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정글 자본주의를 넘어 공존의 세계로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원복  고유주소 시즌2 / Vol.22(하) Vol.22(하) 인문학적 브랜드 (2012년 01월 발행)

브랜드의 최종 목적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행복이 어떤 거라고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만족 그 이상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물론 현실적으로 주는 행복도 포함되어 있고, 사회적인 가치를 공유하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행복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만족을 넘어 사람들에게 인간 냄새 나는 따뜻한 행복을 주는 것이 브랜드의 미래 모습이 되여야 하지 않을까요?

The interview with 덕성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이원복

 

‘역사가였던가?’ 이것은 출판된 지 24년 동안 1,500만 부 이상이 팔린 전 국민의 베스트셀러이자 역사교과서라고까지 불리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에 대한 ‘여전한’ 궁금증이다. 책을 펼치면 베레모를 쓰고 괴나리 봇짐을 멘 이원복 교수의 분신인 작가 캐릭터가 등장해 역사와 문화, 때로는 철학과 인문, 경제와 사회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그가 현재 대학에서는 사학과가 아닌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데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여전한’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인문학이 뭔가요? 그게 바로 잡학이에요. 이 시대는 잡학에 능해야 해요. 그래서 인문적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죠.”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이 교수야말로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현시대에 자신이 말한 잡학의 인문학을 몸소 실천하는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대가 되면서 그간 현대 사회를 지배해 오던 먹고 먹히는 방식의 정글 자본주의를 넘어 관용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공존의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존하는 사회에서 브랜더가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과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아마 낡은 경쟁적 마인드를 버리고 서로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고자 하는 마인드로 전향했을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축적해 온 이원복 교수의 시대와 나라를 관통하는 통찰력은 앞으로 변화될 미래에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역사는
내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닌
내일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알려 줍니다.” 

 

 

잡학의 인문학
Q
브랜드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특히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현재 시점에선 보지 못하는 인류의 지혜와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인류의 삶을 나라 마다의 역사를 통해 보여 주고 그것을 또한 세계사적 흐름 안에서 해석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소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와 세계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게 된 역사에 대한 교수님만의 특별한 관점이 있으신지요?

 

A
많은 분들이 제게 역사학자냐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전 역사학자는 아니죠. 그러나 《먼나라 이웃나라》를 쓰면서 역사에 대한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내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닌 내일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알려 줍니다.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거잖아요. 그러니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죠. 하지만 역사는 내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인류가 반복적으로 저지른 똑같은 실수를 보며 우리에게 옳은 방향을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해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겠죠. 비즈니스라는 것이 그것의 결과물로 제품과 서비스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만 결국 다양한 사람을 다루는 거잖아요. 브랜드 역시 인간을 향해 더욱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경영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유니타스브랜드에서는 DOs & DON’Ts라고 해서 브랜드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알았을 때 지속가능한 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역사를 알면 이런 기준을 세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경영에서 부는 인문학의 열풍은 인문학으로부터 이런 것들을 얻고자 함인 듯싶습니다. 교수님은 요즘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어떻게 보십니까?

 

A
사람들은 인문학을 흔히 문사철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을 배우겠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철학, 역사, 고전문학을 읽죠. 이건 인문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인문학에 대해 좀 더 쉽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인문학을 한마디로 말해 ‘잡학’이라고 생각해요. 잡학. 폭넓고 다양하게 아는 것, 사실 그게 인문학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 시대는 이런 잡학의 인문학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이미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수많은 탐험가들에 의해 밝혀졌으며 북극해 밑에 무엇이 있는지 역시 알려진 세상입니다. 발견될 것은 거의 발견되어 이제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의 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기발한 조립과 조합을 해내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잡학의 인문학입니다. 시대가 이렇다 보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융합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죠. 하지만 느낀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 단순히 융합이라는 말 대신 엉뚱한 짓, 딴짓을 통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의 결합을 생각해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 창조적 르네상스형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이것도 뒤집어 보면 그들이야말로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으며 중구난방으로 잡학에 능한 사람들 아니던가요? 잡학을 바탕으로 한 의외의 조립과 조합인 것이죠.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현시대엔 잡학에 능한 사람이 높이 나는 새처럼 크게 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되어 CEO가 되는 것이고, 오히려 자신의 전공에만 능한 자는 부장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과 직업에 결부되기 때문에 이제 얼만큼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느냐가 바로 생존의 조건이자 또한 성공의 비밀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나 브랜드 역시 이런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지녀야만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동양에서 찾은 진정한 똘레랑스
Q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면 교수님이야말로 잡학의 인문학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최근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애플의 경영 철학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데, 그 중심을 보니 서양의 IT기술과 선불교라는 동양 철학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잡학의 인문학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전혀 다른 것의 조립과 조합이 세계 최고의 창조적 기업 애플을 탄생시킨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로 인해 서양인들의 관심이 동양으로 쏠리는 재미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은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굵직굵직한 동서양의 나라들을 모두 연구하셨잖아요. 때문에 남다른 세계관이나 관점이 생겼을 것 같은데, 이런 동양 철학에 대한 높아진 서양의 관심을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나요?

