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트렌드 그리고 시장을 감염시키는 뱀파이어 소비자
만족한 고객이 최고의 광고이다 만족할 고객이 최고의 브랜드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1 / Vol.2 브랜드 뱀파이어 (2008년 01월 발행)

이번 특집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이다. 참고로 창간호 특집은 ‘판타지’였다. 정통 브랜드 및 마케터들의 눈에는 특집의 단어들이 눈에 거슬리겠지만 현장 에서 만난 브랜드 마니아(brand mania)와 트렌드 리더(trend leader)혹은 얼리어답터 (early adopter)를 설명하기에 이처럼 좋은 단어는 없었다. 자신의 무모한 충동구 매를 지름신이 내렸다고 하는 소비자들을 도대체 어떻게 규정하겠는가? 브랜드 전략을 ‘판타지 호러물’에 빗대어 웃기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돌아가서 상품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상품에 스토리가 있어야 하 고 그것을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상품에 대하여 훌륭한 이야기를 하 는 사람이 직원일 때 우리는 그것을 광고라고 하고, 소비자가 이야기할 때 찬 양이라고 한다. 물론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하면 그것을 저주(詛呪) 라고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이번 특집의 주제는 브랜드를 찬양하고 저주하는 이들에 관한 비밀 이야기다.

 

 

1998년 10월 미국 오하이오 주립 경찰서에 수십 대의 방송 차량이 몰려왔다. 그 이유는 1975년부터 1985년까지 오하이오 주에 서 발생했던 18명의 여성 실종 및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잡혔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은 것은 끈질기고 정의감에 불타 오르는 노장 경찰의 탐문 수사가 아니라, 1985년 마지막 여성의 시체 옆에 범인이 피우다 버렸던 담배 필터에 묻어 있는 DNA를 조사한 CSI 소속 과학자였다고 한다(아직도 믿기지 않고 드라마 에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다). 여하튼 아무리 과학의 힘이라지만, 10년 이상 된 담배 필터에 묻어 있는 침의 DNA를 분석하여 범인을 잡다니…. 이처럼 진보된 과학은 마술과 같다.

2000년도가 되면서, 정확히 말한다면 인터넷이 확산되고 카페와 동호회가 생기고 블로거가 생기면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패션 리더(fashion leader) 그리고 브랜드 마니아(brand mania)들이 그 동안 브랜드와 시장에서 어떤 행위와 작용과 작동을 해 왔는지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었다. 그 동안은 길거리 설문조사와 FGI(Focus Group Interview)라는 자격 기준에 맞는 그룹 면접을 통하여 막연히 그들의 행동과 패턴을 파악했다. 마치 20년을 현장에서 뒹군 강력계 형사처럼 직관과 경험에 의해서만 상상해야 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트렌드와 시장을 만들거나 별 볼일 없는 브랜드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버리고는 사라지는 정체 불명의 소비자 집단에 대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상상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브랜드의 성공 혹은 트렌드의 생성)에 대해서 유추, 해석을 하고 나름대로 증거와 가설을 만들었지만 정확히 ‘왜? 어 떻게? 언제? 그리고 어디까지?’ 가 그들의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도에는 지금과 같은 인터넷이 없었다라고 말하면 쉽게 인정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자신이 인터넷에 처음 썼던 메일의 년도를 확인해 볼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인터넷을 쓰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되었다. 그만큼 인터넷은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그리고 친밀하게 고착화되었다.
여하튼 마케터들은 어부가 심해 바닥에 붙어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물고기 떼를 레이더로 찾아내듯이, 인터넷을 통하여 얼리어답터의 근성과 성향을 가지고 있는 미확인 소비자를 찾을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신기루 같은 시장 확산 소비자들이 구전을 통해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구매의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인터넷이 라는 공간으로 자신들의 새로운 활동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로 검색 로봇이라는 기능은 그들의 궤적을 추적했고 그들의 비밀 수다들을 훔쳐 들을 수가 있었다. 과거에는 정글에서 그들을 찾아 헤매다가 가끔 뒷모습만을 보았다면,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유리 동물원에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움직이는 그들이 우리가 찾는 정체 불명의 트렌드와 시장을 만들어 버리는 그런 소비자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어렵게 만난 트렌드와 브랜드 리더들 중 대부분은 너무 바빠서 인터넷에 자기의 글을 남길 시간조차 없는 사람이거나, 자신이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싫어하기도 했다. 따라서 인터넷에 떠도는 그들의 사용 후기나 그들의 일기를 뒤적거리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마케팅의 치명적 오류를 가져다 주는 ‘일반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경험적으로 여러 개의 브랜드를 런칭(launching)하고 리뉴얼(renewal)하면서 그들의 움직임의 공통적인 패턴을 알게 되었다. 그 리고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 면 그들은 바로 자신과 닮은 브랜드를 찾고 있었다. 그들의 성향이 너무나 독특해서 뭐라고 정의할 수 없다. 트렌드를 만들고 소비를 조장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비 스타일을 따라하거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대중들이 선호하면 갑자기 우리들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무엇인가 다른 것을 들고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주목 받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밝혀지거나 자신의 것을 누군가 모방하면 그들은 사라진다. 정보 공유에 대해서 이타적이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완성 시키는 스타일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농담 삼아 뱀파이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과 가장 친한 주변 사람들을 물면서(자발적인 브랜드 홍보와 트렌드 권유) 다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이 나서서 브랜드와 트렌드를 주변 사람들에게 감염시켰다. 물린 사람도 뱀파이어가 되어서 특정 브랜드 혹은 특정 트렌드에 대해 중독되거나 아직 멀쩡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뱀파이어와 드라큘라 백작(드라큘라까지 나오면 장난 같지만 뒷장에서 소개하겠다)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뱀파이어 는 얼리어답터, 트렌드 리더 혹은 브랜드 마니아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더한다면 브랜드 생산자라고 할 수 있는 드라큘라 백작에게 물린(?) 사람들이 뱀파이어다. 반면에 드라큘라는 누구에게도 물리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브랜드와 트렌드 창조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뱀파이어와 첫 번째 만남

