 매니저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사실 RAW라는 주제를 얼핏 본다면 무척 좁은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단어가 가진 다양한 전이적인 개념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바비 브라운의 철학은 아주 간단하다. ‘모든 여성은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은 기본적으로 인종과 나이를 떠나서 다 아름답지만, 약간의 화장품과 약간의 기술, 그리고 약간의 도구만 있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실 그 누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겠는가. 그런데 바비 브라운은 그 안에서 개인이 가진 장점을 본다. 이미 어쩔 수 없는 타고난 외모를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조금이라도 커버할 수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메이크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화장품을 많이 안 쓰고도 말이다. 그게 바비 브라운의 기본적인 컨셉이고, 철학이자, 접근이다. 결국 바비 브라운이 형상화하는 RAW는 ‘자연스러움’과 ‘꾸미지 않는 건강함’이다.”

 

 

* 최원식
서강대학교에서 영미어문학을 전공하고, 호텔신라면세점의 시니어 바이어를 거쳐, 이브생로랑 코스메틱의 제너럴 매니저를 역임하는 등 명품 브랜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유니타스브랜드 Vol.7 p80 참고

 

 

과연 여자의 RAW함이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소비자의 구매 기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바비 브라운이 아름다움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그 본질을 그대로 보여 주는 RAW한 브랜드라고 생각할까? 바비 브라운의 소비자인 최진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로 바비 브라운이 제품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바비 브라운 여사가 했던 말 중에 “메이크업은 자기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철학과 제품이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연스러우면서, 나를 예쁘게 살려 줄 수 있는 제품이 바비 브라운에는 많으니까. 바비 브라운은 항상 신선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RAW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바비 브라운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어떠한 트렌드나 상업성을 좇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바비 브라운은 메이크업에 아예 개념이 없었던 제품을 최초로 만든 브랜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서 급하게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오히려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브랜드다.”

 

이 점에 대해서 또 다른 소비자 박연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의 본질을 살려 주는 제품이 바비 브라운이기 때문에 (바비 브라운이 RAW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이 가진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그 기본적인 것을 살리면서도, 자연스럽고 예쁘게 만들어 준다는 것 자체가 모든 메이크업 브랜드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메이크업 브랜드가 거의 없다. 대부분은 화학약품을 이용해서 얼굴을 과장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으니까. 바비 브라운의 경우 자연보호 활동이나, 유방암 방지 활동 등을 한다. 또 바비 브라운 여사가 책을 낼 때마다 전시하는 것을 보면 바비 브라운이 문화와 결합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바비 브라운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바비 브라운을 사장이 아닌 여사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진술에 대해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경쟁사 마케터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 부분을 살리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RAW의 본질을 알아보려고 여기까지 오는 과정 가운데 얻게 된 영감이 하나 있다. 바로 철학이다. 철학(philosophy)의 어원은 ‘지혜(sophia)를 사랑한다(philo)’이다.

 

다시 한 번 바비 브라운의 철학을 살펴보자. 최원식 브랜드 매니저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근원은 결국 사랑이다. 본인의 가정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없으면 그 컨셉 자체가 구성되질 않는다. 바비 브라운 여사 본인도 세 아이의 엄마로서 일보다는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고, 가정을 바탕으로 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자선 사업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다. 즉, 내가 속한 사회와 커뮤니티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기에 그 정신이 바비 브라운이라는 브랜드에 녹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과연 이 철학을 소비자가 소비할까? 다시 최진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백화점에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지만 바비 브라운은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다. 화장품을 그냥 화장품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바꿔 놓았다. 비싸서 내 품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메이크업이 나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자부심, 그런 것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바비 브라운 여사의 철학, 즉 운동을 하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하고, 환경을 해치거나 몸에 해로운 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환경 운동까지 하는 그런 철학 자체가 내가 추구했던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끌리는 것 같다.” RAW함이 철학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철학 자체가 RAW한 코스메틱 브랜드를 꼽으라면 러쉬(LUSH)가 있다. 러쉬코리아의 *우미령 대표는 러쉬의 철학적 메시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러쉬의 철학적 메시지는 우선 친자연주의, 친환경 운동이다.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을까’가 러쉬의 철학이다. 사회에 공헌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브랜드다. 자연에 더 가깝고, 처음 인류의 탄생을 생각하며 동·식물이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려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브랜드다. 러쉬의 포커스는 항상 그린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엇보다 동물·환경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는다. 플라스틱백을 쓰지 않고 코스메틱 상품의 주 재료인 팜 오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밀림의 오랑우탄을 보호하는 기금을 마련하고, 매장 자체도 어떻게 하면 전기를 쓰지 않고 좀 더 원시적인 방법으로 구현할까를 연구한다. 만화같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숲처럼 보이는 매장을 구상하기도 하고, 당장은 불편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을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네이키드 캠페인과 길거리에서 플라스틱 백을 메고 가는 사람의 가방을 뺏어서 캔버스 백으로 교환해 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아직은 작은 힘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 믿고 있다.”