 

A
안팎으로 여러 요인들이 있어요. 안으로는 20세기 말부터 사회 체제의 붕괴를 경험하면서 터닝 포인트의 시기를 맞으며 새로운 사상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고, 밖으로는 세계 중심 국가로서 중국이 새롭게 부상함으로써 동양의 가치관을 접하게 된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국은 지난 150년간 서양의 침탈에도 불구하고 전혀 서양화가 안된 나라예요. 중화사상이라는 굳건한 문화적 방어벽을 서양의 정치, 철학, 군사가 전혀 뚫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우리에겐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중국은 세계의 G2가 되었고, 이제 서양을 향해 오히려 자신의 룰을 따를 것을 과감히 제안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간 시장의 무한 경쟁을 통해 먹고 먹히는 정글식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며 근대화와 선진화가 곧 서양화라고 착각해왔던 서양인들에게 세계적인 투자 기업인 리먼 브라더스가 하루아침에 망한 사건이라든지 그리스에 닥친 금융위기는 매우 당황스러운 사건이었죠. 이렇게 한계에 다다른 서양 사회는 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관심의 대상인 아시아 사회의 중심에 오히려 진정한 서양 정신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포용과 공존의 정신, 똘레랑스라는 것이죠. 똘레랑스는 우리나라 말로 ‘관용’이라고 해석되는데, 자유와 용서, 배려, 존경과 같은 정신을 뜻합니다. 이것은 흔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이자 사상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진정한 똘레랑스의 정신은 동양에 있습니다. 동서양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로는 이를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동양의 역사를 한번 보십시오. 아시아의 나라 중에 다른 나라에 가서 식민지라는 체제를 만든 나라가 일본 외에 또 있나요? 일본도 서양의 흉내를 내서 그렇게 한 것이죠. 동양의 나라치고 다른 민족을 침범해 식민지로 만든 나라가 없죠. 동양의 사회 자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그 근본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 돌아가는 글로벌 시대가 되었죠. 서로가 조화롭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사회가 된 겁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그동안 서양 중심의 인문학 체계가 동양으로 기울면서 이제 인문학의 동서양 균형이 맞춰져 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Q
동양 사상이 오히려 똘레랑스 정신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자신과 다름을 잘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동양의 똘레랑스란 서양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 건가요?

 

A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어요. 포용과 관용이 없는, 굴복 아니면 피로 정복되는 것들, 혹은 Yes 아니면 No 이런 흑백 논리가 오히려 서양의 논리죠. 진짜 똘레랑스는 동양의 조화로움을 목적으로 하는 포용과 관용의 사상들이며 서양의 똘레랑스는 무관심이나 혹은 이익의 하나로 계산된 관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똘레랑스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는 똘레랑스 정신을 자랑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은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의 철학은 굉장히 자아중심적이거든요. 프랑스의 정체성이 자아라고 해석되는 Ego잖아요? 이렇게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100% 개인주의(Individualism)의 극치가 바로 프랑스 사회라고 볼 수 있어요. 서로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똘레랑스처럼 보인 것이죠. 프랑스의 똘레랑스가 탄생된 배경을 보면 이해하기가 좀 쉽습니다. 서양의 역사는 곧 정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프랑스는 다른 나라를 정복하면서 그들을 통치하는 식민지 시대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이 똘레랑스가 제국을 형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상이 되었죠. 요즘 재미있게 읽은 에이미 추아(Amy Chua)가 쓴 《제국의 미래》라는 책을 보면, 모든 제국이 흥할 때는 똘레랑스, 즉 포용과 관용이 있었고, 반면 똘레랑스를 철폐하고 제국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속국에게 고집할 때는 멸망의 길을 걷는다는 겁니다. 기독교를 수용한 후 모든 것을 배척하며 똘레랑스의 정신을 잃어 멸망하게 된 로마제국의 사례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죠. 똘레랑스는 바로 제국의 흥망을 결정짓는 열쇠인 겁니다. 이것은 현대 글로벌 시대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 똘레랑스를 거부한다는 것은 멸망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다른 걸 인정하고 그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존하기에 행복한 브랜드
Q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브랜드 역시 사람과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관용의 정신을 발휘해야만 글로벌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점이 아니라 공존하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하는 코드들이 브랜드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죠.

