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시장은 스토리로 만들어졌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마술사님, 오늘 제가 잡아드린 관광 코스는 어떠셨어요? 좋으셨죠? 참! 그리고 여행 끝나고 저에게 아무 마술이나 한 가지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절대 잊지 마세요!”

“마술사님, 오늘 제가 잡아드린 관광 코스는 어떠셨어요? 좋으셨죠? 참! 그리고 여행 끝나고 저에게 아무 마술이나 한 가지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절대 잊지 마세요!”
바컴컨설팅 회사의 브랜드 담당자인 앨리스는 곧 자신이 배운 마술로 생일날 친구들한테 보여 줄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엘리사? 뭐라고?”
마법사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예? 아… 저요! 저는 엘리사가 아니라 앨리스인데요.”
“앨리스, 나도 앨리스가 엘리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 이름을 바꿔 부르니까 기분 나쁘지? 나도 마술사가 아니라 마법사라고 불러 줘. 마술사와 마법사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차원이 다르단 말이야.”
“아…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앨리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런데… 마술과 마법은 어떤 차이가 있죠?”
앨리스는 눈치를 살피면서 오즈의 마법사에게 물었다.
“내가 사는 오즈에서는 인간들이 말하는 마술사의 계급과 직분을 가진 사람들은 없어. 그들은 광대처럼 쇼를 하는 것이지. 오늘 아침에 네모난 상자, 그러니까 너희들이 말하는 TV라는 곳에서 마술사들이 나와 어설픈 손기술과 눈속임을 하는 마술이라는 것을 보았어. 사람이 없어지고, 비둘기가 나오고, 그리고 사람의 목이 잘려 나가고 다시 붙고… 맞지?”
“예!”
“하지만 사람들은 신기한 것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더라구. 그냥 마술사가 자신을 기가 막히게 속인 것에 대해서 재미있어 하지, 왜 그런지는 생각도 하지 않더군.”
“그러면 마술사… 아니… 죄송합니다… 마법사님은요? 마법사님은 정말로 마법을 할 줄 아시나요?”
앨리스는 눈을 크게 뜨면서 마법사 바젤라의 손을 보았다. 왜냐하면 마법사 바젤라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놀림은 조금씩 느려지면서 천천히 그 모습이 달라졌다. 마법사 바젤라는 커다란 푸른 새가 되었다.

 

“말도 안 돼.”
앨리스는 너무 놀라서 카페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지금 마법사 바젤라가 커다란 붉은 새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젤라는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것이 마법이지.”
마법사 바젤라는 자기 앞에 있던 뜨거운 캐러멜 마끼아또를 한 입에 벌컥 마셔 버렸다. 또한 분명 뜨거운 캐러멜 마끼아또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는 얼음을 씹어 먹었다. 앨리스는 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 정말… 마…마법사군요.”
“그래 나는 오즈의 마법사야.”
“햐아~ 그러면 여기서 살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마법으로…햐아.”
앨리스는 너무 기뻐서 얼굴에 그려진 미소가 환희의 웃음으로 변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안돼… 여기서 살 수 없어.”
“예? 왜요? 마법사님의 그런 능력이라면 인간의 세계를 다스릴 수 있다고요.”
앨리스의 흥분 때문에 그녀의 입에서 거대한 침이 마법사의 붉은 수염까지 날아갔다. 순간 어색했지만 마법사는 앨리스가 난처할 것 같아서 모른 척하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여기는 신들이 다 지배하고 있어.”
“신들이라뇨?”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에 신의 땅인 아틀란트 대륙과 올림푸스 산에 살았던 그 신들이 여기에 다 내려와서 모든 인간을 다스리고 있다고. 마법사는 신들의 땅에서 사는 것은 허락되지 않아.”
“마법사님,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신들이 다 지배하다뇨?”

