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브랜드가 되기 위한 여정, 천직을 위한 전직
Changing for Calling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4 Vol.24 휴먼브랜딩 (2012년 03월 발행)

당신의 현재 업이 단지 task, work, 그리고 job으로 선택되지 않았기를 기원한다. 설사 외관상 그렇게 평가될지언정 당신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20세기 창조적 지성을 대변하는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간디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에서 의미를 찾고, 그렇지 못한 경우 새로운 업을 창조 혹은 재정의하면서 내재된 창조성을 꽃피웠다. 당신도 그럴 수 있는 잠재된 가능성을 지녔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인간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아직 무죄다.

The interview with 올리버선박 대표 최준영, 포스크경영연구소 연구원 김훈태, 크레이그 네이선슨(Craig Nathanson)

 

 

Q. 당신은 현재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래 단어들의 정의를 보고 체크해 보십시오.

□ task : (특히 힘든·하기 싫은) 일, 과업, 과제

□ work : 생계나 벌이를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

□ elaboration : (계획·사상 등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 고심하여 만듦. 노작(勞作)

 

Q. 그래서, 당신은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까?

□ job : 보통 직업, 일(삯일), 품팔이(도급 일, 청부 일), gob(‘입’을 속되게 이르는 ‘아가리’)이 그 어원

□ vocation : 천직, 소명

 

 

어떤 항목에 체크하셨습니까?

아니, 아예 (눈으로라도) 체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이유는 여럿일 테다. 귀찮아서, 고민해보지 않아서, 아니면 고민하고 싶지 않거나 외면하고 싶어서….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의 60% 이상을 업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 대상을 보통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는 것 = 취업’이라는 공식을 너무나 당연히 여겨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직업’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지금 한번 적어 보자.

 

“직업이란                                             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나로 하여금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통로’ ‘나다움의 구현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채널’ 등 다양한 정의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당신의 가치관을 대변할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의 에너지와 시간의 대부분이 투자되는 대상이 그렇게 정의된다면 당신의 삶도 타인에게는 그렇게 비칠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은 돈만 벌면 되는군’ ‘저 사람은 자아실현을 위해 사는군.’ 그러나 지금 내린 그 정의가 맘에 들지 않거나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정의 내린 것을 수정할 권한 역시 당신에게 있으니까.

 

혼합물? 화합물?

알다시피 혼합물(두 물질이 화학적 반응 없이 단순히 섞여 있는 물질)은 물리적 방법으로 금세 분리가 가능하다. 반면 화합물(2개 이상의 다른 원소들이 일정 비율로 구성된 순물질)은 두 물질이 만나 새로운 성질을 갖기 때문에 굳이 분리하려면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과 업의 만남은 혼합물일까, 화합물일까? 아니면 혼합도 되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두 층으로 나뉜 상태일까?

 

어떤 이는 애써 눌러 놓았던, 그래서 물(자아)과 침전물이나 부유물(직업)이 잘 분리된 상태로 나름대로 평안한 삶을 살고 있는데 왜 휘저어 놓느냐며, 다시 힘들어지고 싶지 않다며,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늘 우러러보는 그런 ‘위인’ 혹은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버려야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삶과 일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워크홀릭이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화합물은 분명 그것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늘 일정 비율로 유지된다.

 

화합물의 포인트는 두 가지 이상의 원소가 만나 새로운 물질(가치와 존재감)을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바로 ‘나’와 바로 ‘그 직업’이 만났을 때 시너지를 내면서 오롯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고,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사람과 일이 만들어 내는 화합물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보통 ‘천직’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그 일 안 했으면 무얼 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천직(天職). 이번에는 이 단어에 집중해 보자. 사전적 정의로는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이다. ‘타고나다’는 단어 때문에 천직은 왠지 ‘운명론’자들의 이야기 같아서 지레 맥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운명은 ‘내가 나라는 것’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그런 천직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을 말하기 전에 우선 마음을 잠시 비우고 자신만의 꿈을 좇아 전직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항로 재조정, 배를 띄워라

삼성 디자이너, 이노디자인 그래픽 총괄이사, SADI 교수로 일하던 그가 행로를 바꿨다. 그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배(boat)를 만드는 보트빌더가 된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가는 '올리버 보트'를 런칭하기까지, 그는 어떤 방식으로 삶의 좌표를 찍어왔을까?