 

A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정글 자본주의의 산물인 강자 독식, 혹은 빈익빈 부익부를 당연한 자본주의의 생리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양의 정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좀 더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가자라는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기 시작했어요. 동양의 휴머니즘을 함께 담아 보자가 지금의 모멘텀인 것 같습니다. 요즘 *자본주의 4.0을 얘기하는 것도 같은 이치겠지요. 지금의 사회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자본주의인 자본주의 1.0시대를 지나 자본주의 2.0인 케인스 식 대공황 이후의 수정자본주의,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신자유주의라고 해서 시장 중심의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정글 자본주의인 자본주의 3.0을 지나 지금은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하자는 자본주의 4.0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공존과 똘레랑스의 자본주의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겠지요.

 

* 자본주의 4.0
영국의 언론인이자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가 2010년 《자본주의 4.0: 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의 탄생》을 통해 제안한 개념이다. 칼레츠키는 정글 자본주의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 3.0시대에서 발생한 2008년의 금융위기를 논하며 자본주의 4.0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자본주의 4.0은 정부와 시장이 각자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상호의존적인 협력 관계를 의식적으로 제기한다. 칼레츠키는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정부의 규모는 줄어들어야 하며, 기업의 경우 부를 창출하고, 이를 사회 공헌 활동 등을 통해 국가의 지속가능한 복지에 협력할 것을 당부한다.

 

미래의 브랜드는 이런 행복과 공존을 말하는 다음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냄새가 나는 브랜드일 겁니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미래가 아닐까요? 물론 브랜드가 일단 기업의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에 걸린 이상 그것을 버리고 갈 수는 없겠지만 요즘 보면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영역을 포기하는 정책을 펼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데 공통분모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 예가 바로 공존과 관용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 것입니다.

 

Q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앨런 패닝턴(Alan Fairngton)은 “21세기의 새로운 소비자들은 나를 위해 물건을 사는 욕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존재들”이라고도 말하죠.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흐르는 공존 사회로의 요구는 바로 변화된 소비자들에 의해서도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4.0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고민하는 이 때에 브랜더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A. 저 역시 제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했을 때 제품이 주는 물질적인 만족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면을 통해 사회적인 행복을 느끼고 싶을 것 같군요. 예를 들어 기업이 저에게서 받은 이익, 즉 물건 값을 가지고 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다든가 사회에 유익한 사업을 하다든가 이런 활동을 한다면 자신의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그것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겠죠. 일단 물건을 사는 것은 기능을 사는 것이지만 제가 먹기 위해서만 식품을 산다든가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 오디오를 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가치들도 사는 것이지만 제가 낸 돈이 환경 같은 사회 문제나 제3세계의 사람들과 가난을 함께 해결하는 것 같은 가치를 준다면 브랜드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개인의 행복만을 극대화하다 보면 결국 정글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글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하고 전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우리 모두가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 것이 결국 자본주의 4.0 시대가 말하는 공존과 관용의 사회 속에 브랜드가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예컨대 프랑스의 명품들을 보세요.

 

물론 프랑스의 명품을 사면서 행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허영심이지 행복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기부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이것을 사면서 자신이 사회에 기부한다는 생각을 잘 할 수가 없죠. 단순히 자신의 소유욕만을 충족시킨 것이지 사회적인 행복는 없는 것이죠. 브랜드란 어찌 보면 Privilege 아닌가요? 특권이죠. 특권답게 브랜드를 가진 사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브랜드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와 사람을 향해 있는 브랜드의 진정성이 중요해지는 거죠. 그 브랜드를 장식하기 위해 한 행동들은 빛이 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 아닌 사회와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가치를 위해서 정직하게 행동하는 진정성이 있을 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내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관리 차원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야지 옳은 일인가라는 철학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Q
사람과 사회와 함께 더불어 나누는 가치에 대해 브랜드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듯 싶네요. 공존의 가치를 덕목으로 삼은 미래의 브랜드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A
브랜드의 최종 목적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행복이 어떤 거라고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만족 그 이상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물론 현실적으로 주는 행복도 포함되어 있고, 사회적인 가치를 공유하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행복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만족을 넘어 사람들에게 인간 냄새 나는 따뜻한 행복을 주는 것이 브랜드의 미래 모습이 되여야 하지 않을까요?

 

BRANDING ∩ LIBERAL ARTS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하는 제로섬 관점의, 너무나 전쟁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WIN-WIN하는 게임이 되어야 하는 것이 깨어있는 브랜드 비즈니스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로 알려진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는 이제는 비즈니스도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경쟁자를 죽여야 하고 더 비열한 방법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전쟁이 아니라 더 나은 철학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더 많이 사랑 받는 건전한 생태계로, 공존을 위한 ‘철학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유니타스브랜드 Vol.17 p122 참조). 이는 기업도 정글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는 것이 진짜 인문 경영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면 인문학이 그러하듯 오로지 경쟁자는 나 자신뿐이며 문제와 해답 모두를 나의 내부에 집중해서 찾을 수 있다. 인문학과 브랜드의 철학 경쟁이 공통적으로 가진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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