1998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필자는 ‘푸마(PUMA)’라는 브랜드를 리뉴얼하기 위해 푸마 프로젝트 팀에 광고 기획자로 합류되었다. 당시의 푸마는 지금의 푸마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때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0여 개의 스포츠 브랜드가 있었는데 1등은 지금이나 그때나 나이키였다. 푸마는 8등이었다. 푸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린 7등은 키카(KIKA)라는 한국 브랜드였다.

마케팅 미션은 간단했다. 만족한 혹은 만족할 소비자를 만나서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할 만한 광고 전략을 짜는 것이었다. 눈치챘듯이 이런 상황에서 만족한, 혹은 만족할 푸마 고객을 만나기 란 북극에서 푸마 잡기와 진배없었다. 하지만 나의 보직은 마케터였기에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푸마 로드샵(road shop)으로 푸마를 잡기 위해 갔다. 그곳에서 매장 주와 몇 명의 고객 인터뷰를 시작으로 푸마의 재활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고 했다.

매장 주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늦은 10시. 초등학생 3학년 정 도로 보이는 아이는 울면서 엄마의 뒤를 따라왔다. 대충 짐작이 가는 상황이다.
“빨리 골라!”
아이의 엄마는 아마도 저녁 내내 시달렸던 것처럼 보인다.
“싫어! 나이키 사줘!”
“너 저번에 나이키 샀다가 깡패들한테 뺏기고 돌아왔잖아!”
공포의 분위기였다.
“골목으로 안 다닐게. 푸마 말고 나이키 사줘.’’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아 당겼다. 이윽고 믿을 수 없고 정말 황당 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의 엄마는 손을 들어서 아이의 따귀를 강 하게 내려쳤다.
“너 도대체 말 안 들을래?”
아이의 맞은 뺨은 손자국 위로 붉고 얼얼하게 달아올랐고, 그것을 보고 있는 나의 뺨도 얼얼하게 달아올랐다. 아이의 엄마는 점원처럼 보이는 얼어 붙은 나에게 대뜸 고함 비슷한 톤의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얘가 신을 거 하나 골라주세요.”
뺨을 얻어 맞은 아이는 이런 상황이 민망했고 황당해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쯤 되면 아이는 집에 돌아 가서 상당한 응징을 당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튼튼한 것으로 하나 골라주세요.”
푸마 매장주는 나를 보았고 아이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무의식 중에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거 75,000원인데 어떨까요?”
나는 아이와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아이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신발로부터 시선을 외면한 아이를 쳐다보았다.
“너, 나와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팔을 붙들고 매장 밖으로 끌어 당겼고, 따귀로 인해서 잠시 소강 상태였던 아이는 눈물과 울음 그리고 비명 소리를 다시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참담하다? 황망하다? 사전을 열심히 뒤져 보았지만 그때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 할 만한 마땅한 단어가 없다. 그냥 구어체로 ‘쪽 팔렸다’라고만 말하겠다.
가뜩이나 장사 안 되는데 인터뷰를 한답시고 본사에 나온 나를 향한 사장의 고소하고 한탄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감정과 체면을 수습하고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중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3명이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 깻잎 머리를 하고 치마를 10cm 정도는 말아 올려 입은 말 그대로 날라리 여학생들이었다. 무엇인가를 찾는 듯 했고 그 들을 곧 내 옆으로 걸어왔다. 신발들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찾더니 내 손에 들려 있는 신발을 보고 거의 소리치다시피 말했다.
“여기 있다!”
아이들은 내 손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고 했다. 몰래 언니 향수를 뿌린 듯 향기가 나는 제일 예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존나 예쁘지 않냐?”
나름대로 귀여운 여자 아이 입에서 터져 나온 그들만의 용어는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어…. 7만 5천원.”
“야…. 졸라게 비싸네.”
그리고 그들은 유유히 매장을 빠져 나갔다. ‘뭐야? 저들이 설마 만족할 아니면 만족한 소비자?’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따라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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