 

앨리스는 마법사가 자신의 수염에 묻은 앨리스의 침을 닦는 것을 보았다. 무안했다.
“내가 어제 너와 헤어지고 이 집에서 나가자마자 갑자기 내 눈앞에 타이탄(트럭)신이 거대한 마차로 변해서 내 앞을 지나가는 거야. 그러더니 그 뒤로 옷을 짜는 여신인 그레이스(봉고차) 신이 똑같이 마차가 되어서 타이탄을 따라가더군. 내가 놀라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머큐리와 아카디아가 똑같은 마차로 변해 서 있더군. 나는 또 놀라서 모자를 벗고 경배를 하려고 하는데 화덕과 부엌의 여신인 베스타가 나보고 위험하다고 빵빵거리는 바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신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어.”
“아니, 그것들은 자동차인데….”

 

앨리스는 마법사 바젤라의 얼굴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그의 말을 자르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휴…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데 나이키 여신들의 추종자들이 거리를 뛰더군. 아마 수천 명은 될 거야. 나이키 여신의 부하들이 어디론가 뛰어갔어. 그들을 피해서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데 바로 비너스 여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발견했지. 그 옆에는 에르메스 신의 신전도 보았어. 나는 백화점이라는 거대한 신전으로 들어갔는데 거기 안에는 신들의 제사 상품들이 가득했어.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칼립소(남성 정장), 아프로디테에게 사랑을 받아서 신에게 저주 받았던 아도니스(양말), 메두사의 얼굴(베르사체), 그리고 제우스(시계)와 유리노메의 셋째 딸 카리타스(시계), 아폴로가 사랑했던 요정 다프네(시계), 시간의 신이었던 크로노스(시계), 물의 요정인 닉스(청바지), 그리고 헤라 여신(화장품)과 미네르바(화장품)를 비롯해서 포세이돈이 가장 싫어했던 사람인 오디세이(화장품)까지…

 

나는 그만 너무 놀라서 제일 꼭대기 성전으로 갔지. 그런데 그곳에는 올림푸스(신들의 산, 카메라)가 작은 마법의 상자가 되어 있었어. 나는 다시 그 건물에서 내려와 박카스신이 만든 음료수를 먹는 사람을 보았지. 그런데 옆에는 초코파이라는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도 보았는데 그 봉지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에우리알레의 아들인 오리온 신의 이름이 찍혀있었지.

 

그뿐만이 아니야. 내가 너무 힘이 들어 잠시 쉬려고 옆을 보았는데 사람들이 작은 집에서 차를 마시더군. 그래서 무심코 그곳에 들어갔지. 그곳이 바로 여기인데, 이곳은 사이렌 여신을 섬기고 있는 스타벅스라는 신전이었어. 그 신전에서 어떤 사람이 커다란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머리에는 전령의 신 에르메스의 또 다른 이름인 헤럴드라는 신의 이름이 찍혀 있었지. 그 이름이 뭐였더라… 맞아, 코리아 헤럴드였어. 분명 여기는 신들의 땅이야. 내가 신들의 성전에서 조용히 나와서 이곳으로 오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여명의 여신인 이오스(EOS) 캐논이라는 벽돌 같은 상자를 통해서 나를 주목하고 있더군. 아마도 마법사가 허락 없이 인간의 땅에 들어온 것을 제우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 같아. 신들이 여러 가지 상품들로 환생해서 지금 이곳을 지배하고 있어. 뿐만 아니라 너희가 말하는 컴퓨터를 보는데 아마존족이 운영하는 책방도 있더군. 그리고 오래간만에 보았는데 유대인의 물과 바람의 천사인 아리엘Ariel, 오디세우스와 싸운 아이아스ajax가 세제가루가 되어서 인간의 방을 청결하게 해주고 있더군. 여기는 신들의 땅이야. 나는 돌아가야 돼. 나는 다시 오즈로 돌아가겠어.”

 

마법사는 자신의 마술봉을 만지작거렸다.

 

“저기… 바젤라 마법사님, 그게 아니고요. 그것은 브랜드예요.”
“브랜드?”
마법사는 자신의 커다란 유리 망토를 입으면서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브랜드가 뭐지?”
“상품의 이름이오.”
“그래, 나도 알아! 바로 그것이 신들의 이름이야. 사람들은 신들의 이름을 브랜드라고 부르나?”
“아니요, 그것은 신이 아니라 상품이에요.”
“앨리스, 그 신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 모르긴 해도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도 존재하고 있었어. 그들은 죽지 않는 신들이야.”
“아니오, 그것은 상품이에요.”
앨리스는 답답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앨리스, 그들은 예전에는 시인들의 입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했지.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상품이라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구.”
“무슨 말이죠?”