 

 

* 우미령
동덕여자대학교 졸업 후 세계 최고 규모의 비영리 보석 연구 및 교육 기관인 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GIA)와 고려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SanCho Jewellery 수석디자이너, Nabbi Ltd. 이사를 역임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7 p98 참고

 

 

우미령 대표는 철학적 관점과 미래학적 관점에서 RAW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코스메틱 상품군의 원형은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고 싶고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 혹은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쉬는 인간이 태초에 가지고 있던 외면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적 사고 자체를 건전하고 건강해지도록 돕고자 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 콤플렉스를 ‘엉덩이 해결사’와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통해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사람에게 누구나 아름답게 보이고 싶지만 결국 ‘미’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따라서 RAW라고 불리는 원형, 본질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같다. 그래서 러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RAW를 고민하는 접근이 늘어나는 것 같다. 지난 수십 년간 빠르고, 편하고, 효율적이며 테크놀로지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적어도 그와 같은 기간만큼은 혹은 훨씬 더 길게 RAW라는 트렌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본다. 모든 국민이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RAW는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지속될 인간 태초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코스메틱에서 다루는 RAW는 트렌드이기보다는 태초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화장품 브랜드들을 살펴보면서 RAW를 추구하는 철학은 인간의 본질에 가까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RAW를 추구한다면 반드시 철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브랜딩에 관한 철학은 관념적이지 않고 매우 실제적이다. 즉 이것을 RAW하게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품질’이다. 그러나 여기서 품질은 단순한 품질이 아니라 철학으로 더욱 정제되고 소비자가 인정하는 RAW한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품질을 통해서 완벽하게 RAW한 품질을 고수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일리’라는 커피 브랜드다.

 

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숫자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100%, 7g, 52, 250,000, 90°C, 9bar, 25sec, 25cc….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화학 공식처럼 복잡한 이 숫자들의 나열은, 완벽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기 위한 일리만의 공식이라고 한다. 100% 아라비카 종으로 된 7g의 커피 블렌드blend는 52개의 원두 알을 의미하며, 이 원두 알은 그라인더가 25만 개의 입자로 분쇄시킨다. 그 입자를 90°C 의 물과 9기압이라는 물의 압력으로 25초 동안 25cc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조건 속에서 뽑아 내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만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공식은 바로 ‘커피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일리코리아 제너럴 매니저인 *이창훈 운영부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일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완벽한 커피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고수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일리 커피는 1933년 프란체스코 일리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그의 아들인 어네스토 일리를 거쳐 현재는 그의 손자인 안드레아 일리가 3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화학 박사 출신이다. 화학에 대한 전문 지식과 커피를 접목시킨 것이다. 특히 어네스토 일리는 이러한 노력으로 ‘파파 빈(Papa bean)’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또한 일리에서 처음 출간한 책이 《Art and Science of Espresso》인데, 일리가 만들어 낸 과학을 토대로 에스프레소 한 잔에 예술을 담아냈다는 내용이다.

 

즉, 설립 이후 지금까지 75년 동안 똑같은 맛의 역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커피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는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리는 커피 종류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마니아들을 절대 속일 수가 없다.”

