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의 심리가 99%의 경제를 좌우한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뱀이 자기 꼬리를 먹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끝까지 먹을 수 있다면 머리만 남을까, 제일 먼저 먹었던 꼬리가 다시 나올까? 이런 상상은 불황이 되면 브랜드가 그동안 쌓았던 신뢰를 ‘현금’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다. 뱀이 꼬리를 먹기 시작하던 2008년 11월의 모습을 기억해 보자. 가장 심하게 균열과 붕괴의 위험을 예측했던 시장은 자동차와 주식시장이었다. 그런데 2009년 11월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동차 같은 경우 이 책을 쓰고 있는 2009년 11월 현재 신형을 구입하려면 번호표를 뽑고 평균 4개월은 대기자로 기다려야 한다. 미국 대공항 이후 100년 만에 왔다는 불황치고는 우리가 현재 맞닥뜨린 시장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뱀이 자기 꼬리를 먹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끝까지 먹을 수 있다면 머리만 남을까, 제일 먼저 먹었던 꼬리가 다시 나올까? 이런 상상은 불황이 되면 브랜드가 그동안 쌓았던 신뢰를 ‘현금’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다. 뱀이 꼬리를 먹기 시작하던 2008년 11월의 모습을 기억해 보자. 가장 심하게 균열과 붕괴의 위험을 예측했던 시장은 자동차와 주식시장이었다. 그런데 2009년 11월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동차 같은 경우 이 책을 쓰고 있는 2009년 11월 현재 신형을 구입하려면 번호표를 뽑고 평균 4개월은 대기자로 기다려야 한다. 미국 대공항 이후 100년 만에 왔다는 불황치고는 우리가 현재 맞닥뜨린 시장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08년 11월, 시장에서는 진기한 풍경이 있었는데 여러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경제 연구소들을 기웃거리며 10년 전 IMF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대를 겪었던 대부분의 사람은 이직이나 퇴사, 전직을 해서 2008년 불황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회사에 없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미래에 대한 전략 보고서는 많이 만들지만, 자신들이 시련을 겪고 다음 시기를 준비하는 대책과 대안의 자료는 거의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2009년 11월 날짜로 신문 자료를 검색해 보면 10년 전 IMF 때 화려하게 살았던 브랜드의 이름들이 다시 재방송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불황은 호황에 있다. 독자 중에 자신의 산업 및 업종 분야에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과연 어떤 기업과 브랜드가 사라졌는지, 그리고 창조되었는지 살펴본다면 ‘불황에서 활황 원칙’ ‘불황이 만든 호황’ 그리고 ‘불황에서의 브랜딩 법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관점으로 1년 전 상황을 파악해 본다면 똑같은 패턴으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브랜드를 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심각한 불황이 올 것이라는 말은 1996년부터 들었다. 실제로 불황의 일시적인 체험을 한 것은 IMF 때다. 하지만 필자는 불황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불황 속에서의 호황’을 믿는다. 한 예로 스타벅스는 불황의 절정인 1999년 초고가 커피로 런칭해서 성공했다. 전 국민이 금을 모아 달러 빚을 갚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세계 명품 브랜드는 여전히 두 자리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불황인가?

 

가뭄이나 혹한이 찾아오면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자기 보호 프로그램을 본능에 따라 작동시킨다. ①땅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양서류) ②정자를 자궁에 보관한다 ③번식 호르몬을 조절한다 ④서로 잡아 먹는다. 생존 방식이 어떻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식물들은 ‘위기’에 대비한 생존 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도 불황이 오면 즉각적인 단계별 프로그램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①광고비를 줄인다. ②전반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③경비를 절감한다. 여기까지는 수동적인 보호본능이다. 다음 단계부터가 브랜드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일이다. ④30~70% 할인을 한다. ⑤기획 상품을 생산한다. ⑥직원들을 구조조정한다.

 

 

생존 방식이 어떻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식물들은
‘위기’에 대비한 생존 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4단계부터는 ‘현금’이 필요하기에 급기야 지금까지 축적한 모든 가치를 ‘할인’이라는 명목 하에 모두 소진시켜버리는 것이다. 일단 세일을 하면 ‘브랜드의 진정성’은 사라진다. 세일하는 순간 할인 비율만큼 브랜드 가치도 깎인다. 유사한 예로 항상 할인을 하던 모 남성복 브랜드에서는 더 이상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가격은 내리되, 세일은 정기적 기간에만 하겠다고 선언했다(6개월을 견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을 비롯하여, 소비자들에게 할인 기간에만 구매하는 브랜드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황에도 세일을 안 하는 브랜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불황에서 세일을 해도 팔리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기획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기획’이라는 말 때문에 전략적인 냄새가 나지만, 이것은 ‘본능적 생존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획 상품의 정체는 ‘질 낮고 싼 상품, 하지만 마진이 좋은 상품’이다.

