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힘, 브랜드의 미학
Book II. Philosophy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박정자  고유주소 시즌2 / Vol.22(상) 브랜드 인문학 (2011년 11월 발행)

‘광기의 역사가 미셸 푸코와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에 관해 한평생을 연구했던 분’이라는 박정자 교수의 이력은 인터뷰를 주춤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상컨대, 질문 한 개당 답변을 듣는 시간이 30분은 족히 될 것이기 때문이다. 1회 인터뷰를 진행할 때 평균 2시간이 소요되니, 3~4개의 질문밖에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경우, 추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할 때를 미리 생각하며 인터뷰이에게서 모든 것을 끌어낼 단 하나의 좋은 질문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보름 정도가 지난 오늘, 그날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다소 무례한 표현일지는 모르나, 박 교수는 수줍은 철학전공 석사 3학기 학생 같았다. 인터뷰 중 내가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노트 필기까지 하면서 무척이나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그리고는 당신의 지식으로 최대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친절하게 나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셨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뒤바뀌는 상황이 펼쳐졌다. 날카롭고 직선적인 관점으로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인터뷰 중반에는 마치 아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설명하는 어머니와 같았다. 철학의 용어 중 어려운 개념이 나왔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면 금세 그것을 알아채시고는 나의 눈높이에 맞춰서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셨다. 인터뷰 끝에는 석사논문의 소주제에 대한 힌트를 얻은 듯한 눈빛으로 “나는 원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라고 활짝 웃으셨다. 결국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뷰 내내 나는 푸코의 왼쪽 눈과 사르트르의 오른쪽 눈으로 바라보는 입체적인 세상을 지혜로 충만한 어느 겸손한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관람한 기분이었다. 특히 애플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인터뷰 전 애플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미리 자료를 건넸었다) 자료를 검토하고 공부하는 내내 자신이 연구했던 지식들이 ‘브랜드’로 분해 나온 것 같다면서 신이 나신 듯 말했다. 급기야 지금 애플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서 준비하신다는 게 아닌가. 《시선은 권력이다》라는 그녀의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시선은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 읽어 보았다. “브랜드는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박 교수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가 브랜드를 통해 인문학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듯, 나도 인문학을 통해 브랜드를 보는 관점을 하나 더 얻게 된 셈이다.

아름다움의 이율배반적 조건
Q
유니타스브랜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특집 중의 하나가 ‘디자인 경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브랜드에게 있어서 ‘디자인이 권력이다’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은 이제 브랜드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학’을 공부하시는 교수님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을 듯 한데요. 미학(美學), 한문으로 뜻풀이를 해보면,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지 않습니까.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학에서 ‘아름답다’라고 칭하는 게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A
혹시, 언제 아름답다고 말하세요? 장미꽃을 보면서 “Beautiful!”하고,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 그 장미꽃이 어떤 기준이나 조건에 부합되었기 때문에 아름답다라고 말한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장미꽃이 이러저러한 개념에 맞으므로 아름답다라고 인정된다, 하지않죠. 그냥, 말 그대로 정말 아름다운 거지요. 이처럼 아름답다라는 건 아름답기 위한 어떤 개념을 전제하지 않아요.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이 ‘있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아주 독특한 개인적인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 특정한 것에 대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일하게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거예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분명, 아름답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 라는 건 없는데 왜 사람들은 동일하게 어떤 것에 대해 모두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걸까요? 모두가 동의하는 아름다움의 코드가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그것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칸트의 질문이었어요. 잘 알다시피 아름다움을 철학적 주제로 가지고 온 선구자가 *칸트였잖아요. 그는 아름다움을 연구하면서 ‘분명 아름다움은 주관적인데, 그렇다고 반드시 주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명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이 모순된 명제를 이렇게 풀어나가죠. 이성적 혹은 논리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관념적인 것에도 ‘원리’가 있다고 말입니다. 칸트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사람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의 감성에도 ‘보편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해요.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칸트의 ‘*공통감(sensus communis)’이에요. 아름답다는 것은 바로 이 공통감을 획득했을 때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이 꽃이 아름답다”라고 얘기할 때는 ‘나’라는 개인이 말하는 거지만 이것은 모두가 이 꽃은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거죠.

 

Q
우리가 시쳇말로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하잖아요. “사람 눈은 다 똑같아.” 이 말이 바로 칸트가 말한 공통감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러니까 감성적인 보편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신이 인간의 마음 안에 아름다움을 보았을 때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끼게끔 무언가를 프로그램해 놓은 것 같은데요.

 

A
네, 칸트도 그 부분을 풀어보려고 한 거예요. 칸트는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보았을 때 그 대상이 우리의 상상력과 개념을 구성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말하는 *오성(悟性, understanding)과 일치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라 말합니다. 칸트는 말하죠. 색깔이 예뻐서 아름다운 거냐, 형태가 예뻐서 아름다운 거냐, 다 아니다. 우리 마음에 무언가와 딱 ‘적합성’을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는 쾌감을 느끼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이때 우리 마음과 적합성을 이루었다는 게 바로 상상력과 오성과의 일치를 말하는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칸트는 *아름다움은 ‘무관심(disinterested)’에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라고 얘기해요. 예를 들어 폴 세잔느가 그린 유명한 그림인 사과 시리즈를 보며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죠. 하지만 사과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그 사과가 세상에 있건 없건, 존재의 실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그냥 아름다운 거예요. 분명, 그 존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상태인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겁니다. 이런 것이 바로 무관심인데요, 정확히 말하면 대상에 대한 무관심이죠. 칸트는 미의 조건을 이 무관심이라고 했어요. 대상에게 무관심한 상태인데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라면, 무관심이란 구체적으로 뭘까요? 바로 나의 사적인 조건을 훌쩍 뛰어 넘은 거예요. 만약, 내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이 무관심하게 보이지 않았겠죠.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면서 내가 가진 조건에 부합하는지 살펴보지 않겠어요? 하지만 아름다움은 온전히 대상에게 무관심한 상태에서 느끼는 쾌감이죠. 무엇보다 개개인의 사적인 조건을 다 초월한 것이기에, 그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성인 거예요. 이것을 바로 칸트가 공통감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러한 칸트의 공통감은 이후 *쇼펜하우어로 이어지면서 오늘까지 미학에서 다루고 있는 아주 중요한 의미예요. 그런데 미학에서는 이것 말고 요즘 화두가 되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숭고입니다. 근대시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성이었어요. 모든 것을 이성으로 설명했죠.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로 넘어오면서는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을 보게 된 거예요. 숭고란,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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