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편리함을 찾아 나선 항해일지, 바바라
상상력으로 창업하고 발견의 기쁨으로 브랜딩하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재정  고유주소 시즌2 / Vol.20 브랜드 창업 (2011년 04월 발행)

한 농부가 다른 사람의 밭을 갈아주다가 숨겨진 보물을 발견했다. 그는 뛸 듯이 기뻤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보물을 다시 땅 속 깊이 묻었다. 그리고 열심히 돈을 모아 그 밭을 사버렸다. 왜냐하면 당시의 법으로는 밭의 주인이 거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매일 밤 설레는 마음으로 보물을 떠올릴 농부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농부는 머지않아 자신의 소유가 될 보물을 생각하며 고되고 힘든 노동을 기쁨으로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플랫슈즈 브랜드 바바라의 이재정 대표를 창업으로 이끈 것도 이와 유사한 기쁨 때문이었다. 우연히 홍콩의 한 골목에서 발견한 플랫슈즈에 반해 이후 15년 이상을 한결같이 수제화만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보물을 발견한 농부와도 같은 설렘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쁨은 새로운 제품과 시장의 발견으로 연결되었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다다를 목적지를 미리 내다보고 돛을 올리게 했다. 그들의 브랜딩은 이러한 도전과 탐험을 매일매일 기록한 항해일지와 같다. 그리고 그 일지는 ‘발견과 개척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시장을 향한 항해의 시작
“과수원 네 곳 가운데 단 한 그루의 사과나무(후지)가 일곱 송이 꽃을 피웠다. 그 중 다섯 개는 잎말이나방이 먹어버려 나는 두 개의 사과를 거둘 수 있었다. 보통 그렇게 작은 사과는 맛이 없어 먹을 수 없지만 그 두 개는 달랐다. 단맛의 극치라 할 만했다.”

 

 

일본의 농부 하나가 스물아홉의 나이에 무농약, 무비료 사과 재배에 도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매년마다 한 여름에 죽어가는 88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붙잡고 고군분투를 거듭하지만 극심한 생활고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가 결국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배를 시작한 지 10년 째 되던 해, 사과나무는 꽃을 피우고 단 두 개지만 결국 사과 열매를 맺는다. ‘기적의 사과’로 불리는 기무라 아키노리의 이야기다. 지금은 판매 3분 만에 매진되고, 1년 전 예약이 마감되는 기적의 사과 수프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는 과연 사과나무가 농약 없이 땅의 힘만으로도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었을까? 그러한 시도가 현실로 이뤄지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 짐작이나 하고 있었을까? 창업의 과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누구도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바바라의 이재정 대표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990년대 초, 이 대표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후 졸업도 하기 전에 태평양에 입사해서 2년 여를 다녔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구두공장에 들를 일이 있었고 그곳에서 성미 급한 자신의 기질에 딱 맞는 일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다른 제품들이 준비해서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구두는 일주일 만에 상품이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이에 반해버린 것이다. 과장, 부장을 거치는 직장생활을 통해서는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결국 창업을 결심한다. 끝을 장담할 수 없는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3년 넘게 4시간 이상을 자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날들이 지나갔다. 외국어가 전혀 안되는 그였지만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시장조사와 디자인을 직접 해나갔다. 이러한 무모한 항해를 계속할 수 있게 한 것은 다름아닌 아주 예쁜 플랫슈즈 한 켤레였다.

 

이재정(이하 ‘이’) 창업 초기엔 디자인을 내가 직접 했기 때문에 혼자 출장을 다니곤 했는데 어느 날 보석 같은 신발 하나를 홍콩매장에서 발견했다. 그걸 사서 숙소인 호텔로 돌아왔는데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플랫슈즈라는 용어 자체가 국내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뻤다. ‘우리 나라 시장 이제 다 죽었다!’고 하며 혼자서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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