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을 빚다, 빚은
바람을 등지는 순항, 그들의 항해일지 볼륨배지시즌배지테마배지

Written by 김진억  고유주소 시즌2 / Vol.18 브랜드와 트렌드 (2010년 12월 발행)

“웬 떡이야?” 문장 하나로도 글을 읽는 사람에게 그 문장의 의도와 느낌까지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2차원이라는 한계에 묶인 지면이기에 장치를 둔다는 것이 고작 문장의 마지막을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낸 것이다. 그래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위의 문장은 기대치 못한 횡재를 했을 때 터져 나오는 감탄사가 아닌, 단어의 의미 그대로 “(트렌드를 다루는 이번 특집에) 웬 떡이야?”라는 편집팀의 반응을 한마디로 정리한 표현이다. 물론 본 에디터 역시 청동기 때부터 우리 민족이 즐기기 시작했다는 떡을 두고 새삼 ‘웰빙 먹거리(물론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지만 식상하므로)’나 ‘전통에 대한 재해석의 시도’ 등의 미사여구로로 떡을, 또 이를 다루는 ‘빚은’이란 브랜드를 조망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가 길고 친숙한 제품이니만큼 고루해 보이는 떡 시장에 새로이 부는 바람은 어떤 것들인지, 그러한 바람은 왜 일게 되었는지, 그 바람을 등지고 순항 중인 빚은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독자들도 제품이 아닌 시장을 빚는 빚은의 항해일지 속에서 이 시대를 움직이는 몇몇 동인들과 그들만의 트렌드 운용 기술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바란다. “웬 떡이야!”를 외치며 말이다.

The interview with 빚은 FS 사업본부 부장 김진억, 대리 송수정대리 전웅용, 빚은 마포점 대표 박양춘

 

 

바람이 분다

공기의 이동, 바람은 늘 불게 마련이다. 태양의 열을 많이 받은 곳이나 상대적으로 쉽게 뜨거워지는 곳의 공기는 가벼워져 위로 뜨고, 그 공기가 위로 뜨면서 생기는 빈 공간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이동해 채우면서 바람은 만들어진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시대의 키워드는 위로 ‘뜨고’ 그것이 남긴 빈 자리는 다른 키워드들이 점차 채워 가며 시장에 바람을 일게 한다.

 

우리나라에도 2001년부터 불기 시작해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그 세가 더해지는 공기의 흐름이 있었으니, 그것이 웰빙(well-being)이다. 참살이로 풀이되기도 하는 이 거대한 바람은 ‘이 바람도 그치는 날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여러 종류의 또 다른 바람을 만들어 내며 멈출 듯 멈추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잘, 참(well)’이라는 것은 먹거리부터 시작해 철학적으로도 너무나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행복’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회자되는 여러 트렌드 관련 용어들은 마치 이름만 바꾼 웰빙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처럼 시대의 정신을 넘어, 세상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웰빙이라는 거대한 바람은 의식주휴미락의 모든 분야에 거세게 몰아쳤다. 거기에 각종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조명되는 여러 먹거리의 불안정성, 2007년 식탁 위의 뜨거운 감자였던 트랜스 지방에 관한 문제와 패스트푸드의 폐해 등도 바른 먹거리에 대한 니즈(를 넘어선 욕구와 종전 음식에 대한 불만)를 증폭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돛을 올려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품 브랜드인 SPC가 이 바람을 그냥 흘려보냈을 리 없다. “SPC의 행보를 주시하면 외식 문화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국내 외식(특히 제과?제빵) 산업 분야의 선도기업인 그들이 이 바람(웰빙)에 돛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바람의 방향과 속력, 그리고 간헐적 난기류까지 모두 조사하던 그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전문 분야였던 빵과는 조금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을 결심한다. 그것이 바로 떡이다. 그들은 순항하던 SPC라는 배가 더 빨리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새로운 돛으로 왜 떡을 택했을까?

 

간단히 말하면 그들의 배(SPC)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식품 관련 비즈니스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강점을 가진 이 배는 재래시장 한 켠에 숨어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기존의 영세한 (방앗간) 떡집들을 수면 위로 올리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빚은이란 떡 브랜드의 런칭부터 현재까지 함께한김진억 부장은 빚은의 탄생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진억(이하 ‘김’) SPC가 떡을 다루는 기업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노하우였다. 그리고 떡도 빵처럼 곡물을 주재료로 하기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웰빙이란 트렌드는 건강에 좋은 것, 전통적인 것, 신토불이 등으로 확장되어 바른 먹거리에 대한 시장의 니즈를 증폭시켰는데, 떡은 쌀을 이용하고 천연재료로 색을 내며 소화가 잘 되는 건강한 먹거리로 인정받을 만한 아이템일 수 있겠다 판단했다. 시장 규모도 충분했기에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SPC
    
역시 그랬다. 빚은의 뒤에는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으로 4,30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연 2조 5,000 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SPC그룹이 있었다. 물론 그동안은 밀을 재료로 하는 빵 중심의 브랜드를 운영했지만 쌀 역시 같은 곡류며 그간 축적한 프랜차이즈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다면 처음 해보는 떡이지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룹사로서 브랜드 포트폴리오상 서로 경쟁 구도의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영역의 브랜드를 런칭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빵이 가진 이미지보다 천연 재료 위주의 떡이 웰빙에 더 적합한 아이템인 것도 분명해 보인다.
요즘의 외식산업, 특히 제과?제빵 브랜드로 시장에 이는 바람을 정확히 읽어 내는 그들에게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패션파이브passion5라는 훌륭한 바람 관측소를 가졌기 때문이다. 패션파이브는 한남동 SPC 사옥 1층에 자리잡은 그들의 플래그십스토어이자 R&D센터라고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높은 퀄리티의 다양한 제과?제빵 제품과 초콜릿, 젤라또, 요거트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 하나하나가 바람(트렌드) 감지기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실험적인 제품이지만 고객의 사랑을 많이 받는 제품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에서 좀 더 대중화된 모델로 고객을 만나고, 더 인기가 있거나 대중화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자회사이자 빚은을 담당하고 있는 삼립식품이나 샤니에서 양산 빵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바람을 읽고, 읽어 낸 바람을 자신만의 풍향기로 증폭시켜 더 큰 바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에 속한 개별 브랜드의 브랜딩, 마케팅 담당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미팅을 갖고 그간 읽은 시장 흐름을 공유하며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시너지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떡 시장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는 빵집(약 1만 5,000개)보다 떡집(약 1만 7,000개)이 더 많다. 게다가 떡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약 3조 원이며 현재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로 추정된다. 3조 원이라는 규모가 막상 잘 와 닿지 않는다면 몇몇 시장과 비교해 보자. 국내 남성복 시장(2010년), 한국 미용성형 시장(2010년), 골프장 시장(2008년) 규모가 모두 3조 원가량으로 떡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약 1만 7,000여 개의 떡집 중 80%가 5인 미만의 방앗간 수준의 영세하고 노동 집약적인 구조인데다 소량 생산, 주문 판매의 매출 비중이 높고 명절에 수요가 집중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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