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인간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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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안은주  고유주소 시즌2 / Vol.18 브랜드와 트렌드 (2010년 12월 발행)

인류사에서 ‘인간’이라는 모습을 갖춘 시점은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른바 ‘걷는 인간’의 등장이 ‘인간을 인간답다’고 규정하는 분기점이 된다. 그러나 자동차를 발명함에 따라 인간은 ‘생각하며 걷는 것’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다시 ‘생각하며 걷는 것’을 떠올린 것은 순례자들 덕(?)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통해 알려진 ‘산티아고 가는 길’은 종교적 혹은 철학적 자아 찾기에 나선 순례자들의 걸음이 쌓이면서 속도전에 지친 인간을 생각하며 걷는 인간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2007년, 그것은 대한민국 제주에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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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얘기가 무엇인지 아세요? “행복해져서 갑니다”예요. 암 선고를 받고 인생을 포기했던 50대 주부가 이 길을 걸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고, 중학생 아들과 함께 걸은 아버지는 그간 아들과 나누었던 얘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이 길을 걸으며 나누었다는 후기들이 끊이지 않죠. 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올레 위에 서게 만들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대로 이 질문을 적용해보면 돼요. 제주올레가 10년 전에 만들어졌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소위, 붐을 일으켰을까, 하고 말이죠. 제 대답은 ‘아니다’예요. 이유는 간단해요. 아직 정상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10년 전에 우리나라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것은 사치에 불과했죠.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왜 내가 먹고 사는 데 집중해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죠. 그런데 드디어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때가 온 거예요.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GNP의 수치만 봐도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드디어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렇다면 그다음은 자연스레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지죠. 정상에 올라 지난 시간 동안 달려온 길들을 바라보니 ‘내가 왜 이토록 치열하게 여기까지 달려왔을까’라는 질문이 생기죠. 치열하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던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의 삶에 제대로 브레이크를 건 거예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거예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말이에요. 제주올레는 그러한 사람들의 욕구에 답을 제시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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