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Origin에서 만나는 Originality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주헌  고유주소 시즌2 / Vol.22(하) Vol.22(하) 인문학적 브랜드 (2012년 01월 발행)

예술가들은 주체로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브랜드를 만든다면, 진정성과 정직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어떤 것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 될 거라는 겁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가 진정성과 정직성이 있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거리낄 게 없어야 합니다. 두려움이 없죠. 오히려 더 당당하게 고객에게 자신을 드러낼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없기 때문에 마케팅이라는 용어로 자꾸만 포장하려고 하는 겁니다. 따라서 브랜딩에서 최고의 전략은 진정성과 정직입니다. 만약 진정성과 정직이 있다면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란 걸 압니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그 진리를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죠. 브랜더가 지금부터 생각해야 할 것은 다른 게 아니에요. 자신이 주체인지 아닌지를 아는 거죠.

The interview with 미술평론가 이주헌

 

“헤이리로 와 주세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예술 마을 헤이리는 서울의 근교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여행지’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왜일까. 그곳은 도심과 명확한 획을 그으며 거대한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오늘의 사회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창조성과 모험, 실험, 도전 등을 화두로 삼으며 바깥 세상과는 철저하게 다른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일 게다.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의 입에서 ‘헤이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와의 인터뷰에 본능적으로 설렘을 느꼈던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 설렘의 정확한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의 저서 《미술 창의력 발전소》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미술가들은 영원한 창조가다. 미술가들은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에 새로운 우주를 펼치고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갖가지 환상과 아이디어를 박진감 넘치는 형상으로 구현해 낸다. 미술은 우리가 창조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영감과 지식을 제공해 준다.”

 

미술에 문외한이라 해도, 세잔의 ‘사과’ 그림을 보며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이유는 그것은 단지 사과를 그린 정물화가 아니라 미술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넓은 범주로 보았을 때 예술 분야가 이에 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은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고 싶어하는 유토피아의 실현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그가 한 말을 한 번 더 들어 보자.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내 마음에 어떤 느낌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내가 내 느낌의 주인이 되고, 내 느낌의 주인이 됨으로써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행위거든요. 그러니까 작가의 주관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예술은 억눌려 있던 자아를 일깨워 본연의 자아로 돌아가게 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마치 헤이리가 사회와 담을 쌓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오히려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오늘날 예술이 감당하고 있는 인문학적 목적은 바로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일테다.

 

 

Creativity가 아니라 Originality다
Q
많은 브랜더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때 종종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인사이트나 영감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라는 질문인데요. 이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답 중의 하나가 인사이트나 영감을 받는 장소로 미술관을 꼽는다는 겁니다. 브랜더만큼 창조에 관심 있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 자신이 속한 환경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의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장소를 찾습니다. 그런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꼽았다는 것은 그곳이 분명 특별한 장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A
영감을 뜻하는 ‘Inspiration’은 ‘예술적 영감’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미술은 이 Inspiration에 의존하는 세계죠.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시를 포함한 예술 영역은 모두 이것을 통해 발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Inspiration이라는 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스 문화에서는 이러한 Inspiration을 주는 무언가를 의인화하여 ‘*뮤즈(Muse)’라고 불렀죠. 이 뮤즈들이 시인에게는 시적 영감을, 음악가에게는 음악적 영감을 그리고 미술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했어요. 이 뮤즈가 말해 주는 것은, Inspiration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나에게 주는 거란 걸 뜻하는 거죠.

 

예술가들은 이처럼 바깥으로부터 Inspiration을 받아 작품을 만듭니다. 다시 말해 Inspiration을 받아야 작품을 만든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 안에는 작가가 받은 Inspiration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Inspiration을 받는 장소로 미술관을 꼽는 이유입니다. 작품속에 Inspiration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그 작품 속에서 Inspiration을 받는 것이죠. 비단 미술 작품만이 아니에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본다든가, 혹은 영화를 본다든가 할 때도 우리는 Inspiration을 받습니다. Inspiration이 풍부한 책을 읽게 되면 계속해서 글만을 쫓아갈 수가 없어요. 이런 책은 읽다가 자꾸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이 사람은 이런 생각까지 하는구나’ ‘나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하고 말이죠.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은 일종의 촉발제가 되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Inspiration을 주는 일종의 창이라고 할 수 있어요.