 

최준영 올리버선박 대표

 

보트빌더(배를 만드는 사람)란 직종 자체가 생소하다. 어떻게 이 직업을 택하게 됐나?
최준영 사실 일로 할 생각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배를 좋아했다. 배 앞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가며 형태를 관찰하던 기억이 난다. 배는 그 어떤 면도 완전히 평평한 표면이 없다. 지속적인 형태의 변화가 신기해서 많이 봤고 바다로 나가는 것에 대한 신비감에 설렜다. 그러다가 ‘나도 한번 타 보고 싶다’에서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초등학생 때 처음 하게 됐다.

 

종이배로 시작했다가 나무배가 만들어 보고 싶어서 아버지의 미국 출장 길에 배에 관한 책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하는 계기도 되었다. 집에 조그만 마당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무배를 만들기 시작했고 망치질하다가 손가락도 여러 번 다쳤다.

 

6학년 즈음 처음으로 내가 만든 배를 (당시 집이 대학로였는데) 집 앞 하천에 띄워놓고 직접 타 봤다. 그 후 배를 완전히 손에서 놓은 적은 없던 것 같다. 작업물이나 완성된 배를 찍어 둔 사진을 워크북처럼 만든 책이 몇 권 된다. 그러다가 30대 초반부터 보트빌더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고 40세에 전직했다.

 

전직하기 전에는 대기업의 디자이너이자 교수였다. 새로운, 그것도 불모지에 가까운 영역으로 전환하는 일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준영 나에게는 업을 결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그리고 총체적 효익이 높은 일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박지성만큼 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하는 일이어도 좋아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 그리고 총체적 효익이 높은 일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업을 찾을 때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독특한 기준 하나가 더 있는 것 같다. ‘총체적 효익’이란 무엇인가?
최준영 어머니께서 어려서부터 늘 “무엇을 하든 네가 했을 때 가장 이득될만한 일을 하라”고 하셨다. 어렸을 때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이해가 됐다. 세상에는 월급으로 100만 원만 받더라도 그 사람이 한 일로 생긴 총체적 이익이 천만 원인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500만 원을 받지만 그 사람 외에는 전혀 이익이 생기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총체적 효익이 큰 일은 전자가 하는 일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자 잘하는 일이니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배를 만드는 일이 왜 총체적 효익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하나?
최준영 올리버선박의 배는 크게 보면 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양산시스템에 의해 생산된다. 이런 산업의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물론 가격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능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될 것이라 본다. 실질적인 응용력을 갖추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 많이 등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으면 한다. 학교를 만든 것도 그런 연유다. 내가 빠지더라도 스스로 생명력을 지니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그리고 명분까지 명확하니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최준영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 출신인데 경영까지 해야 하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보는 배가 많아지다 보니 한국에 있는 배들을 보는 것 자체가 통증이 되기도 한다. 기대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통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배에 대한 기대, 추진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어선이나 가까운 섬을 왕복하는 코스털 크루저(coastal cruiser)도 좀 더 아름다워질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

 

기대하고 발전할 방향이 보인다는 것. 그게 더 큰 행복 아니겠나. 전직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최준영 아침에 빨리 일어나고 싶어졌다. 밤새 머릿속에서 ‘어디를 어떻게 잘라서 어떻게 붙여 볼까?’ 하며 생각해 놓은 것을 빨리 해보고 싶어서다. 그걸 잘라서 끼워 봐야 마음이 편하고 또 끼워 봤을 때 별로 아니면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하니까.

