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융합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 컨셉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 핫스팟에 집중하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리처드 오글  고유주소 시즌1 / Vol.8 브랜드와 컨셉 (2009년 01월 발행)

언어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리처드 오글이 《스마트 월드》에서 피력하는 핵심 명제는 ‘아이디어 공간이 인간을 대신해 사고한다’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사유의 능력을 이유삼아 인간의 존재 당위성을 주장한 데카르트에게 최초의 반기를 던졌던, 앤디 클라크(Andy Clark)의 ‘사고의 확장(outing mind)’개념에서 발전된 것이다. 즉, 우리의 지능이 환경을 구조화시키고 그 구조는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어려운 철학적 명제에 대해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가 밝혀낸 ‘스마트 월드’에는 우리 브랜더, 마케터가 늘 부르짖는 ‘혁신’ 그리고 ‘강력한 컨셉’ 제조법의 단초가 되는 여러 가지 법칙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충분히 소화한 후 여러 가지 아이디어 공간들 사이에 선을 긋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혁신’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리처드 오글(Richard Ogle)

 

 

《스마트 월드》라는 제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말 그대로 똑똑한 세상입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저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생각해 주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죠. 여러분도 주변의 사물들을 둘러보십시오. 책상 위 연필꽂이에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자’라는 도구 안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이 내재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길이와 척도의 개념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와 십진법의 지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지능을 통해 ‘자’는 우리 대신 사고하고 결과치를 산출해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가솔린 장치의 점화시기와 벨브의 개폐 시기 그리고 기어와 브레이크 압력까지 일일이 운전자가 조정해야 했죠. 하지만 인간의 지능은 컴퓨터 통제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었고 이제는 그 소프트웨어가 운전자를 대신해 사고하고 조정하고 있습니다. 어쩔 때에는 운전을 하고 있는 저의 몸이 알아서 적절하게 움직여주며 주행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운전하는 기술이 원래 체내화된 기능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디어 공간(idea-space)’은 어떤 무의식적 공간이나 나를 대신해 생각해주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 입니까?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 의식적 지능과 무의식적 지능이 각기 얼만큼 사용되는가에 대해 논쟁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의식적 뇌 기능을 요구합니다. 어느 정도의 ‘사고’를 요구한다는 것이죠. 운전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사고를 요하죠.

 

직장에서 미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실로 가서 자리에 앉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노트를 하고 자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립니다. 이러한 행동들도 어느 정도는 자동적으로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러한 경험이 있고, 그 영역과 공간 자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짓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가 창의적인 발상을 만들어 낸다거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창의적 발상은 오직 우리 머리 속에서 튀어나왔다고 믿죠.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 낼 때 우리 뇌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완전히 당신 고유의 생각인가요? 당신 외부의 그 무엇이 그 아이디어 속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나요? 혹은 그 공간으로 인해서 얻어지지는 않았나요? 우리가 MS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는 어떤가요. 이때에 우리가 가진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은 MS 워드의 프로그래머가 처음에 설정해 놓은 툴에 의해 제한되고 결정됩니다. 요즘 MS 워드 버전은 이전 버전에는 없었던 많은 그래픽과 도표들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표현과 불가능한 표현의 선을 긋는 것은 M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고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에도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처해있는 환경(제 표현으로 하자면 ‘아이디어 공간’)에 의해서 규정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각각의 세상 하나하나를 ‘아이디어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저서에서 ‘피카소는 아프리카 미술을 접하게 되면서 함께 사고할 공간(a space to think with)을 얻었다’라고 했는데 이것도 아이디어 공간에 대한 이야기 입니까?
그렇죠. 피카소가 한 가지의 아이디어 공간을 더 얻은 것을 말합니다. 즉, 피카소의 작품세계에서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절대적으로 피카소의 천재성에서 비롯됐다고는 말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묘하고도 독특한 세계인 아프리카 미술의 에너지, 형태, 목적 등이 피카소의 내부에 깃들어 있던 것들을 자극하여 세상 빛을 보게 한 것이지요. 물론 그의 영감이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아프리카라는 강력한 새 아이디어 공간을 만난 피카소가 그 속으로 흡수되어, 따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 어떤 논리가 파카소를 대신해 사고하게 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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