 

“신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들이야. 그러나 인간들은 그 신들을 눈으로 보게 하려고 신전을 짓거나 아니면 우상으로 만들지,”
“그러니까 마법사님의 이야기는 그 신들이 사람들의 상품을 통해서 계속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나는 신사동 도산공원 옆에 있는 거대한 에르메스 신전을 보았어. 그곳에 들어가니 여 제사장들이 즐비하게 서 있더군. 그들은 에르메스 신에 대한 존경과 존엄의 얼굴을 하고 있었어. 내가 신전의 물건에 손대려고 하자 그들은 하얀 영혼의 장갑을 끼더니 에르메스 신이 직접 만든 자신의 우상들을 보여 주었어.”
“그것은….”
앨리스는 마법사의 하얗게 질린 얼굴 때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모습은… 내가 2,500년 전에 그리스 마법학회에 갔을 때 봤던 에르메스 신전의 여 제사장들의 얼굴과 똑같았어. 경외로 가득 찬 얼굴로 에르메스를 섬기고 있더군.”
“예? 2,500년 전 마법학교요? 아니에요. 그들은 물건을 파는 점원이에요.”
앨리스는 황당해 하며 어제 만난 이 마법사라고 자칭하는 마술사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 의심했다. 하지만 아까 새로 변한 모습 때문에 앨리스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그들은 신의 사제들이야.”
마법사는 하찮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상품을 팔고 있잖아요!”
앨리스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신전의 거룩한 성물과 우상을 팔고 있지.”
마법사 바젤라도 체념한 듯이 말하고 있다.
“좋아요. 어쩔 수 없군요. 지금 이 첨단 디지털 사회에서 저더러 그 신화를 믿으라는 건가요? 그리고 그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믿으라는 건가요?”
앨리스는 상품이 신이라고 믿는 마법사의 지적 이해도와 수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마법사는 미개인이 아닌가?’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앨리스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마법사의 등에서는 노란색 불과 파란색 불이 피어올랐다. 앨리스는 너무나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불이 천장까지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마법사는 앨리스가 충분히 놀랐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등에서 타올랐던 불을 껐다.
“너는 이해하는 것만 믿는 건가?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이해지. 진정한 믿음에는 경외감과 신뢰감이 있어. 그리고 내가 미개인이 아니라, 정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네가 미개인이라고! 너는 내가 새로 변하고 불의 날개를 보여 주는 것은 믿으면서도 왜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지?”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미개인이라뇨?”앨리스는 자신의 생각이 들켜서 깜짝 놀랐다. 마법사는 가벼운 웃음으로 앨리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입으로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고, 눈으로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어.”
앨리스는 변명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마음을 들켜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알겠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구요. 그러니까 허구라구요. 판타지예요.”
“앨리스, 인간과 신의 차이가 무엇일까?”
“모… 모르겠어요. 인간은… 죽잖아요. 그래요, 인간은 죽고 신은 영원불멸하죠. 그게 차이 아닌가요?”
“그래, 지금 박카스 신이 죽었는가, 살았는가?”
“예… 박카스가… 박카스는 자양강장제인데….”
“그는 술이 아니라 다른 음료로 부활한 거야. 죽지 않았지. 죽지 않는 것이 신이라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그럼 박카스가 죽지 않고, 지금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링크제로 만들라고 해서 계속 존재하는 것인가요?”
“이제 이해를 하는군. 그것은 1단계야. 영원한 것은 신이다.”
앨리스는 무엇인가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법사를 보았다.
“물론 불완전한 개념이지만 인간들이 그렇게 정한 정의지.”
“그럼 신들은 자신들을 인간들과 어떻게 다르게 정의하죠?”
앨리스는 마법사에게 물었다.
“음… 이제야 앨리스가 진리를 알 수 있는 질문을 하는군.”
“예?”
“인간과 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공간의 차이야.”
“시공간 차이요?”
“신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지. 즉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고,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는다면 신이지.”
“아직 모르겠지만 느낄 수 있어요.”
앨리스는 커다란 눈을 굴리면서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마법사님은 인간의 세계에 있는 상품들은 수천 년 동안 존재했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숭배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잘나가다가 또 옆길로….”
마법사는 다시 한심한 얼굴로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어. 인간들은 자기들의 생각으로 보니까 할 수 없어.”
마법사는 자신의 나라인 오즈로 가기 위해서 일어났다.
“저… 잠깐만요! 마법사님, 그럼 이제 제 소원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원이 뭐지?”
“신처럼 영원히 살 수 있는 비결을 알려 주세요. 그리고 시간과 공간도 초월해서 그리고….”
앨리스는 말을 맺지 못했다. 너무나 큰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너도 신이 되고 싶은 것인가?”
“그것은 아니지만 신처럼… 아니 신의 경험을 하고 싶어요.”
“인간이기에 신이 될 수 없어.”
마법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무슨 소원이든지 다 들어 주시겠다고 했잖아요?”
앨리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인간은 인간을 신으로 만들지 못해. 하지만 너에게 신의 능력에 해당하는 힘을 줄게.”
“예? 신의 능력이오?”
“판타지.”
“판타지요? 무슨 말이죠? 판타지라뇨?”
“너는 에르메스를 상품이라고 보고, 나는 에르메스를 판타지라고 보고 있지. 너는 나에게 마술 기법을 하나 배워서 친구들에게 보여 줄 마음으로 나를 잘 대우해 주었어. 어찌되었든 나로서는 너에게 고마운 대접을 받았어. 이제 나는 마술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네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 줄 거야. 바로 그것이 판타지라는 거야.”
“큰 차이가 있나요?”
“마술사와 마법사의 차이지.”
마법사는 예전보다 좀 더 부드러운 얼굴로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마법사님, 그러면 판타지, 그러니까 브랜드는 영혼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음… 수준 이상의 깨달음이야!”
오즈의 마법사는 놀랐다.
“예?”