 

 

*뮤즈(Muse)
고대 그리스어 무사(Μουσα)의 영어 표기다.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났고 예술가들의 활동에 영감을 주는 여신들이다. 본래는 3명이었으나 시인 헤시도오스 이후에 9명의 여신으로 정리됐다. 로마시대 이후 각각 담당학예 분야가 생겼다. 클레이오는 역사, 탈레이아는 희극, 에라토는 독창, 에우테르페는 서정시, 폴리힘니아는 찬가, 칼리오페는 서사시, 테르프시코레는 합창과 가무, 우라니아는 천문, 멜포메네는 비극을 주관한다. 고대 그리스의 여러 서사시들에서 뮤즈들은 이야기에 영감을 주는 존재로 묘사되거나 화자가 되어 작품 서술을 주도하기도 한다.

 

 

Inspiration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나에게 주는 거란 걸 뜻하는 거죠.

 

 

Q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예술가들을 따라다니는 말 중에 ‘독창적이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가만큼 ‘창조가’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예술가들에게 있어 창의력의 원천은 어디일까는 늘 화두였습니다. 그렇다면 창조성의 원천을 찾아가는 시작점을 ‘Inspiration’으로 삼아야 하나요?

 

A
창조성을 얘기할 때 보통 ‘creative’라는 단어를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originality’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reative’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make’라는 단어와 유사한 점이 있어요. 하지만 ‘만들다’는 같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creative’는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만드는 거죠. 흔히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다’고 말이죠. creative는 바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신의 영역이에요. 인간은 유에서 유를 만들 뿐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있었던 것인데, 이제까지 사람들이 보지 못하던 것, 혹은 못 느끼던 부분을 찾아 보이도록 하는 것이죠. 그렇게 했을 경우, 그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창조자’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다른 사람은 못 보던 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자신의 ‘기원(origin)’으로 돌아가보라고 말입니다. 기원으로 돌아가 보면,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음을 알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 나의 시선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결국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 기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신호가 무엇인지 아세요? 다름 아닌 호기심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죠. 알렉산더 플레밍은 항생제 중의 하나인 페니실린을 처음으로 만든 과학자입니다. 어느 날 플레밍은 세균을 배양하던 용기에 푸른곰팡이가 생긴 것을 보았죠. 당시에는 연구 중에 종종 곰팡이가 생겼는데, 이럴 때면 모두 실험을 망쳤다며 버렸습니다. 하지만 플레밍은 오히려 이 곰팡이에 몰입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호기심이 생긴 거죠.

 

푸른곰팡이를 관찰하던 플레밍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균 용기에 곰팡이가 꼈다는 것은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세균의 영토에 곰팡이가 쳐들어가 이겼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세균이 땅을 빼앗긴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세균을 연구할 게 아니라, 더 힘이 센 이 곰팡이를 연구하자고 생각한 겁니다. 결국 이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만들어지죠. 뮤즈가 Inspiration을 가져다줄 때 그 징조가 바로 호기심입니다. 이러한 징조가 왔을 때, 이것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몰입하여 자기의 기원, 그러니까 자신만의 시각과 생각으로 가져가 보면 거기에서 창조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창조는 originality라는 겁니다. 예술가들이 창조적인 것은 뮤즈가 가져다준 호기심을 붙잡아 자기의 기원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Q

창조성이 ‘originality’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유니타스브랜드는 ‘브랜드 창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originality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강화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저희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originality를 브랜드에 담는다면 그것은 태생부터 차별화가 가능한 브랜드가 될 거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것이 되는 걸 꿈꾸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창조성이란 originality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A
'대체 불가능하다’라는 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 originality라는 단어와 비슷한 단어를 하나 더 꼽으라고 한다면, ‘individuality’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말로 하면 ‘개성’이라고 말할 수 있죠. 개성이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거죠. 독창성이나 독자성이란 ‘다른 것을 모방함 없이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거나 생각한 것’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혼자만의 특유한 성질’을 말합니다.

 

이 individuality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는 르네상스 때부 터예요. 르네상스 시대를 개성이 탄생된 시기라고도 부르잖아요. 신권이 전부였던 중세가 저물면서 개개인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individual이란 단어는 ‘나누다’라는 divide에서 파생되었는데, divide하고 divide하고, 또 divide해서 더 이상 divide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 것이 바로 individual의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divide가 안 되는 존재가 바로 individual이라는 겁니다. 더 이상 나눠지지 않는 것, 공유될 수 없는 것, 단 하나뿐인 것, 이것이 바로 originality죠.

 

예술가들이 창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originality만을 고수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있어 ‘표절’이란 있을 수 없는 거지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거듭 말하지만 originality는 끊임없이 나의 기원으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밖을 내다보죠. 바깥을 보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보이며, 그들을 모방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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