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태풍, 그 안의 핵을 찾아서
바람은 볼 수는 없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있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은희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 이 글은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 트렌드인코리아 이은희 대표, 퍼스트뷰코리아 이현주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극심한 변화 속에서 트렌드를 읽는 것이 100%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읽지 못하면 100% 실패하는 것은 보장한다.” ? 피터 드러커

※ 이 글은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 트렌드인코리아 이은희 대표, 퍼스트뷰코리아 이현주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 번쯤은 어렸을 적(심지어는 꽤나 나이가 찬 고등학교 때에도) 포장용 비닐 에어켑(일명 뽁뽁이)을 터뜨리는 손 맛 때문에 동생과 다투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세계적인 완구회사 반다이는 그들의 신상품으로, 일명 ‘무한 뽁뽁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정식 명칭은 ‘푸치푸치(Puchi Puchi)’이다. 요는 이렇다. 뽁뽁이를 떠뜨리는 손 맛을 맘껏 만끽하면(약 100회 정도 누르면) 그 손놀림의 대가로 일정한 보상을 한다. 무작위로 들려 주는 개 짓는 소리, 섹시한 여성음성, 트림소리, 방구소리 등이 그것이다. 국내에는 올 9월에 정식(? 이미 온라인 상에서는 예전부터 팔렸다)으로 출시될 이 상품은 이미 온라인상의 얼리어답터들에게 전해졌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이슈를 낳고 있다(그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확인 가능하다). 도대체 정교한 디테일로 꾸며진 프라모델과 각종 전자 게임기까지 출시한 이반다이사가 무엇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일까? 게다가 이 상품은 제 1회 일본 장난감 대상에 출품된 134개 회사, 3만 6,000개의 출품작 중 대상을 거머쥐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뽁뽁이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fashion과 추세trend는 다르다

‘최신 트렌드라면 햅틱정도는 돼야지, 웬 아날로그식 뽁뽁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트렌드와 유행을 혼동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행 =트렌드’라는 잘못된 등식이 만연하게 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트렌드에 항상 민감하고 그것을 제일 빨리 적용시키는 패션계가 ‘Trendy=유행에 민감한’이라는 오역을 만들어 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유행(fashion)’은 ‘일시적 유행(fad)’이 좀 더 사회에 안착된 단계를 말하며, ‘추세(trend)’는 유행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약 5~10년) 사회 전반에 나타난 경우에 붙일 수 있는 말이다. 그러한 추세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났을 뿐 아니라 고착화 되면 드디어 ‘전통(tradition)’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시대의 트렌드가 뭐요?’했을 때 ‘웰빙 혹은 에콜로지’라는 대답은 사실상 틀리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런 대답은 진부하게 느끼고 있다. 트렌드를 유행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건강 팔찌부터 시작해서 유기농 식품, 저 타르의 담배, 저 칼로리 식품 등의 범람이 유행이라면 이것의 기저에는 ‘웰빙’이라는 트렌드가 깔려 있는 것이다.

 

“트렌드라는 것은 우리나라 말로는 ‘쏠림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적 동기요소가 투영된 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죠.” -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트렌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의 요소요소에서 느껴지는 사회 전반의 경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트렌드인코리아 대표 이은희

 

다시 반다이의 무한 뽁뽁이로 돌아와 보자. 이제 이것이 왜 트렌드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듯, 트렌드는 훨씬 큰 그림이자 사회 기저에 흐르고 있는 큰 맥락이다. 그래서 햅틱과 뽁뽁이는 유행의 시기와 강도는 틀릴 수는 있어도 같은 줄기의 트렌드이다. 공통점은 ‘손에 감동을 주는’이다. 우리는 뒷짐을 지고 살아도 될 만큼 손이 점차 퇴출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그만큼 손에서 느껴지는 본능적 감각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한 내적 동기요소를 해결해 주기 위해 나온 상품으로서 뽁뽁이를 이해 한다면 왜 트렌드 상품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감각에 대한 본능적 욕구는 그 범주를 점점 넓히고 있다. 그래서 더 상위 단계인 ‘오감에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내었다. 오감 마케팅, 체험 마케팅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단지 이러한 마케팅 툴을 유행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유사 용어들이 나오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상품에서도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서 아이콘의 움직임을 보는 시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접속과 동시에 느껴지는 진동, 소리를 통해 더 큰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손을 가져다 대는 햅틱 이외에 더 큰 ‘손의 감동’을 주는 것이 홍콩의 디자이너 티모 웡(Timo Wong)의 컨셉 휴대폰 셀즈(Cells)가 아닐까 한다. 단순한 버튼 누르기를 넘어서 엠보싱의 느낌으로 손에 더 큰 자극을 주는 휴대폰이다. 이러한 추세 즉, 손맛 및 감각을 중시하는 트렌드는 계속 지속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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