 

시쳇말로 브랜드 품질은 ‘묻지마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품은 세일보다 6개월 정도 더 효과가 있다. 이 단계까지 끝나면 기업마다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드디어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먼저 떠나는 것은 A급 직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은 대부분 2단계와 3단계 중간에 일어나지만, 본격적으로 모두 떠나는 것은 6단계다. 그래서 6단계에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기업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직원에 의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당한다고 볼 수 있다. 6단계가 지나면 기업 M&A가 들어오고 결국 도산되거나 땡처리 업자(재고 상품 전문 판매 기업)에게 브랜드와 상품이 팔려 나간다.

 

앞서 말했듯이 불황이 되면 불안한 기업은 신상품을 줄이고, 현금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덤핑으로 판다(바로 이것을 브랜드의 제 살 깎아 먹기라고 한다). 가격은 브랜드의 성감대(性感帶)로서 가장 자극적이고 말초적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당장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종전까지 제값 주고 산 브랜드들의 무참히 인하된 가격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낀다. 그것은 브랜드 성감대(anger zone)(분노 영역)기도 하다. 소비자는 싸다고 매력이 없는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그러면 소비자의 탐색 기간은 더 길어지고 시장에서 소비자 구매력은 계속 하향한다. 그럴수록 마케터들은 계속 축소의 마케팅을 한다. 뱀의 머리와 꼬리는 마케터일까, 소비자일까?

 

동물들은 자연재해나 자신의 위기를 기본적으로 감지하여 스스로 조절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에게는 이런 기능이 없다. 불황 속에서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위기관리 기능 부재는 브랜드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잘나가는 브랜드일수록 불황에 따른 위기관리 프로그램도 없다. 불황이 오면 견디다 못해 결국 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 브랜드의 불황 잔혹사다.

 

 

불황이 되면 호황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불안을 매우 육감적으로 정의했다.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그의 정의가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 본 듯하며 친숙한 공식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브랜드는 욕망의 하녀다’라는 마케팅 법칙 때문일 것이다. 특히 뇌쇄(惱殺)적인 산업군의 전투적(?)인 성향을 가진 마케터들은 ‘불안’과 ‘욕망’ ‘브랜드’를 한 덩어리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불안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본능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과 보호를 위한 반사 작용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마케팅 바닥에서 닳고 닳은 마케터들이 시장의 트렌드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리더들에게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이 흑마술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케터들은 신규 브랜드 안에 글로벌 트렌드, 새로운 디자인, 허영심, 사치, 경쟁심, 체면과 욕망을 적당히 섞어 넣어 구매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든다. 마케터들은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것의 독성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불황이 되면 호황에 사용하던 이런 불안은 잘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고, 그 동안 소비 영역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던 머리를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불황이 되면 ‘소비자들의 소득은 적어졌지만 어떻게 하면 소비를 통해 편안함을 느낄까’ 혹은 ‘싸지만 럭셔리한(chip luxury) 것을 구매할 수는 없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하게 된다. 내가 과거 불황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지극히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소득이 회복될 때까지 대출을 받거나 적금을 깨는 행동을 보인다. 그래도 소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소비재를 줄이는 것과 같은 다른 방법도 찾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낡은 신발이나 옷, 양말을 새로 구매하지 않는 아주 간단한 방법까지도 동원한다. 한 가구의 수입 중 15%를 소비재로 지출하기 때문에 소비재를 줄이는 것은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현상이 물론 의류 소매점에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할 만한 브랜드가 필요할 것이다.

