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2.5 / Vol.25 BRAND, B자 배우기 (2012년 06월 발행)

“안녕하세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준비한 브랜드를 귀사에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귀사의 브랜드에 대해서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면서 다음의 대안을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국 진출을 하기 위한 브랜드 교육을 받았습니다. 입사하면 저의 지식이 귀사의 브랜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랜드의 시스템 경영과 인사관리를 중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아 지금까지 인턴 과정을 통해 30개의 브랜드를 배웠습니다.”

 

세상은 브랜드로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준비한 브랜드를 귀사에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귀사의 브랜드에 대해서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면서 다음의 대안을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국 진출을 하기 위한 브랜드 교육을 받았습니다. 입사하면 저의 지식이 귀사의 브랜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랜드의 시스템 경영과 인사관리를 중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아 지금까지 인턴 과정을 통해 30개의 브랜드를 배웠습니다.”

이것은 내가 꿈꾸는 가상의 면접 장면이다. 어떤 독자는 이런 설정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세상의 직업은 브랜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눈을 들어 책상 위 혹은 창문 밖의 길거리를 보라.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만 봐도 대부분이 브랜드다. 컴퓨터를 사면 일반인들은 평생 단 한 번도 보지 않는 반도체 칩인 인텔도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고, 죽은 닭도 브랜드를 붙여 10% 비싸게 팔고 있다. 자, 브랜드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가 아닌 것이 얼마나 있는가를 찾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눈을 들어 책상 위 혹은 창문 밖의 길거리를 보라.
그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만 봐도 대부분이 브랜드다.
브랜드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현재 교육의 목표가 ‘창의성’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창의성을 창발하기 위한 과정과 결과의 실체가 될 수 있다. 기업은 자신의 브랜드를 잘 다룰 브랜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교육은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현 시대는 대기업의 주도하에 소수 창의적 그룹에 의해 만들어지는 브랜드가 대량생산 되고, 또 그것이 대량소비 되는 사회 시스템이다. 이것에 잘 순응하면 동물원에 갇힌 침팬지처럼 큰 무리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모험하지 않는 인생이 가장 위험한 인생이라는 것을 죽을 때쯤 순간적으로 알게 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는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은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끊임없이 묵살되어 이미 퇴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창의성이란 그저 창의적인 상품을 잘 소비하는 것 외에는 없다. 특정인을 제외하고 새로운 가치와 상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사회가 되었다.

나는 사회 전체가 인간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것은 기업의 목표가 ‘더 많은 수익 창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시장에서 안정된 생존을 위해, 그러니까 돈을 계속 벌기 위해 지금의 것보다 창의적인 제품 개발이 아니라 전략적인(경쟁자의 약점을 무너뜨리거나 그들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는 관점) 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경쟁상황이 되면 자신이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얼마를 더 버느냐가 중요해진다.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경쟁 상황으로 몰아간다. 정량적 혹은 정성적인 평가라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잣대는 정량적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위험과 모험을 요구하는 창의성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10년 전만 해도 기업은 고대 전투에서 적을 죽이고 높은 성벽을 구축해 자신의 땅을 점령하는 것처럼, 시장에서 경쟁자를 무너뜨려 마켓쉐어를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은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브랜드를 추구하는 기업은 경쟁을 포기하고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그 이유는 그것만이 시장과 소비자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필요한 지식은 ‘전략적 사고’지만, ‘자기다움’에 필요한 지식은 ‘자신을 아는 것’과 그것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창의력’이다.
Creative는 ‘만들다, 생산하다’는 뜻의 ‘Creare’와 ‘자라다’는 뜻을 가진 ‘Crescere’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브랜드 관점의 창의성 교육을 이 어원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경쟁’에서 필요한 지식은 ‘전략적 사고’지만, ‘자기다움’에 필요한 지식은
‘자신을 아는 것’과 그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창의력’이다.

 

 

‘자신의 창의성과 브랜드의 차별성이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브랜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사람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을 위해서라도 창의성 교육은 특별 교육이 아니라 기본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린왕자의 브랜드 경영

어린왕자가 네 번째로 방문한 별은 사업의 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업가에게 어린왕자는 말을 걸어 보았지만, 사업가는 계속 숫자를 세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래.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는 발견한 사람 것이고, 주인 없는 섬도 발견한 사람의 것이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면 특허를 내듯 그 별들은 모두 내 거야. 왜냐하면 아무도 그걸 소유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별을 소유한다는 생각을 나보다 먼저 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 별은 내 소유가 되는 거야.”
어린왕자는 사업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별을 떠날 즈음 사업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꽃을 소유하고 있어요. 나는 그 꽃에 매일 물을 줘요. 나는 화산도 세 개 가지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줘요. 불 꺼진 화산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꼭 청소를 해요. 내가 꽃이나 화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별로 소용이 없을 텐데….”
사업가는 입을 열었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이란 하나같이 너무 이상해.”