 

“아니, 내 말은 너무 함축적인 진리를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러면 이해가 어려울 텐데.”
마법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어려워요. 그냥 느낄 수만 있어요.”
“느낄 수 있다니?”
“음, 사람의 육체는 유통기한이 있잖아요. 상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일반적 시간 속에 트렌드라는 가속화 시간이 있어서 트렌드에 걸린 브랜드는 쉽게 노화가 되죠. 근데 영혼이 있는 브랜드는 영생을 하는 것 같아요.”
앨리스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지, 육체는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만 영혼은 초월하지.”
마법사가 호응 해주었다.
“트렌드, 상품의 자연적 라이프사이클, 모방 브랜드… 뭐 이런 것을 초월하려면 그 브랜드만의 영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관점으로 보니까 소비자들은 영혼이 있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숭배하는 것 같네요.”
“맞아,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지금 보니 인간들은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를 비롯해서 수많은 신들을 숭배하고 있어.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숭배하고 있다고.”
“예…. 이제 왜 마법사님이 그렇게 보는 줄 알겠어요.”
앨리스는 점점 더 알아 가는 얼굴이었다.

 

“그래? 너의 얼굴을 보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요. 진리에 가까이 온 것 같아요. 시장에는 필요에 충실한 상품, 욕구에 충실한 상품, 그리고 가치에 충실한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품의 가치라는 브랜딩 요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것을 눈에 보이게 하기 위해서 브랜딩 요소와 브랜드의 스토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바로 그거야. 상품은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지.”
마법사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예? 예! 준비됐어요.”
“주문을 따라해 봐. 아브라카다브라 라되가씨이말(Habracadabrah Ladegasimal)!!!!!!!!!!!!”
“예, 뭐요? 아브라… 뭐 말요?”
“아브라카다브라 라되가씨이말.”
마법사는 손을 하늘로 올리면서 다시 외쳤다.

