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RACE 눈을 감고 미래를 보다
미래는 위기로부터 온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2 / Vol.18 브랜드와 트렌드 (2010년 12월 발행)

사실 A4용지 두 장에 4년의 흐름을 모두 쓰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인 것은 잘 알고 있다. 위험한 일이라기보다는 사실 멍청하고 미련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전체 그림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퍼즐의 일부만 맞춘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를 모두 끼워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그림을 보는 것이다.


과거의 뒷면, 미래라디오, TV,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 외에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과거의 ‘말도 안 되는 생각’들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품고 있는 대부분의 위대한 상품들은 처음에는 논리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로서 대부분 모호한 이미지와 열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진정한 ‘미래’는 이해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만약 미래가 이해된다면 그것은 미래라기보다는 현재의 그림자일 뿐이며, 굳이 미래라고 우긴다면 달력 기준으로 ‘내일’ 정도에 불과하다. 내일과 내년은 미래가 아니라 언젠가는 현재 또는 과거가 되는 태양계 관점의 주기일 뿐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우리가 이야기할 미래란 현재를 완전히 바꿔 버리는 또 다른 시대를 말한다. 그러니까 다른 세상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뛰어난 식견이 있음을 보여 주려면 미래에 대해서 침묵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어설픈 거짓 예언자가 되지 않기 위해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입을 꼭 다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브랜드 컨설팅과 새로운 지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미래를 알고자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항상 하고 있다.
2005년, 나는 미래의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브랜드 탄생에 관한 책인 《블랙홀 시장창조 전략》을 동료들과 함께 썼다. 어떤 기업의 기획실 직원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변화할 미래를 예측해서 트렌드 교육을 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강의 주제는 바로 ‘과연 가장 큰 미래(변화)는 어디서 오는가?’였고, 강의 내용은 ‘미래는 누구에게서 오는가?’ ‘어떻게 오는가?’ 그리고 ‘왜 오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선지자가 아니라서 그들이 알고 싶어 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예언할 수는 없었다. 다만 2000년부터 새롭게 나타난 시장 변화의 패턴으로 2010년을 예측할 수는 있었는데, 그것을 ‘법칙’과 같은 패턴이라고 하기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에 우리가 발견한 시장의 변화는 공통적인 ‘특이점(singularity,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이 발견된다는 것이었고 만약에 이런 특이점이 계속 등장한다면 미래도 이렇게 변할 수 있겠다는, 예감으로 구성된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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