브랜드의 목표가 돈을 소유하는 것이라면, 브랜드의 창의성이란 그저 경쟁자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는 전략적 판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사람을 도구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브랜드의 목표가 사회참여와 변화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창의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정말 이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확실한 대안이 있다.

소비자인 우리들이 사람의 창의성을 존중해 주고, 사회 기여와 참여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브랜드를 구매하면 기업들은 이윤추구와 이윤확보라는 생존 방식을 버리고 사회참여와 협력이라는 형태로 그 생존 모드를 바꿀 것이다. 당연히 창의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할 것이며, 결국 사람도 창의성을 기준으로 뽑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교육은 바뀔 수밖에 없게 된다(여전히 학원들은 존재하겠지만 지금처럼 아이들이 봉고차에 실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창의성 발현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의미 없는 경쟁으로 인한 기러기 식구와 같은 기형적인 가족은 사라질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창조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이것을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브랜드 유치원에서 브랜드 대학교까지 세우고 싶다.

 

 

브랜드의 목표가 사회참여와 변화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창의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정말 이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필요에 의한 브랜드와 상상의 결과로 인한 브랜드

자연과학자들은 ‘경외감’을 가지고 자연을 관찰해야만 자연의 법칙이라고 하는 신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연과 달리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브랜드는 오직 ‘상상력’을 가지고 보아야만 브랜드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시장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과거에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 것들(이미지, 가치, 욕구, 필요 등)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브랜드가 이처럼 과거의 상상이었다면 지금의 상상을 통해 미래에 있을 법한 브랜드를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에서 Brand의 B자는 ‘Beginning’이다. 여기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방법과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브랜드만큼 충동적인 것은 없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면 마치 메두사(Medusa)의 눈을 보는 것처럼, 충동구매 욕구로 인해 쇼윈도 앞에 얼어붙어 버릴 때가 종종 있다. 이처럼 브랜드는 매우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흥분까지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브랜드와 관련된 책은 지루하다. 브랜드에 관한 책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이런 책들을 보고 어떻게 저런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가 의심될 정도로 책의 내용은 뻣뻣하고 재미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브랜드를 만든 사람보다는 학자들과 컨설턴트들이 쓴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에게 평가 받는 것을 의식해 전문적인 용어로 책을 쓴다. 책이 어려울수록 전문가답게 썼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서 그렇게 쓰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이런 브랜드 지식 기반이 없을 때 만들어졌다. 브랜드 책들은 이미 브랜드가 만들어진 후 성공한 브랜드를 연구하고, 조합, 분석하여 쓰여진 책이기에 그 지식이 매우 방대하고 포괄적이어서, 결국 난해해진다.

물론 그런 책들이 필요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예전에 브랜드 런칭은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기에 실패한 브랜드들이 많았다. 반면에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체계화된 지식이 브랜드 구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브랜드에 관한 지식이 우주선을 만드는 지식처럼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체계화된 지식을 가지고 훌륭한 인재들과 함께 왜 브랜드 하나를 만들지 못해 쩔쩔맬까? 또 왜 브랜드에 관한 책을 쓴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지는 못하는 걸까? 물론 지금은 전 세계의 시장이 동시에 팽창하는 시기는 아니다. 쌀 브랜드만 5,000개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브랜드로 성공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가 과거의 상상이었다면
지금의 상상을 통해 미래에 있을 법한 브랜드를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Brand의 B자는 ‘Beginning’이다.

 

 

반면에 어떤 브랜드 책은 매우 쉽게 브랜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합해 이해하기 쉽게 썼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그 지식에 현재의 시장 상황을 대입하여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매뉴얼은 되지 못한다. 몇 권의 책에서 페이지를 할애하여 복잡한 도표를 그려 가며 브랜드 런칭 지침서라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광객용 ‘가이드 라인’과 같은 책이다. 결코 우주선이나 잠수한 설계도같이 브랜드를 확실히 구축할 수 있는 설계도가 있는 책은 없다.

만약에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런 책을 읽으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브랜드를 공부해야 한다면 그보다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 같다.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책에서 얘기하는 브랜드를 보면서 그 안에서 얽히고 설킨 철학, 전략, 가치, 소명, 차별화, 브랜드 확장, 경쟁 우위 전략 등과 같은 것들을 읽어 낼 수 없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그냥 무료한 상품뿐이다. 그래서 도대체 여기서 뭘 발견하란 말인가라고 자문하며 화만 낼 수 있다.