 

자가발전(self-motivation)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최준영 그 말이 꼭 맞다. 마치 몸 안에 제너레이터(generator)가 탑재된 기분이다. 계속해서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을 바로 바로 해결하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 이게 상당히 중독성이 있다. 자가학습의 원리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확신’이 있었기에 이 길을 결정할 수 있었나?
최준영 확신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같다. 많은 것이 불확실하지만 이쪽 방향으로 끌고 가야겠다는 ‘의지’가 확신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 한다.
 
설사 의심이 좀 되더라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이것을 위해서는 꿈을 구체적으로 꾸며 치열하게 고민해 자기만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논리를 강조하는 것이 의외다.
최준영 무슨 일을 하든 논리가 없으면 자기 스스로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안다’는 것에는 4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①마음으로 아는 것, ②머리로 아는 것, ③말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아는 것, 그리고 ④글로 적을 수 있을 만큼 아는 것. 우리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점이 최소한 ③번 정도까지는 의견을 정리해 오라는 것이다.

 

논리는 ‘how-to’가 드러나는구체적인 전술이다. 이것 없이 머릿속으로 꿈만 꾸는 것은 좋게 말해 너무나 순수한 거다. 산꼭대기만 쳐다보면서 정상을 밟았을 때를 양껏 상상해 본다고 그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 그 안에서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꿈은 계속 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전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최준영 구체적으로 꿈을 꾸다 보면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1~2년 준비해서 창업한다고 하는데, 위험하다. 생각해 보라. 현재 몸담은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그간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나. 그것보다 더 위험한 곳으로 출전하는 것인데 1~2년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천직에 대해 너무 강박을 갖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다. 내 경우, 자연스럽게 ‘찾고, 또 하다 보니 천직’이 되는 것 같다. 이번 특집 주제가 휴먼브랜드라 들었다. 그런데 사실 브랜드도 그런 것 아닐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속적으로 뭔가를 향해 꾸준히 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생기는 것이 브랜드라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일종의 이미지를 얻게 되고, 결국 나의 경우를 빗대면 ‘배를 만드는 사람’을 넘어 ‘배를 만들어야 되는 사람’ 심지어 ‘배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까지 인식된다면 그것이 천직 개념을 동반한 휴먼브랜드가 아닐까 한다

 

 

아직까지는 무죄입니다

과연 천직이란 것이 있을까? 어쩌면 최 대표의 말처럼 천직은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천직이라고) ‘믿는가, 믿지 않는가’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다.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이 일을 진정으로 대하고, 그 진정으로 대함에 내가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 또 나만의 행복을 넘어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를 자문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자기 안의 씨앗을, 또 그 씨앗을 길러 낼 새로운 배지(이직이든 전직이든)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당신과 당신의 현업 모두 무죄다. 형사절차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처럼 말이다. 아직 스스로를 변론할 기회가 있다.

 

나중에 유죄로 판명이 나더라도,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찾으면 감사한 일이다!) 너무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언젠가 발견하게 될 천직을 더 잘 수행하게 하는 토양이 될 테니까. 과거에 찍은,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점들이 모여 이루게 될 최종 그림이 토끼가 될지, 고양이가 될지, 호랑이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믿음’으로 현업에서 열심히 흔적을 남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과연 천직이란 것이 있을까?
어쩌면 최 대표의 말처럼 천직은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천직이라고) ‘믿는가, 믿지 않는가’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믿습니까?

이 질문에 어떤 식으로든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믿음’에 대한 실체를 알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이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행복의 조건》의 저자로도 유명한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의 분류에 따라 종교적인 믿음이 아닌 ‘신뢰’를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믿음’의 어원을 히브리어와 라틴어에서 찾아보면 의미상 “믿음은 ‘가지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며 “단일한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인 의미”라고 한다.

