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자이너의 출현
고객과 디자이너가 경험을 디자인, 디자이너와 고객이 가치를 창조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스테파노 마르자노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입사 후 30여 년을 필립스와 함께 했고,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필립스 디자인(Philips Design)의 CEO로 약 20년간 필립스를 대변해온 스테파노 마르자노는 필립스라는 브랜드와 그 디자인이 무엇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굿디자인을 하기로 손꼽히는 필립스의 디자이너로서 콧대 높은 발언을 할만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디자이너가 이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필립스의 디자인은 ‘진짜 사람들’에게서 얻은 영감으로 시작해, 마지막 순간에 디자인을 선택하고 체험하는 고객에게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필립스가 현재의 브랜드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가장 ‘고객’ 가까이에서 디자인이 완성되도록 힘써온 그를 통해 휴먼 디자인 브랜드의 실체를 들여다 보았다.

The interview with 스테파노 마르자노(Stefano Marzano)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디자이너로서 당신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관점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브랜드는 ‘등대’라고 생각합니다. 제 견해로는 이런 명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광고와 PR까지 더해지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밝은 빛을 내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것이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겠죠. 만약 당신이 보트를 타고 가다가 바위에 걸려 좌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 길이 잘못된 항로임을 깨닫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는 나의 선택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들어설 수 있는 ‘신뢰 의 입구’와 같은 것입니다. 잘 가꿔진 브랜드가 사람들이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지요.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를 사랑하고자 마음 먹으면 그 브랜드에서 고결함(Integrity), 확신(Confidence) 그리고 신뢰(Authenticity)를 찾고 싶어합니다. 디자인의 역할은 이 세 가지를 조율하는 것이며, 브랜드에 있어 고객 접점이 되는 부분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련의 구매 경험에서, 상품이 매장에서 고객을 만날 때부터 마침내 고객과 상호작용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브랜드의 현시”로서 디자인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정말 ‘필립스’이기 때문에, 필립스의 디자인이기 때문에 믿고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필립스는 기업이 세워진 초기부터 지금처럼 디자인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왔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많은 기업들도 그들의 조직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디자인은 기술과 마케팅과는 달리 독립된 포지션을 가집니다. 디자인만의 매우 특화된 역할과 업무가 있었던 것이지요. 더 진화된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인은 마케팅이나 기술과 동등한 위치로 기업의 다른 부서에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자 원천입니다. 기술이나 마케팅 등 어느 부서의 하위 개념으로 포함될 부분은 아닌 것입니다.

 

80여 년 전쯤 필립스 초창기 시절의 디자이너들은 상품 개발의 마지막 단계, 즉 이미 기술적인 부분이 모두 결정된 상태에서 상품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정도로만 참여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디자인이 그리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품이 점점 소형화되고, 과거에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던 분야의 기술들이 상호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상품을 디자인할 때 아주 세부적인 기능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이 자유로워져 디자인 자체에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을 하는 지금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을 하고 계십니까?
필립스 디자인은 디자인에 대해 매우 광범위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도 디자인을 ‘사람’에 관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 혹은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연결되어 있는지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또한 저희 가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문화 인류학 등의 휴먼 사이언스(Human sciences) 로부터 방법론과 통찰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른 학문을 바탕으로 사람에 관해서 얻은 지식들이 기술이나 기존 지식과 결합되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의 미적 디자인 원칙들을 적합한 형태와 컬러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기호학적으로 사물을 받아들이고, 감각 코드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합니다. 따라서 이런 디자인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말 그대로 ‘옳은 언어(right language)’로 고객과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기업으로서 상업적인 현실과 적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것과 디자인을 적절히 조합해야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기술의 갭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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