 

위 이야기에서 머릿속에 남는 스토리를 적어 보자.
1) 어떤 내용이 인상적인가?
2)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여기서 주인공은 누구인가? (마법사 혹은 앨리스)
4) 갈등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브랜드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 ‘브랜드는 유기체다’라는 말에 대해서 실제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가 가지는 어떤 ‘생명력’에 공감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생명이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시작은 상품에 붙은 상표(마치 난자와 정자의 수정처럼)로 출발한다. 이때까지는 유기체 같은 느낌이 없다. 일단 시장에 나오기 전에(출생 전에) 이것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진화를 거쳐서 변화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을 만든 생산자도 자신의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 만약에 품질이 좋아서 잘 팔린다거나 가격이 저렴해서 잘 팔린다면 브랜드가 유기체라고 생각할 만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품질 대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데도 사람들이 열광한다면 이미 그것은 ‘상품에 붙인 상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이 시점부터 브랜드는 유기체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시점에서 브랜드를 정의한다면 ‘브랜드는 Commodity가 끝나는 시점에서 Identity로 바뀌어진 그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뼈와 같은 Identity가 구축되면 그 뼈에 근육 같은 ‘성격’이 구성된다. 그리고 피부라고 표현할 수 있는 느낌, 분위기, 메시지처럼 상품 매뉴얼에 없었던 보이지 않는 컨텐츠들이 생명체와 같은 ‘몸’을 만든다. 유기체라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할 수 있는 생명체인데 유기체가 된 브랜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유기체 같은 브랜드의 생명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것이다. 확인하는 것은 너무 쉽다. 만약에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시장의 10대 이슈 브랜드를 뽑아서 살펴보면 단순 유행 브랜드와 지속 성장하는 브랜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성장하는 브랜드의 대부분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해충 방제를 한다는 세스코의 게시판 이야기는 지금 보아도 지겹지 않다. 2000년 8월 1일에 시작한 질문의 개수는 2009년 10월 27일까지 약 16,636건이다. 첫 번째 질문은 ‘영주엄마’라는 아이디를 가진 소비자가 쥐며느리가 자주 보인다는 스토리로 심각한 ‘갈등’ 상황을 만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때 드라마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극적 해결이 필요하다. 세스코 측의 답변은 처음부터 재미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백과사전과 같은 답변으로 시작한다.

 

웃긴 것은 바로 마지막 멘트다. 그들은 항상 소비자에게 ‘행운’을 빌어 주었다. 세스코의 게시판이 재미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올리는 극적인 갈등 상황으로 쥐와의 싸움을 비롯한 바퀴벌레, 그리고 각종 모기의 공격에 대해서까지 다양하다. 세스코는 9년 동안 하루에 5건씩 주인공(소비자)의 갈등을 해결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세스코의 게시판 브랜딩은 온브랜딩ON-Branding(온브랜딩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7장에서 이어진다)의 대표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세스코는 분명 이야기로 성장한 회사다. 최근에는 ‘깨끗하니 여기서 먹자’라는 캠페인과 더불어 식당 기둥에 세스코의 마크를 확인하라고 한다. 음식은 맛있는 곳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곳에서 먹는 것이라고 속삭인다.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과 개성을 논의하고 분명히 하기 위해
소도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강한 생명력, 흔히 마니아성이 있는 브랜드를 찾아서 게시판에 가면 전설과 같은 그들의 간증이 가득하다. 《4D 브랜딩》의 저자 *토마스 가드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과 개성을 논의하고 분명히 하기 위해 소도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소비자가 기대하는 작품(꿈)의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말이다. 《전설이 되는 브랜드 만들기》 저자인 *로렌스 빈센트 또한 “전설적인 브랜드는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오랫동안 소비자의 열정을 유지한다. 평범한 브랜드와 전설적인 브랜드의 차이는 브랜드 설화(이야기)를 ‘활성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브랜드란 소비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는 브랜드에게 생명을 준다는 말이다.

 

 

* 토마스 가드(Thomas Gad)
스웨덴 태생으로 20년 이상 카피 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랜드 전략가로 활동하였다. 그레이애드버타이징인터내셔널에서 노키아, MS, P&G, 컴팩과 같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광고 관련 업무를 해왔고, 이후 퓨처브랜드닷컴이란 회사를 설립하여 유럽 굴지의 기업들에게 브랜드 전략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 로렌스 빈센트(Laurence Vincent)
LA에 있는 마케팅 기획사인 ‘카바나 그룹’의 전략담당 실장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영역과 주요 소비재 브랜드의 마케팅 제휴 전문가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Cinema & Television’을 전공 하였고, 같은 대학의 ‘Marshell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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