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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주소 시즌2 / Vol.19 브랜드의 미래 (2011년 02월 발행)

달아나라, 달아나라, 블루투스의 계속으로부터 달아나라. 거대한 빛에 반대되는 모든 것이 기억을 잃으리니

1

“이제 정신이 들어요?”
K는 밝게 빛나는 등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분은 어때요?”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살짝 눈가에 잡힌 주름이 멋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의사였다. K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다른 부위도 그렇지만 뇌를 많이 다쳤더군요. 지난 사흘간 응급실에서 애를 써준 덕분에… 아 참 그러고 보니 그 주인공이 여기 있군요. 닥터 장? 이 분이 당신의 생명을 구한 겁니다.”
의사는 살짝 몸을 틀어 닥터 장이라 불리는 약간 앳되어 보이는 의사를 소개했다. K는 눈빛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의사는 닥터 장의 가벼운 답례를 확인한 후 다시 K를 바라보았다.
“일단 큰 위기는 넘겼습니다. 사고 규모로 봐선 거의 기적이라고밖엔 달리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군요. 하지만 당분간은 절대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아셨죠?”

K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안심한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 봅시다. 지난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K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의사의 입가에 안심어린 주름이 살짝 잡혔다 사라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닥터 장이라 부르던 이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혈압, 맥박 체크하고 계속 환자 상황 주시하세요. 경찰엔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진 절대 안 된다고 말하시구요. 이른 아침부터 전화해 온 걸 보면 살짝 귀찮을 수도 있겠어….”

그는 돌아서서 K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나중을 위해 좀 더 자두도록 해요. 나머지는 그때 가서 두고 봅시다. 민 간호사!”

 

 

2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K는 담담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일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해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가 탄 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굴렀고 그 충격으로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직업은 무엇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왜 아무도 그를 찾아오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증강현실 프로그램인 ‘라이프온’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라이프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뇌에 이식된 나노PC에 의해 작동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실 세계에 덧입혀진 다양한 증강정보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뿐 아니라 개인의 신분을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인식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며 심지어는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라이프온에 접속할 수 없다는 건 곧 사회적 고립을 뜻했다. 그가 이러한 라이프온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사고로 인한 뇌손상 때문이었다. 그의 몸 속 나노PC들이 사고 때의 충격으로 거의 파괴되었다고 의사는 말해 주었다. 물론 나노PC는 복구될 것이고 일시적인 단기 기억이라면 곧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는 회사 동료조차 찾아오지 않는 자신은 과연 누구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백짓장 같은 기억으로는 그 무엇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우주에 버려진 미아처럼 여겨졌다.

 

며칠 후 닥터 M이 회진을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엔 낯선 안경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안경과 고글의 중간쯤 되는, 막 실험실에서 나온 듯한 약간은 조잡한 형태의 안경이었다. 초조한 나날을 보내는 K의 심정을 읽은 것인지 닥터 M은 별다른 설명 없이 안경을 씌워 주었다. 눈을 감으라는 간단한 지시에 따라 K는 눈을 감았고, 약 2, 3초 뒤에 그는 비로소 눈을 떴다. 순간 녹색 불빛이 ‘system on’이라는 단어를 잠깐 띄운 후 곧 사라져 버렸다.

 

우선 시야에 들어온 건 휑할 정도로 넓어 보였던 방을 가득 채운 기계들의 존재였다. 기계들은 녹색, 주황색의 그래프와 숫자,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자열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며 일사불란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줄로만 알았던 벽에는 30인치 크기의 TV와 모니터 화면들이 열을 지어 들어서 있었다.

 

“오래된 모델 같군요.”
“불편하겠지만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우선 이걸 쓰세요.”
거추장스러운 기계였지만 별 수 없었다.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언제쯤이면 제 기억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쯤이면 제 기억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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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PC, 기억과 감정, 브랜드 소설, 프라이버시,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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