 

불황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소비 경험을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비 자체를 줄이기도 하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소비를 경험하기도 한다. 비록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낄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정적인 문제를 잘 헤쳐 나간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직장을 유지하고, 심지어 연봉을 높이기도 하며, 평상시 자신이 갖고 싶어 했던 제품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업이나 마케터들은 불황 속에서도 다르게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의 가격이 굉장히 싸더라도 구매 의사가 전혀 없지만, 또 다른 사람은 프리미엄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마케터들은 반드시 이러한 소비자들의 유형을 구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스위스 태생의 영국 작가이자 철학자다. 200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으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불안》 등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 팀 하포드(Tim Harford)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며, BBC의 TV 시리즈 ‘Trust Me, I’m an Economist’의 진행자로도 유명하다. 저서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경제학 콘서트》가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9 p48 참고

 

 

《퓨처 파일》을 쓴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은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을 이렇게 제시해 주었다. “사람들은 불황에 안전성과 안도감, 통제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브랜드를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개개인들의 저축 방식은 우량주 혹은 위험률이 낮은 채권과 같은 안전한 길을 택하려 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한 직장에 머물고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하며,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더욱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오가닉 워터와 같이 다소 ‘어리석은’ 소비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허용할 만한 탐닉(per-missible indulgences)’을 채워 줄 오가닉 워터와 같은 시장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안정감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제품들 역시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는 또 다른 기회 시장이다. 그러한 상품들이 얼마나 효용이 있는가를 기술력에 근거하여 설명할 수도 있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실제로 그 상품을 사용한 뒤에 사람의 표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것이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 그리고 한때 훨씬 안정적이고 확실한 시대에 살았었다는 ‘향수’를 자극할 만한 제품들 또한 인기일 것이다.”

 

 

* 리처드 왓슨(Richard Watson)
컨설턴트이자 연설가로, 글로벌 기업과 정부 단체에서 미래에 관한 강연 활동을 주로 한다. 퓨처 익스플로레이션 네트워크(Future Exploration Network)의 수석 미래학자로 버진아틀랜틱 항공, IBM, 도요타 등과 함께 미래의 각종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일을 해 왔다.
유니타스브랜드 Vol.9 p52 참고

 

 

불황에서 호황의 규칙이 그 정체를 드러냈다. 불황에서 명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부피가 크고 고가인 상품보다는 작고 실용성 있는 작은 사치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이제 1999년 IMF 때 런칭한 스타벅스에서 불황의 호황 법칙이 보이지 않는가? 평상시에 라면을 전혀 먹지 않던 친구가 집에서 신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을 보았다. 친구는 마지막 국물을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아끼려고 라면을 먹지만, 아무리 없어도 1위 브랜드 라면을 먹어야지.” 라면 중에서는 비싸고 사치스러운(?) 신라면은 친구의 마지막 남은 체면과 자존심이었다.

 

불황에 소비가 과연 사라지는 것일까? 도대체 불황일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속옷 산업에는 어떤 소비 메커니즘이 있을까? 불황인데 왜 고급 카메라 기종은 더 많이 팔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동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나 최근의 부분적 불황에 매우 혁신적인 브랜드가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욕구의 출현이다. 영국의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한눈에 보는 마케팅 플랜》의 저자 *피터 나이트에게 영국의 상황과 시장 변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8년 불황 당시에 영국에서 차(tea)의 판매는 고공 행진 중이었다. 확실히 영국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에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 온라인 데이팅(online dating)은 매달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호황 중이다. 진정한 브랜드는 불황인데도 더 큰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 불황에도 호황하는 브랜드는 어느 곳에나 있다.

 

 

* 피터 나이트(Peter Knight)
유니타스브랜드 Vol.9 p46 참고

 

 

불황에서의 호황 법칙, 지금까지의 호황 법칙은 사라진다

피터 나이트는 호황 법칙을 알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고전들은 찢어버려야 한다. 과거의 영광이었던 성배(Holy grails)들도 모두 내던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경제 상황이며, 이는 새로운 사고와 급진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관건이다. 소비자들은 예전에 기업이 그려 놓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음을 종종 느낄 것이다. 과거처럼 큰 카테고리로 그들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새로 등장한 신종 부족의 한 객체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만을 바라보고 모든 전략과 브랜딩을 새롭게 구축할 것인가? 사실상 급한 상황에서는 본능과 직관이 이성과 전략보다 더 빠르게 작동한다. 급하게 소비자의 변화만을 좇다가는 인간의 고질적인 낙관적 혹은 주관적 판단으로 엉뚱한 결론을 내리곤 한다. 《부의 패턴》을 저술한 세계 경제 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는 보다 전략적인 법칙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불황기에 기업들이 세워야 하는 목표는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무너지는 경쟁자들의 시장점유율을 얻어 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GM은 대공황 이후에 포드가 1920년대 초반부터 지배하고 있던 시장점유율을 따라잡았다. 포드와 달리 GM은 재정 관리와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1930년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 비록 GM은 불황기에 주가와 이윤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지만, 재정을 관리하고 시장점유율이 성장한 덕분에 현금 흐름이 좋아졌다. 그 결과 GM은 1930년대에 포드를 영원히 따돌렸다. 따라서 변화하는 인구 통계학적 상황에 맞게끔 베스트 브랜드와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철저하게 줄이고, 장기적으로 기업 효율성이나 성장률과 관계가 없더라도 현금 흐름을 만들어 불황기의 말미에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자산을 저렴하게 매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아서 생존 가능성이 약한 경쟁자에게 승리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황기에는 소비 패턴이 변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경쟁자의 실패를 염두에두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적의 실수가 나의 성공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가 더 찾아보아야 할 것은 GM과 포드의 싸움에 구경꾼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와 같은 자동차 브랜드다. 그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불황에 늪에 빠진 이들을 공격했다. 독일의 마케터이자 《다섯 가지 성장코드》를 저술한 *볼프람 뵈르데만은 일본 자동차의 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 볼프람 뵈르데만(Wolfram Wordemann)
국제적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BWP(Buchholz Wordermann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 파트너 안드레아스 부흐홀츠(Andreas Buchholz)와 저술한 《다섯 가지 성장 코드》는 독일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그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유니타스브랜드 Vol.9 p32 참고