 

믿는다는 것은 행한다는 것, 즉 실행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메시지는 앞서 소개한 최 대표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한다. 확신보다는 의지와 믿음, 믿음은 곧 그것을 미리 준비하는 실행, 그리고 그 실행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온라인 카페 ‘행복한 밥벌이, 천직을 찾아서’의 운영진 중 한 사람이자 지난 10년간 천직이란 키워드를 두고 고민하며 여러 비즈니스를 벌여 보고 지금은 다시 첫 직장이던 포스코경영연구소로 돌아간 김훈태 씨도 이렇게 잠정적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천직을 찾아 주는 일에 열을 올리던 그는 왜 다시 첫 직장으로 돌아갔을까? 지난 10년간 그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김훈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씨앗에 대한 관심이 적다. ‘천직을 찾아서’ 카페를 한창 뜨겁게 운영할 때였다. 회원들이 전직 전에 경험해 보고 싶은 직종의 사람들을 섭외해서 만나게 해주는 장을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참여율이 저조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하려던 일이 좀 이른 생각이었거나 그만큼 사람들의 삶이 녹록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사람들의 마음이나 수동적인 태도를 탓할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세상은 우리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고민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김훈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

 

또 한 가지 문제는 역시나 ‘실행이 없다’는 점이다. 적성이나 흥미도 분명 중요하지만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를 알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스스로 규정해 놓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눈만 높아서 중소기업은 아예 처다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얻게 된 결론은 스스로 더 잘 알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점, 좋아하는 일보다는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람은 인성 즉,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복사하는 일이라 해도 그것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우는 게 하나도 없다. 일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결과의 수준이 달라진다.

 

전공이 무엇이고 흥미와 적성이 무엇인지를 따지기 전에 자신의 인성이 잘 되었는가를 확인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찾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업이라든지 인생은 로또가 아니라 퍼즐이다. 한방 터뜨리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끈기 있게 자기 자신을 알아 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그림이 완성된다. 짧은 여행(trip)보다는 긴 여정(journey)의 관점을 가졌으면 한다.

 

나 또한 천직에 대한 생각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현재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또다시 찾아올 다른 기회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 어디서든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다. 휴먼브랜드 또한 공감 받을 수 있는 결과물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고 본다. 그것 없이는 상품이든 사람이든 브랜드가 아니라 허상일 뿐이다.

 

 

내가 얻게 된 결론은 스스로 더 잘 알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점,
좋아하는 일보다는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람은 인성 즉,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실행과 구체성, 그리고 현재의 삶에 대한 진정성 없이 꿈만 꾸는, 망상에 사로잡혀 애꿎은 현업을 꾸짖고 의심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선 당신의 현업, 그리고 당신은 무죄다. 당신이 증거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바로 이곳이 현재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믿는 편이 좋다. 그래도 의심이 된다면 유죄를 밝혀 낼, 즉 당신의 자리는 다른 곳이라는 증거, 혹은 단서를 찾아가 보자. 그 과정에는 크레이그 네이선슨(Craig Nathanson)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유죄를 증명하기 위한 단서, 10가지 P

얼핏 보기에는 직업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를 커리어 코치(Career Coach)가 아닌 천직 코치(Vocational Coach)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How to find the rightwork(국내 미출간)》의 저자, 크레이그 네이선슨이다. 그에게 천직을 찾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천직을 찾아 주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크레이그 많은 사람들이 진짜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돈, 가족의 기대, 사회적 성공, 물질적 풍요로움을 위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덜 행복하고 덜 건강한 사람들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크레이그 네이선슨 전직 코치 및 강연가

 

진정한 행복은 job이 아닌 vocation을 찾을 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40대 이후의 클라이언트들이 많다. 남은 생의 여정을 vocation으로 살게 해주고 싶다.

 

 

 

당신은 vocation을 어떻게 정의하나?
크레이그 당신을 부르는, 혹은 잡아당기는 일. 그것이 천직이다. 천직을 찾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아침과 저녁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를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이 이야기하는 Vocational Day인가?
크레이그 정확히 말하면 days다. 매일이 그런 하루로 이어진 나날들,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서의 직업을 뜻한다.

