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도 예롭게
Book III. Literature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정민  고유주소 시즌2 / Vol.22(상) 브랜드 인문학 (2011년 11월 발행)

정민 교수는 책으로만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가 쓴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은 사람들을 다산 정약용에 열광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책 중에 나는 연암 박지원의 통찰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브랜더 필독서로 꼽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미 200년 전에 브랜드 지식에 대한 골격을 연암 박지원 선생이 수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놀란 것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브랜더보다 정민 교수는 브랜더의 핵심 지식을 알고 있었다. 역시 《비슷한 것은 가짜다》의 저자였다. 그는 내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하고 수백 명과 논의했던 브랜드 이슈들을 옛글을 통해 하나씩 일깨워 주었다. 정민 교수 (이하 ‘정’) 제가 한시 하나를 들려주겠습니다.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들밭 풀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저물녘에 손자의 부축 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정 이 시는 *이달이라는 사람이 쓴 것인데 이 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이미지를 떠올려 보세요. 권민(이하 '권')누구 무덤에 간 것 같나요? 정 할아버지와 손자니까 아버지의 무덤이군요. 이 시는 이 무덤이 의미하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수준이 달라지는 시예요. 그것을 알지 못하면 이 시는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어떻게 죽었을까요?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데 아버지가 죽은 것으로 보아, 추측해 보건대 정상적으로 안 죽었겠죠? 옛날에 정상적으로 안 죽으면 뭐가 있을까요? 전염병 아니면 전쟁이겠죠? 권 전쟁 같습니다. 정 할아버지와 아이는 살아 있고, 젊은이가 죽었으니까 전쟁이겠죠. 들밭 무덤가는 사실 무덤 쓰는 데가 아니잖아요. 또 무덤가에 무덤이 늘어섰다고 되어 있어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그러니까 전쟁 때문에 죽었다는 것이 확실해지죠. 그리고 개가 따라왔다고 했으니 무덤가는 아마도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나 봐요. 이달이라는 시인은 1530년대에서 1610년대에 살던 사람이기에,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전쟁은 임진왜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처럼 시인은 시 속에서 이미지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어요. 이 시는 바로 전쟁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예요.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가를 얘기한 시인 거죠. 그런데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고즈넉하다, 아주 평화로운 광경이라 말합니다. 이것은 시를 읽은 게 아닙니다. 시인이 모든 것을 다 말해 줬는데도 말입니다. 한시를 읽는 방법은 ‘입상진의(,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 새롭게 바라보는 법)’거든요. ‘상’의 한자어는 이미지 ‘상’이며, ‘진의’는 ‘뜻을 다한다’라는 말이죠. 그러니까 이 말의 뜻은 ‘이미지를 내세워서 자기가 할 말을 한다’는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미지’라는 것을 앞장세워서 그 이미지들이 대신 말하게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춥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비비는 행동을 취하면 그것은 ‘춥다’는 하나의 메시지가 되는 거잖아요. 즉 이미지가 메시지가 되는 거죠. 시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시는 절대로 외롭다고 말하지 않아요. 시를 보는 독자를 외롭게 만들죠. 이것이 바로 입상진의예요. 이달은 동네 강아지, 풀밭 가에 난 무덤,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이미지로 모든 말을 했어요. 그런데 독자들이 이것을 ‘어떻게’ 읽어 내느냐, 그것은 독자의 역량에 따라 다른 거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도 입상진의로 말을 하죠. 이미지로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옷차림, 아침마다 문을 열고 닫는 가게 주인의 얼굴들… 이제부터 관건은 CEO죠. CEO들이 이 이미지들을 읽어 낼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 말입니다. 분명, 이달의 시를 오독해서 평화스러운 광경으로 읽는 CEO가 있을 거예요. 한시를 읽는 것은 숨은 그림 찾기와 같습니다. 브랜드에 파워가 있으려면 CEO가 시장 속에서 숨은 그림들을 얼마나 잘 찾느냐, 안 찾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장은 모든 걸 다 말했다는 거예요. 이미지로 말입니다.

연암, 비슷하면 가짜다
Q
“색깔 속에는 스펙트럼이 빚어내는 다양한 광채가 있다. 하나의 꼴 속에는 수없이 많은 태가 깃들어 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책에서 ‘색(色), 광(光), 형(形), 태(態)’가 나오는 이 대목을 읽다가 30분 동안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개념에서 브랜드에서 얘기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경영, 브랜드 철학 등 핫 이슈가 되는 테마들의 원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색보다는 광을, 형보다는 태를 보라는 말에서 광과 태는 저에게 ‘*아우라’로 읽혀졌어요.