 

 

“최근 미국의 대형 SUV자동차의 위기 속에서,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놀라운 약진(躍進)을 했다. 그들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헤게모니를 뒤엎고 더 작고 경제적인 SUV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과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것이다. 결국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이 시장을 미국SUV 자동차 업체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불가능한’ 높이까지 도약시켰다. 일본의 소형 SUV 자동차의 약진이 불황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첫째, 미국인들은 원래 크고 연기를 많이 내뿜는 SUV를 사랑했다. 둘째, 미국인들은 일본의 SUV가 아닌 미국에서 만든 오리지널 SUV를 사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셋째, 세단 위에 SUV를 얹고 심지어 비포장도로에서는 탈 수 없는 일본의 SUV는 그들에게 진짜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SUV 시장에 몇 번의 대형 위기가 찾아왔고, 이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그 위기 중의 하나가 기름 값이 올랐다는 사실인데, 기름 값이 경이적으로 상승하자 사람들은 더 저렴하고 경제적인 차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경험한 압도적인 성공 이유의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게임 체인징 아이디어’는 그들의 작은 SUV를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 창조에 있다. 그저 ‘wannabe copy(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에 지나지 않던 그들의 차를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포함하고, 오프로드 자동차와 세단의 완벽한 ‘크로스브리딩(cross-breeding, 염색체 교차 배열로 인한 품질 개량)’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이다. 오프로드 자동차와 세단, 이처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간단한 사고의 전환으로 미국에 뿌리박힌 SUV 시장의 부정적인 트렌드를 없애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붐까지 만들어 냈다.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물론 지금 그 누구도 일본 차를 ‘wannabe copy’로 보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만약 미국차 시장이 호황이었다면 이처럼 큰 변화는 절대로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이다.

 

 