 

사람들을 코칭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
크레이그 스스로에 대한 저항, 부정적 믿음, 그리고 그들의 씨앗을 지지해 주지 못하는 주변 환경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크레이그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만약 천직을 살면 하루의 일과와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 같은지, 앞으로 나아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그것을 극복하려면 지금 당장 있어야 할 변화는 무엇인지, 한 보 앞으로 전진하기 전에 지원 받을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는지,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런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그것을 정리한 것이 10Ps다.

 

 

 10Ps
이는 2002년부터 크레이그가 사용해 온 코칭의 골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P’로 시작하는 10개의 단어인데 한 단어를 두고 1~2주 동안 고민한다. 클라이언트의 답변 중 핵심 키워드는 벽에 지도처럼 붙여 가며 함께 삶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Purpose :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그것을 향한 실행으로서의 삶을
사는가?
Prize :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Perspective : 삶, 자아,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가치관은 어떠한가?
성공을 정의해 보라.
Possibilities :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무엇인가, 무엇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Place : 세상에서 당신의 역할은? 자리는? 자리를 옮기는 것은 왜 어려운가?
Position : 매일매일, 그리고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어떠한가? 태도가 포지션을 바꾼다.
Passion : 열정을 발견하고, 유지하고, 그 열정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
Present : 현재와 미래의 간극을 줄여라.
Permission : 스스로를 허락하라. 또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라.

 

 

천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크레이그 관성을 깨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천천히 옮긴 한 걸음이 미래의 행보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일을 벌여라! 분명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should와 would의 차이

미국인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should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쓰는 것 같아!”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해야 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오늘의 일과, 혹은 이번 주말의 일과를 물어보길 권한다.

 

아마도 ‘~할거야’ 보다 ‘~해야돼’의 종결어미를 더 많이 쓰는 그/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심지어는 일이 아닌 놀이와 관련된 이슈까지도. “나 오늘은 머리 ‘해야 해서’ 영화는 나중에 ‘봐야 될’ 것 같아.”

 

무언가 잔뜩 과제로 여겨지는 것투성이다. 우리는 왜 이리 수동적인 문화 속에 용해되어 있을까? 왜 의지나 적극성을 표하는 will이나 would보다는 의무가 수반된 must나 should를 많이 쓰는 것일까? 이 글에서 그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겠지만 분명 어렸을 적부터 주체적인 의사결정은 늘 용인 받지 못했거나 ‘~해야만 하는’ 상황에 노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문화를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의지로 사는 삶이 옳다고 ‘믿기 시작하는 것’은 지금 당장 가능하다. 오늘 우리가 미래를 살 수 있어야 미래는 미래가 된다.

 

‘믿는다는 것 =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한번 믿음의 길로 발을 들여놓으면 한결 수월해진다. 믿음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믿기로 했다면, 그 첫 번째 실행으로서 앞서 물었던 몇몇 질문에 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바로.

 

 

WORKSHOP
1. 당신은 현재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래 단어들의 정의를 보고 체크해 보십시오.
□ task : (특히 힘든·하기 싫은) 일, 과업, 과제
□ work : 생계나 벌이를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
□ elaboration : (계획·사상 등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 고심하여 만듦. 노작(勞作)
 
2. 그래서, 당신은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까?
□ job : 보통 직업, 일(삯일), 품팔이(도급 일, 청부 일), gob(‘입’을 속되게 이르는 ‘아가리’)이 그 어원
□ vocation : 천직, 소명
 
3. 그래서, 당신은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직업이란                                                           이다.
 
4. 당신과 일은 혼합물입니까, 화합물입니까?
 
5. 현재의 당신과 현업은 무죄입니다.
(더 행복한 삶을 위한) 현업이 유죄임을 증명하기 위한 단서가 될, 10가지 P를 찾아 써보세요.

 

 

유니타스브랜드 문의

About Us

찾아오시는 길

교육, 컨설팅, 제휴 문의

  • 070-5080-3800 / ahneunju@stunit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