 

A
아우라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연암은 이렇게 말했어요. “색중지광(色中之光), 즉 색깔 속에 담긴 빛깔을 보며, 형중지태(形中之態), 겉모습 속에 담긴 태깔을 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눈은 똑같아도 보는 모습은 다 다르지요. 예를 들어 ‘검은색’이라고 할 때 사실 검은색에는 흑(黑), 암(闇), 현(玄), 칠(漆) 등 아주 많은 층위가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색’만 보고 그 안에 있는 다양한 ‘광’, 그 빛깔은 보지 못해요. 그뿐인가요? ‘내 얼굴’이라고 했을 때, 어떤 때는 웃는 얼굴, 또 어떤 때는 성을 내는 얼굴 등 다양한 모습이 있지요. 얼굴이라는 ‘형태’에는 수많은 ‘태’가 있단 말입니다. 이처럼 색 속에는 수많은 광이 있고, 형 속에는 수많은 태가 있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보지 못하고, ‘검은색’ 혹은 ‘내 얼굴’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본다는 거예요. 더 충격적인 것은 그것을 ‘다’ 본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심하게는 그렇게 본 것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암은 이렇게 말했지요. ‘*속인은 색과 형만을 보고 판단하고, 달사는 그 속에 깃든 광과 태를 읽는다’고 말이에요. 달사는 남들과 똑같이 보지 않아요. 그 속에 있는 다양한 광과 태를 보지요.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광과 태를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껍데기가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아우라를 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치’는 거기에 들어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치는 숨어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그 껍데기만 보면서 거기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니 답답한 겁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문제는 늘 색이나 형만 보고 판단하는 데서 생기는 겁니다.

 

Q
이 세상에 달사는 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연암 선생은 달사를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는 자신의 이목만을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지 않는다.” 반면 속사는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그는 자기가 아는 세계를 통해서만 창밖의 세계를 이해하려 든다.” 결국, 색과 형을 보는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며, 광과 태를 보는 사람은 경험 밖의 세상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A
광과 태를 보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달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또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줄 알지 않습니까. 이것은 연암이 얘기한 또 하나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비슷한 것은 가짜다》의 첫 번째 얘기이기도 한데요. ‘상기(象記)’, 즉 ‘코끼리’ 이야기예요. 연암은 “세상에 그런 진리는 없어. 변치 않는 도는 없어. 코끼리는 예외가 아니야. 그런 예외는 수도 없이 많아. 코끼리를 가지고 하나의 원리를 설명하려 들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연암은 중국에서 코끼리라는 동물을 처음으로 보게 됩니다. 난생처음으로 본 코끼리는 그에게 충격, 그 자체였지요. 그는 코끼리를 이렇게 묘사해요.
“괴상하고 진기하고 거대하고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그 무엇… 걸어가는데도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다.” 그리고는 코끼리를 묘사합니다. “그 생김새가 몸뚱이는 소인데 꼬리는 나귀 같고, 낙타 무릎에다 범의 발굽을 하고 있다. 털은 짧고 회색으로, 모습은 어질게 생겼고, 소리는 구슬프다.”
그러면서 연암은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코끼리 하나를 설명하기에도 부족한 자신의 지식을 보게 되지요. 코끼리를 설명하는 데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동물들을 나열하는 것 외에는 코끼리를 설명할 방법이 없음을 알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찮은 지식으로 세상의 온갖 진리를 꿰뚫어볼 수 없음을 얘기하며,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고정불변하는 이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 말은 인간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존재는 아님을 얘기하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획일화된 척도를 만들어 어떤 것이든 설명하려 한다는 것을 꼬집는 것입니다. 즉,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해 비판을 하며 거부하는 것이죠. 연암은 사람들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하나의 원리를 만들고는 그 안에 모든 것을 가두고 있음을 코끼리를 내세워 말한 겁니다. 하나의 원리로만 모든 것을 보려는 사람들이 바로, 색과 형만을 보고 다 보았다고 생각하는 속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움베르트 에코가 쓴 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면, 코끼리 대신 ‘*낙타’가 그 자리에 등장합니다. 에코는 소설 속에서 낙타를 등장시키며 하나의 원리로는 낙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연암이 에코보다 약 150~200년이나 먼저 산 사람인데, 에코가 만약 연암이 쓴 이 ‘상기’를 보았다면 어땠을까요? 어쨌든, 몇천 리 더 떨어진 동양과 서양에 사는 두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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