불황이 되면 불황 전까지 기업이 주도적으로 소비자를 이끌던
‘거만한 마케팅 법칙’들은 사라진다.
오직 고객 중심, 고객 이익 증대, 고객 우선, 고객 가치 창조와 같은
‘고객 원칙’만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러한 위기는 경쟁적인 힘의 관계에서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 구조를 창조한다. 정리하면 많은 기업이 불황일 때 동면에 들어간다. 그들은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대신 그들의 행동과 예산을 동결시킨다. 어떠한 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행동들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CEO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전략 보드 앞으로 돌아가 기회를 돌아보고 현재 경쟁 게임의 규칙을 뒤집는 것이다. 격동하는 시장환경에서 기업, 소비자, 유통업자들은 행동을 재빨리 바꾸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안정된 호황기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미 습관화된 구매 패턴이나 행동 패턴을 포기한다. 이러한 특이 현상은 발 빠른 마케터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회로 찾아온다. 과거 호황기에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던, 불가능했던 경쟁우위를 발견해 시장의 지배자를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변화를 읽어 기회를 찾는 일도 있지만, 기업의 변화를 읽는 방법도 있다. 기업은 갑자기 닥친 불경기라는 거대한 시련 속에서 최고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한다. 호황일 때 기업은 주로 기술적인 제품 혁신과 대중적인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다. 그러나 불황일 때는 과거의 관습적인 사고 패턴을 부수고, 심지어 전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바로 이럴 때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경쟁 우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규칙은 ‘불황에서 활황의 경쟁 우위를 발견하고, 규칙을 변경하여 경쟁에서 승리하라’이다. 물론 이렇게 정리된 문장을 보면 참으로 쉬워 보이지만, 불황에서는 불안해서 이처럼 잠시 동안만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규칙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방법에 따라서 필자도 이와 같은 법칙으로 성공한 브랜드들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IMF 외환위기에 시작했고 지금까지 성장한 브랜드를 찾는다. 둘째, 불황일 때 오히려 호황하는 브랜드 속성 값을 찾는다. 셋째, 이번 불황이 끝나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활황의 DNA를 가진 브랜드를 찾는다. 그래서 찾은 브랜드가 불황에 런칭한 웅진코웨이, 한솥도시락, 잡코리아와 이번 불황에 유독 강했던 유니클로와 원어데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들이 가진 통합 강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불황이 되면 불황 전까지 기업이 주도적으로 소비자를 이끌던 ‘거만한 마케팅 법칙’들은 사라진다. 오직 고객 중심, 고객 이익 증대, 고객 우선, 고객 가치 창조와 같은 ‘고객 원칙’만 존재한다. 이 다섯 개의 브랜드들은 마케팅 법칙에서 흔히 말초적 공식이라고 불리는 ‘불안’을 자극하지 않았다. 고객 원칙에 입각한 전략, 즉 소비자를 응원하고, 안정감을 주며,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을 주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다섯 개 브랜드들은 소비자들과 함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시대정신’으로 소비자들에게 ‘구매’대신 ‘동참’을 요구했다. 결국 그들이 불황 속에서 활황하는 이유는 ‘브랜딩’이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만나고 나서 아주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물리학과 심리학은 같은 것을 다르게 인식할 뿐”이라고 프로이트와의 만남을 평가했다. 도대체 상대성이론과 정신분석학이 어떻게 쌍을 이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마케팅과 정신분석학은 사람을 소비자로 볼 것인가, 환자로 볼 것인가의 차이일 뿐, 결국 ‘같은 것’을 다룬다. 불황이 되면 마케팅 전략 서적은 덮어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브랜드는 호황할 때 자신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호황으로 덧칠한 자본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과격하게 말한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주주 가치 극대화는 미친 짓”이라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개종을 선언했고, GE의 현 회장 *제프리 이멜트는 “1990년대에는 강아지라도 사업할 수 있었다”고 개탄했다. 도대체 강아지들이 경영하던 미친 짓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지금 필요한 것은 전략보다는 사람(소비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마케팅과 심리학의 중간 학문이라고 불리는 ‘브랜딩’은 제품보다는 가치, 기능보다는 관계, 상표보다는 영혼을 다루는 학문이다.

 

 

* 잭 웰치(Jack Welch)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약 20년동안 GE의 8대 CEO로 활약했다. 그는 취임 후 국제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사업을 제외한 GE의 나머지 분야를 모두 정리하고 ‘6-시그마 운동’ 등 탁월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과 리더십을 보여 GE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1982년 GE에 입사한 이후 GE메디컬시스템스의 사장으로 연간 매출을 60억 달러로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잭 웰치의 뒤를 이어 GE의 9대 CEO가 되었다. GE의 실질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시장에서 활황 에너지를 가진 브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불황 자체를 오히려 경쟁 브랜드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불황을 자사의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 포지셔닝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불황을 통해 신규 시장을 생성하고, 독점하고 있다. 불황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황 안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도 처음부터 명품은 아니었다. 대부분 차고, 다락방, 헛간, 다른 사람의 매장 한 켠 그리고 창고에서 시작한 브랜드며, 끔찍한 경제 불황에 직면하면서도 여기까지 버텨 온 브랜드들이다. 지금의 명품들이 명품이 된 것은 고난을 통해 진주 같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철학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불황 속에 우리는 시장의 세 가지 모습을 살펴야 한다. 바로 현실, 사실 그리고 진실이다. ‘현실’적으로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불황에서 활황의 인자를 가진 슈퍼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다. 이것이 불황의 ‘현실’이며, 호황에 ‘사실’로 드러나는 브랜드의 ‘진실’이다.

 

“불황에서 성공의 법칙은 고객 가치라는 원칙뿐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의 ‘실행’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한 길은 오르막길이다. 그러므로 속력으로 신기록을 세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타이밍을 읽어야 한다. 불황이야말로 시장이 주는 최고의 타이밍이다. 불황에서 탈출하려 하지 말고 이용해야 한다. 불황에서는 날카로운 전략보다는 세심하게 심리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1%의 관심이 99%의 성공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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