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의 코드 슈퍼내추럴 코드
브랜딩, 부적절한 관계

고유주소 시즌3 / Vol.40 Vol.40 브랜드 경영 (2015년 05월 발행)

 

 

브랜딩, 부적절한 관계
“브랜딩은 마치 결혼할 때와 같은 소속감을
수반하는 강한 애착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Inappropriate(부적절한, 부적당한)라는 단어는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변명한 단어로 유명해진 ‘개념어(상징어)’이다. 외도는 소설, 전설, 희곡, 영화, 드라마, 신화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쓰이는 소재다. 클린턴의 외도에 대해서 유별나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통령이라는 직위 때문만은 아니다. 황당한 로맨스로 따진다면 프랑스 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맞바람, 영국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 스토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클린턴의 스캔들이 압도적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외도를 부적절한 관계로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사랑’을 여러 개의 단어로 분류해서 정의했다. 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가페(Agape), 가족의 사랑은 스톨게(Storge), 친구와 형제애는 필리아(Philia), 연인의 사랑은 에로스(Eros)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 사람이 브랜드에 관한 사랑을 정의했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아마도 물질을 경시한 헬라 철학 관점에서 본다면 ‘부적절한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아니면 결핍이라고 했을 것 같다.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남녀 간의 외도가 아니라 인간과 브랜드 간의 외도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아이덴티티를 지닌 인격체로 브랜드를 대한다면, 인간관계 선상에서 브랜드를 이해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청바지 소개글을 살펴보면 마치 나한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듯이, 브랜드와 사용자의 관계에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구매의 심리학〉의 저자인 케빈 호건(Kevin Hogan)은 독특한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단지 커피맛이 좋아서 성공했던 것만은 아니다. 스타벅스에는 ‘좋은 공기’가 흐른다. ‘좋은 공기’란 커피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의미한다. 당신이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느낌, 즉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스타벅스를 가면 ‘호르몬 샤워(Chemicalbath)’를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중독현상 중 하나다. 스타벅스에는 단지 카페인 중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다. 그 ‘관계의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다. 상대방의 ‘고통이나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기쁨’을 주는 것에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포지셔닝, 그리고 브랜딩의 시작이다. ‘설득’이 그 두 가지(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기쁨)를 유발하는 첫 번째 단계라면 브랜딩은 이것을 유지하고 고착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말이다.”

호르몬(Hormone)은 ‘불러일으키다’ 혹은 ‘자극한다’의 뜻을 지니며, 고대 그리스어 호르마오(Hormao)가 기원이다. 인간의 감정변화가 호르몬 분비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100년도 채 안된 일이다. 이전까지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설명하는 데에는 운명, 혹은 큐피드의 화살 정도의 단어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분비 의학의 발달로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 초콜릿을 먹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간의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조절가능한 이벤트로 여기게 되었다. 특히 심리학과 의학이 마케팅에 접목, 인간의 알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의 신비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남자는 페라리와 같은 멋진 스포츠카를 보면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마르코 라울란트(Marco Rauland)는 저서 〈호르몬은 왜?〉에서 울름대학병원 연구팀의 연구를 소개했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남성 12명을 선발해서 스포츠카 22대, 리무진 22대, 소형차 22대의 흑백사진, 총 66장을 임의 재생하여 보여줬다. 같은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자동차 마크는 모두 지운 상태였다. 사진을 보는 남자들의 뇌를 스캔했더니 스포츠카를 봤을 때 쾌감중추가 활발해지며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반면 리무진과 소형차는 그렇지 않았다. 호르몬 분비 결과로만 본다면, 브랜드와 섹스는 같은 신경 자극을 보인다. 그래서 브랜드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장 안전한 섹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브랜드는 쇼핑중독에서 브랜드 마니아까지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케팅 영역도 의학, 심리학, IT 기술의 발달로 ‘신비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웹사이트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브랜드의 성공적인 런칭은 다분히 ‘전략’이라는 신비한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전문 경영 지식인들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과 성과에 대해 경쟁분석, 비교우위, 초우량 기업, 핵심역량, 브랜드 플랫폼, 가치혁신, 가치 사슬과 같은 전문용어로 덧칠했다. 결국 시장의 보편적인 현상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성공은 더 아득해졌다. 과연 전문용어로 가득찬 마케팅 서적의 방법대로 따라하면 똑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전략가라면 이런 질문에 그냥 웃고 말 것이다. 경영 전략용어로는 사람의 마음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브랜드 경영은 브랜드 관리가 아니라 브랜드 관계여야 한다. 사용자와 브랜드, 사용자와 사용자간의 브랜드는 광고, 홍보, 소문 따위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의도한, 쇼에 가까운 친절은 오히려 브랜드의 독이 된다.

〈유니크 브랜딩〉의 저자인 스캇 데밍의 조언을 들어보자. “브랜드의 성공비결은 고객에게 약속한 것 이상을 이행함으로써 그들이 특정 문화집단이나 가족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창조해내는 능력에 있다. 브랜딩은 마치 결혼할 때와 같은 소속감을 수반하는 강한 애착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아마도 10년 동안 이런 소속감과 의미를 만들어낸 브랜드는 애플일 것이다. 애플이 갖는 특별함에 관해서 〈와이어드뉴스〉의 편집자인 리앤더 카니(Leander Kahney)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애플은 기업, 혹은 잘 만들어진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애플은 히피나 사회주의자처럼 정치 혹은 문화운동 그 이상이다. 애플은 창의성이나 개인주의 그리고 자유와 같은 문화적 가치를 구현해내는 브랜드다. 코카콜라나 포드, 그리고 삼성은 그러한 가치나 열망을 구현해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애플과 같이 상상 이상의 것(의미)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는다.”

이번에는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의 저자이며 입소문 마케팅 전문업체인 버즈에이전트(BzzAgent)의 설립자인 데이브 볼터(Dave Balter)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폰 런칭은 모든 측면에서 입소문 마케팅, 그 이상이었다. 애플사의 천재적인 면모는 아이폰을 자기표현의 수단 즉,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면티셔츠 한장을 입어도 자신과 어울리는지를 확인하고 입는다. 종이컵처럼 당장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면, 사용자는 자신과 어울리는 것을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소속감과 의미이다. 따라서 브랜드 런칭과 경영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기준은 생산자의 의미부여와 사용자의 의미수용이다. 사용자의 잠재의식에 끊임없이 광고와 홍보를 주입한다고 해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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