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한때 필자는 패션 분야에서 트렌드 리더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옷을 사서 며칠 입고 다니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온통 필자와 비슷한 옷을 따라(?) 입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필자는 아주 진지하게 이런 착각 속에서 패션 리더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패션업계로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그것이 심각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때 필자는 패션 분야에서 트렌드 리더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옷을 사서 며칠 입고 다니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온통 필자와 비슷한 옷을 따라(?) 입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필자는 아주 진지하게 이런 착각 속에서 패션 리더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패션업계로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그것이 심각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필자가 패션 리더가 아니라 필자가 옷을 샀던 그 가게의 주인이 패션 리더였다. 주인은 동대문에서 트렌드와 스타일 면에서 잘 팔리는 물건을 가져와 싸게 파는 뛰어난 상인으로서 필자가 주로 샀던 옷은 그 매장에서 잘 팔리는 옷 중에 옷이었다. 그러니까 아무것이나 사도 트렌드 혹은 스타일에서 뛰어난 옷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필자의 스타일에 트렌드를 맞추어다기보다는 벽에 걸려 있는, 코디된 상품을 보고 그대로 입는 수준이었다. 그 후 필자는 여러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진짜 트렌드 리더와 패션 리더를 찾는 일을 했다. 필자처럼 착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시장의 미래 아이콘을 가진 사람을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림 9-1>의 도표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조할 뿐이다. 이 그림은 너무나 논리적이어서 시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해가 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연 시장은 다섯 개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단계별로, 그리고 층별로 구성될까?
*유니클로라는 패션 브랜드는 전형적인 ‘후기 다수층’을 겨냥한 국민 브랜드다. 하지만 패션 리더들이 유니클로를 입는다면 이 도표를 응용해 어떻게 전략을 짤 수 있을까?
필자가 아는 사람 가운데 그야말로 패션 리더 중의 리더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카메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라 네이버 쇼핑 검색에서 나타나지 않는 200만 화소 카메라다. 반면에 MP3 플레이어는 최신형만 골라 사용한다. 하지만 신발은 누구나 신는 나이키 보급형(?)만 신고 다닌다.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선택하는 기준이 다른 사람이다.
또 다른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는 모든 전자 제품의 트렌드 리더다. 하지만 카메라 외의 모든 것들은 88올림픽 때 샀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떤 시계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의 카메라 리뷰를 보고 자신의 제품도 카메라 리뷰처럼 써 달라고 했다. 과연 잘 썼을까? 이 두 명보다 더 헷갈리는 사람이 있는데, 전형적인 명품 마니아다. 스타일과 트렌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직 새 시즌에 나온 신상품은 무조건 사는 그런 타입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패션 리더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을 <그림 9-1>과 같은 도표에 집어넣고 흔들어 버린다고 소비자가 비율에 따라 정리 되지 않는다. 굳이 그림으로 그려 보라고 하면 <그림 9-2>처럼 시장 안에는 무조건 신상품에 반응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특정 브랜드에 대해서만 신상품을 선호하는 브랜드 어답터(brand adopter), 뉴욕과 도쿄의 트렌드를 소화한 뒤 명동과 압구정에서 트렌드를 재해석해 보여 주는 트렌드 리더(trend leader), 시장의 리딩 혹은 명품 브랜드에 맹목적인 브랜드 마니아(brand mania),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 주기 위해 트렌드와 브랜드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스타일 시커(style seeker)들이 겹치고, 뭉치고, 범벅 되어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트렌드와 뉴스, 스타일의 끝단에 있는 사람들로서 시장을 ‘번쩍’ 들어 움직이기도 하지만 ‘반짝’거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
만약에 브랜드를 트렌드를 활용해 성공시키려고 한다면 (식상한 대답이지만) ‘누가 그 트렌드를 만들까’와 ‘누가 그 트렌드를 주도할까’를 알면 된다. 어느 때는 브랜드 마니아가 처음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바로 트렌드 리더가 그것을 알아차려서 소화한다. 스타일 시커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이것을 본 브랜드 생산자는 트렌드를 자신의 브랜드 관점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상품을 급히 만들어 낸다. 브랜드 어답터와 마니아들은 다시 이것을 트렌드화 시킨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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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브랜드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고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소비자 집단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상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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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으면 트렌드를 만드는 소비자를 찾아라.’ 1990년대 후반까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겨울에 눈 내리는 이야기’라고 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웹 세상으로 온브랜딩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이 제품을 구매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혹은 직업적) 블로거들 때문에 이 또한 점점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트렌드를 몰고 다니거나 몰고 오거나 브랜드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을 뱀파이어라고 부른다. 낮에는 보이지 않고 오직 저녁에 돌아다니면서 트렌드가 충만한 지역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러 사람에게 트렌드와 스타일을 감염시켜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지름신(충동구매)을 강림케 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낮이 되면 사라지는 것처럼 그들도 트렌드와 신규 브랜드에 따라 움직였다. 그들은 오늘을 어제처럼 살지 않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시장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8년 10월 미국 오하이오 주립 경찰서에 수십 대의 방송 차량이 몰려왔다. 그 이유는 1975년부터 1985년까지 오하이오 주에서 발생한 18명의 여성 실종과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잡혔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은 것은 끈질기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노장 경찰의 탐문 수사가 아니라, 1985년 마지막 피해 여성의 시체 옆에 범인이 피우다 버린 담배 필터에 묻어 있는 DNA를 조사한 CSI 소속 과학자였다고 한다(아직도 믿기지 않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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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밝혀지거나 자신의 것을 누군가 모방하면 그들은 사라진다.
정보 공유에 대해 이타적이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완성시키는 스타일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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