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브랜드의 조건, Sex를 다루는 기술
브랜드, 가장 말초적으로 진화하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3 고등브랜드 (2008년 03월 발행)

섹시함의 힘은 브랜더(brander)들에게는 프로메테우스가 준 최초의 불과 같다. 하늘에만 떠있던 그 뜨거운 힘을 눈 앞에, 손 앞에 두었을 때 불의 온기와 열기를 느낀 인간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 불은 사용함에 따라서 문명을 만들기도 하고 재앙을 만들기도 한다.

 

 


Q. 위의 사진 중 어느 것이 더 섹시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Q. 독자가 남자라면 위 사진 중 어느 것이 더 섹시한가? 독자가 여자라면 어느 것이 더 섹시한가?

 

이 정도의 사진을 보게 되면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사진을 보다가 또 다른 사진을 보기 위해서 뒤쪽까지 갔다가 다시 와서 여기를 읽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섹시의 힘’이다.

 

 은유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것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적인 종족번식 욕구를 자극함과 동시에 성적 쾌락의 맛을 상기시키는 것이 섹시한 그림의 힘이다. 포르노처럼 성행위가 아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섹시함은 원래 동영상보다 한 장의 사진과 그림이 힘이 있다.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원초적 누드보다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하는 한 장의 그림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데, 바로 남자의 응큼한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때문이다.

 

일찍이 섹시한 사진들은 1890년대 버드와이저Budwiser광고에서 노출된 것이 ‘원조’라고 말하는데, 지금은 패션, 음료수, 자동차를 비롯 해서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위트와 흥분 그리고 관심과 집중이라는 메세지 안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잡지 매체에서 섹시한 사진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독자가 잡지를 보다가 넘길 것인가 읽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뇌의 순간 판단력이 1/4초…. 즉 0.25초이기에, 그 찰나를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야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섹시함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즉, 눈에 띄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섹시한 광고의 노출은 잡지 뿐만 아니다. 점잖은 신사의 나라 라고 말하는 영국의 선The Sun신문은 여자의 가슴에다가 10펜스를 각각 붙여 놓고, 불과 20펜스 밖에 안 한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것도 광고일까? 벌거벗은 여자 가슴에 20펜스를 박은 광고가 런던 거리를 활보한다. 왜 이토록 유치하게 광고할까? 사실 이처 럼 광고 효과가 좋은 것은 없다. 그래서 도시는 섹시한 사진과 그 것을 학습한 섹시한 사람으로 넘쳐나고 있다.

 

섹시함의 힘은 브랜더brander들에게는 프로메테우스가 준 최초의 불과 같다. 하늘에만 떠있던 그 뜨거운 힘을 눈 앞에, 손 앞에 두었을 때 불의 온기와 열기를 느낀 인간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 불은 사용함에 따라서 문명을 만들기도 하고 재앙을 만들기도 한다.

 

