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 영적인 생명
브랜드의 제자도 브랜드십 BRANDSHIP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7 브랜드의 제자도, 브랜드십 (2012년 10월 발행)

문플라워와 유니타스 핑거는 김민섭 회장이 생전에 애착을 가지고 준비하던 브랜드다. 하지만 런칭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무적 관점에서 이 두 개의 브랜드는 회사에 극심한 손실을 입히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시장 경기 또한 불황이라 김준영 사장과 최우일 실장의 갈등은 골이 깊어간다. ㈜바젤컴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던 박항규 부사장은 김준영 사장에게 문플라워와 유니타스 핑거의 런칭을 중지하고, 런칭을 준비하던 직원을 해고할 것을 요청한다. 이미 ㈜바젤컴을 패션회사에서 디지털 회사로의 변모를 준비하고 있었던 김준영 사장은 아버지의 꿈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Brandship Story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로 브랜드와 기업을 경영할 때,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이 있다. 가치와 이익이 충돌하거나, 기업에 필요한 인재들의 조건 등,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브랜드십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소설이라는 형태를 통해 가상으로 꾸며 보았다. 먼저 이 소설의 발단에 대해 미리 언지해주면, 4년 전 ㈜바젤컴의 김민섭 회장은 자신의 친구이자 브랜드 컨설턴트인 강승원 대표에게 ㈜바젤컴의 컨설팅을 의뢰한다. 그 결과, 강승원 대표는 김민섭 회장에게 브랜드십으로 기업을 경영할 것을 권한다. 대체, 브랜드십이란 무엇일까? Vol.26 ‘브랜드 서신’에서 강승원 대표가 김민섭 회장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 보라. 자, 그럼 막이 열린다.

 

 

최우일 실장이 ㈜바젤컴에 들어오기 전 김민섭 회장 다음으로 실세였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항규 부사장이었다. 바젤컴의 재무 책임을 맡고 있는 박항규 부사장은 돌아가신 김민섭 회장의 후배로, 이 회사에서 30년 동안 일한 사람이다. 자칭 김민섭 회장의 최측근이라 믿던 그였으나 최우일 실장의 출현으로 인해 그의 입지가 좁아졌다. 재무적 관점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 전체를 장악해 온 박항규 부사장에게는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실패도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최우일 실장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특히 문플라워와 유니타스 핑거는 김민섭 회장과 최우일 실장에 의해 전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박항규 부사장으로서는 그저 런칭 자금만 조달할 뿐이지 이 두 브랜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김민섭 회장이 죽고 아들 김준영 사장이 등장하면서 박항규 부사장은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가 다시 힘을 갖게 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문플라워와 유니타스 핑거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김준영 사장의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기업 전략 컨설팅 회사인 A2를 통해 그는 빠른 속도로 그간 궁금해 마지않던 두 브랜드의 모든 정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박항규 부사장은 사실 한미선 실장이 전색맹이라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녀가 전색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연봉 계약을 할 때였다. 그녀가 박항규 부사장이 건네준 4색 볼펜에서 초록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보고 박항규 부사장은 검정색으로 다시 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빨간색으로 사인을 했다. 한미선 실장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박항규 부사장은 그 즉시 그녀에 대해 조사했고 그녀가 전색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사장님의 생각부터 말씀해 주세요.”

 

김준영 사장은 박항규 부사장을 보았다. 박항규 부사장은 이미 어떻게 일을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정리가 끝난 상황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최우일 실장을 퇴사시키는 동시에 두 개의 브랜드를 공중분해하는 것이었다. 2년 동안 준비해 온 두 브랜드의 런칭을 공중분해하는 것이 회사의 자금 상황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면 그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만일 두 브랜드가 잘되어 최우일 실장이 김준영 사장과 좋은 관계가 되면 상황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자신 역시 김준영 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장기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준영 사장은 아버지의 회사인 ㈜바젤컴을 처분하고 새롭게 디지털 관련 분야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A2 컨설팅 임원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뱀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현재 재무적으로도 이 두 브랜드의 런칭 준비로 버거운 상태입니다. 만약에 런칭을 해서 6개월 안으로 현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본사에도 자금 압박이 심하게 올 것입니다. 내년 5월은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 대금을 내는 달입니다. 현금 보유가 지금은 C단계입니다. 이것만 보면….”

 

박항규 부사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보고서를 내밀었다. 김준영 사장은 뭔가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트렌드 보고서에 의하면 3년 동안 블랙 앤 화이트가 주류라고 하던데, 문플라워가 블랙 앤 화이트 컨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글쎄요. 그 분야는 제가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지식도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실장은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수묵화가였죠. 수묵화에서 흑과 백은 분명하지만 패션에서 흑과 백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어떤 원단이냐에 따라 블랙이 화려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칙칙해 보이기도 하죠. 샘플은 보셨나요?”

 

“보았습니다.”

 

“경영자가 잘 모르는 것을 경영할 때는 정말 잘 모르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위기라는 것은 미리 알면 통제할 수 있지만 모르면 재앙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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