 

 

* 이창훈
일리코리아 제너럴 매니저이자 에스프레사멘테 일리의 운영부장으로 이탈리아 UDC에서 MAE-STRO 자격을 획득하였으며, UCD DELLA COREA 커피교육 원장 ALMA COREA 커피전문가 과정 전임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7 p88 참고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리는 그렇게 본질에 충실한 커피를 팔기 위해서 가장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과 결합해서 협업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커피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아닐까? 이창훈 운영부장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보자. “일리 커피가 추구하는 것은 ‘커피의 명품이란 누구나 쉽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커피를 마시는 모든 이들에게 눈과 사고로 경험할 수 있는 커피에 대한 극대화된 모든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자연적인 언어를 선택했다. 사실 커피 자체는 이미 완벽하기 때문에, 커피 외적으로도 완벽한 한 잔의 감동을 주기 위해서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리는 그렇게 본질에 충실한 커피를 팔기 위해서
가장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과 결합해서 협업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의 완벽을 강화하기 위해서 예술로 마무리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소비자가 그것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김치를 먹은 우리는 그 맛을 구별할 수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다 똑같이 맵고 짜겠지만 우리는 한 입 먹어 보면 중국에서 만들었는지 일본인을 위해서 만들었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또 깊은 맛에 따라서 경상도와 전라도의 김치를 구분할 수 있으며, 김치찌개용과 김칫국용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타벅스가 국내에 런칭된 시점인 1999년을 기준으로 커피의 기원전과 기원후를 말할 정도인데, 과연 사람들이 에스프레소의 본질을 구분할 수 있을까? 특히 예술과 결합해 스스로 완벽하다고 말하는 일리의 커피를 구분해 낼 수 있을까?

 

먼저 일리 커피 애호가인 이승용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개인적으로 일리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행위 자체를 ‘거룩하다’고 표현하는데, 진짜 커피의 본질을 아는 분들이 오시는 것 같다. 그래서 연령대도 좀 높다. 요즘에는 조금 어린 친구들도 많이 오긴 하지만 보통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일리 커피를 맛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압구정이나 청담동에 속속 생겨나는 카페들에서 파는 커피는 몇십 억하는 인테리어가 무색 할 정도로 너무 심하게 맛없는 경우가 많다.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일리는 아니다. 맛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일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라는 본질에 충실하니까. 결국, 1~2년이면 수없이 많이 생긴 카페들의 승패가 판가름 나지 않을까 한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일리 로고인 빨간색 네모가 가진 상징성이 강한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예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하면 열광한다. 그런데 돈을 내고 가서 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일리 커피숍)에 오면 다 볼 수 있다. 사실 의자 하나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이곳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문화적 혜택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 일리에 (일리 커피숍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그러니까 가질 수 없는 것은 철학이다. 가질 수 있는 것은 브랜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깃든 브랜드다. 그 철학은 품질로 입증되며 그 절대치는 RAW다. 그렇다면 여기서 브랜딩은 무엇일까? 이것은 본질에 관한 질문이다. 방법은 브랜드다. 따라서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라면 신이 허락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커피 브랜드 매니저라면 자연이 허락한 최고의 커피 맛을 창조하며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자신의 철학을 품질과 가치로서 언제나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겠다는 일종의 ‘언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딩은 그 언약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일련의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김종호 대표의 설명으로 일단, 중간 결론을 맺는다면 “명품 브랜드의 RAW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이다. 그렇다면 RAW는 철학이 소비자에게 잘 먹히는 ‘전략’일까? RAW에 대한 철학은 외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흘러 들어간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칼 스피크는 “기업 브랜드에서 진정성을 상징하기 위해 RAW가 사용된다. 왜냐하면 조직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 RAW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RAW를 추구함으로써 직원들이 리더의 리더십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믿을 때, 직원들은 조직의 비전과 전략에 기꺼이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연 RAW가 보이지 않는 철학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을까? 소설가 *김연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또 통찰자로서 이렇게 말했다. “파타고니아라는 의류 브랜드에 대해서 들었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제품을 본 적은 없지만 공정무역을 추구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옷을 만든다고 한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급진적인 그 태도가 RAW하다고 생각했고, 그 점이 마음에 든다.”

 

 

* 김연수
1993년 <작가세계>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굳빠이 이상(2001)》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 《밤은 노래한다(2008)》 등을 펴내며 소설가와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7 p17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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