불이 철을 녹이는 단계까지는 한참 뒤의 이야기이니 접어 두고, 최초로 불을 다루게 된 인간은 분명히 고기의 털을 태워서 익혀 먹는 방법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불은 소금과 설탕으로 맛을 내기 전에 이미 웰던well-done, 미디움medium 그리고 로우raw라는 고기의 맛을 내는데 사용되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탁월한 마케터를 판단하는 기준은 불과 같이 단순 과격하고 흥분되며, 통제가 어렵고 전염성이 강한 ‘섹스’라는 요소로 자신의 상품을 익혀 파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상품을 단순 섹스용으로 팔 것인가?’, ‘매력적인 섹시함으로 팔 것인가?’ 아니면 ‘날 것으로 팔 것인가?’, ‘익혀서 팔 것인가?’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고기의 겉은 익히고 속은 날 것이어서, 씹을 때 고기의 육즙과 피가 엉켜 묘한 맛을 내는 것을 좋아한다. 엽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아주 오래전 조상들이 방금 사냥에 성공한 승리의 흥분과 함께 다른 동물의 살을 뜯으면서 즐거워했던 그 야성의 DNA가 살아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서, 주방장이 불을 사용해서 탁월한 맛을 내는 스테이크를 만들듯이, 마케터도 섹스라는 불로 상품을 잘 구워 섹시하게 만드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센 불로 고기를 빨리 익히려다 결국 다 태워버리는 것처럼, 이것을 잘못 다루면 브랜드를 비천하고 혐오스럽게 만들어 브랜드의 가치를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런칭할 때 마케터들에게 가장 큰 유혹은 ‘섹시함’을 사용하고 싶은 충동이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확실하게 인지도를 높히기 위해서 섹시함을 사용하고 싶지만,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은 자칫 브랜드를 저질로 만들 수 있다. 제한된 비용과 시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인지도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달리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고….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섹시한 브랜드를 런칭했던 경험에 의해서 정의한다면 섹스는 ‘불’이고 섹시함은 ‘전기’이다. 불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전기는 통제할 수 있다. 섹시함으로 포장했을 때 어울리는 상품과 아이덴티티는 따로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브랜드의 파워에 따라서 섹시함을 트렌드로 보여주거나, 이벤트로 보여주거나, 위트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메시지로 보여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섹시함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전략 안에 동기화시킬 때는 반드시 브랜드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다음에 해야 한다. 물론 섹시한 브랜드로 처음부터 포지셔닝할 목표이기에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섹시한 비주얼들은 경쟁자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내가 섹시하게 나오면 경쟁자는 하드코어hard-core로 나오고, 내가 하드코어로 나오면 경쟁자는 나와 비슷하거나 더 강력한 것들을 들고 나올 것이다.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어떤 브랜드가 섹시함을 선봉에 내세우고, 처음부터 강력한 섹시함으로 무장해서 런칭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군인이 갑옷을 모두 벗고 수건 한 장으로 앞을 가리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섹시함이 브랜드 런칭, 단기간 내 브랜드 인지도 상승, 홍보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마케터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선험적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섹시한 비주얼만 보고 브랜드를 곧 잊어버린다는 것도 검증이 된 사실이다. 모순으로 들리겠지만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의 상품을 섹시함으로 표현할 때, 소비자들은 ‘충격적이며 낯선 저급함’이 아니라 ‘우아함’, ‘건강’, ‘트렌드’, ‘강함’같은 강화된 섹시함을 느낀다. 바로 브랜드가 원초적 섹시함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굴절시켜서 소비자들에게 왜곡되게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섹시해 보일 때는 벗었을 때가 아니라 옷을 입었을 때여야 한다.” - 코코 샤넬

 

 

 

 

섹시 브랜드의 황금비율

 

1999년, 필자는 광고 기획자로서 H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 충격적인 조사 결과로 인해서 어떻게 전략의 결론을 맺을 것인가에 관한 심각한 번민에 쌓여 있었다. 당시에 우리는 광고 촬영을 하기 위해서 해외 출장을 가기 앞서서 여러 브랜드의 사진을 모아서 약 300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조사를 하고 있었다. 연령대는 10대에서 40대까지였고 직업도 다양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잡지를 보면서 소비자가 그림을 볼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은 0.25초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 섹시함과는 거리가 있는 무난한 트래디셔널 캐주얼Traditional Casual 브랜드 광고 담당자에게는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조사결과는 놀랍게도 90% 이상의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선택했다. 우리는 조사에 앞서서 브랜드의 이름을 지웠고 그 광고 컷이 어떤 브랜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상에서 제외했기에 소비자(실험대상자)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사진이 어떤 브랜드인지 몰랐다. 정답을 먼저 밝히자면 그 사진의 정체는 폴로Polo Ralph Lauren라는 브랜드였다. 그렇다고 폴로의 광고 사진이 옷을 벗고 나오거나 요염한 자태를 취한 것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의 상류층 가문을 연상시키는 귀티나 보이는 (옷을 입은) 남녀의 상체가 사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지극히 전형적인 웨이스트샷Waist-shot이었다. 왜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사진을 가장 좋아할까?

 

“나의 브랜드를 말하기에 15초는 짧다.”

 

폴로를 만든 랄프로렌이 TV광고의 무용성을 말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브랜드 광고를 광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상하기를 원했기에 TV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까지 잡지 지면광고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고 있었다.

 

2일 후면 광고 방향을 결정하는 날인데 나는 도저히 소비자들의 그 눈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CSI처럼 소비자들이 선택한 모든 사진을 회의장에 깔아 두고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사진의 규칙은 1)캐주얼 복장은 왼쪽을 바라본다 2)정장 복장은 정면을 바라본다 3)내려보는 눈의 각도는 15도와 20도 사이, 그리고 정면의 시선은 강렬히 쳐다볼 것(동공의 크기는 알 수 없었다) 등이었다. 이 정도의 데이터를 가지고 광고주에게 폴로처럼 광고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광고 기획자의 무식과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퇴근 이후에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갔다. 친구들이 늦는다고 해서 자리에 사진을 깔고 일을 하고 있는데, 설계사 출신의 친구가 들어왔다. 그 친구는 내가 보는 사진을 쳐다 보았고 나는 왜 이 사진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던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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