똑같은 브랜드의 신발 4개를 사서 용도별로 다르게 신는 컨버스 마니아들, 1시간 전만 해도 진료실에서 세 살짜리 아이 가슴에 청진기를 대던 의사가 돌연 쇠줄을 옆에 차고 가죽점퍼를 입고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병원 주차장에서 나오는가 하면, 3일이 지나면 쉽게 살 수 있는 휴대폰을 3일 동안 줄을 서서 사는 애플 마니아들, 자신이 평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사회 현상에 대해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은 브랜드에 관한 책을 힘겹게 읽을 수는 있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브랜드를 마케팅의 도구로 생각해 돈을 버는 방법과 수단을 알려 주는 책들을 보면 브랜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는 상품이 취하는 차별화 방법이다. 이런 책들의 목적은 돈을 버는 방법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책들을 통해 현실적으로는 브랜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브랜드에 관한 신비한 간증 같은 내용의 책들을 본다면 브랜드를 지나치게 칭송하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냉소만 지을 것이다(참고로 이 책은 브랜드 간증책에 가깝다).

 어렵고 복잡한 브랜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보다는 관찰과 관심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관찰과 관심의 대상으로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원래 브랜드를 런칭할 때는 50~100년을 내다보며 기획하기 때문에, 학습을 목적으로 선택하는 브랜드의 첫 번째 선별 기준은 10~20년 이상 된 브랜드여야 된다. 일명 ‘대박’이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트렌드 브랜드는 오히려 브랜드에 관한 헛된 망상만 주입시킬 뿐이다.

 

 

3일이 지나면 쉽게 살 수 있는 휴대폰을
3일 동안 줄을 서서 사는 애플 마니아들,
자신이 평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선별 기준은 하나의 브랜드만 관찰하기보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르게 성장한 브랜드다. 거기에 그 브랜드의 경쟁 브랜드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 브랜드는 문화와 사람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기에 오직 하나의 브랜드에 꽂혀서 연구하면 마니아는 될 수 있지만 브랜드는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세 번째 선별 기준은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항상 볼 수 있고, 시즌에 따라 변화하며,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면 좋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패션’이 브랜드를 배우기에 가장이상적이다.

 패션 브랜드에서는 컬러, 디자인,계절성, 트렌드, 관찰, 시대정신, 가치 등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브랜더들에게 패션업을 브랜드 세계의 피트니스 센터라고 말한다.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사람들은 수많은 기구들을 당기고 밀고 들어 올린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없는 반복된 동작들이다. 하지만이 과정을 통해 이름도 모르는 근육과 평상시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 만들어지면서 균형 잡힌 몸이 완성된다. 이처럼 패션에대해서 관심과 열정이 없더라도 이것을 패션업이 아니라 운동기구라 생각하며 공부한다면 브랜드에 대해 훨씬 더 잘 배울 수 있다.

 6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아웃도어 패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웃도어 패션은 웰빙처럼 자연스럽게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아웃도어 패션의 열풍은 우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게 될것이다.

 

 

 어렵고 복잡한 브랜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보다는 관찰과 관심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두 개의 브랜드들은 시작은 모두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였지만 성장하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브랜드들이다. 자,먼저 <그림 1>의 두 개의 매장부터 살펴보자. 이 두 개의 브랜드는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된 브랜드다. 한 쪽이 오른쪽 길로 갔다면 또 다른 한 쪽은 왼쪽 길로 갔다고 할 수 있다.

 

 

 

 Indoor 같은 Outdoor, 아베크롬비앤피치

 지금의 아베크롬비앤피치는 대부분 10대와 20대들이 입지만, 그 기원을 따지면 120여 년 전인 18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창업자 데이비드 아베크롬비는 전직 광부이며, 철도 측량가였다. 그는 유달리 사냥을 좋아했으며, 무엇보다 각종 스포츠에 관심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포츠 용품을 만들어 매장에 납품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자신만의 매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스포츠 의류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카탈로그를 받아 본 후 제품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성장했다. 그 후 이곳의 단골 고객이던 에즈라 피치라는 변호사가 투자하면서 현재의 ‘아베크롬비앤피치(이하 A&F)’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아베크롬비와 피치가 만난 후 A&F는 총, 스케이트, 테니스, 골프, 낚시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가며 날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대공황을 기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웃도어 숍이 되었다. 그러나 경쟁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거기에 사회적으로 동물 보호 운동까지 일어나면서 A&F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1977년에 A&F는 파산 신청을 했다. 이듬 해인 1978년, A&F는 오스만(Oshman: 현재의 스포츠 오토리티)에 의해 인수됐고, 10년 뒤인 1988년에는 의류 리테일러 회사인 리미티드(Limited)에 다시 인수됐다. 그후, 1992년 지금의 회장인 마이클 제프리가 A&F를 경영하면서 Outdoor가 아닌 Out fit으로 브랜드의 컨셉을 바꾸었고, 고객은 20대로 정했다. 현재 A&F의 매출은 4조 원이 넘는다.

 

 

혹시 당신은 브랜드의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는가?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이런 현상이다.

 

 

 

 

A&F의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자. 위의 <그림 2>는 2011년 파리에서 런칭한 A&F의 매장이다. 사람들이 A&F 대문 옆에 붙어 있는 청동 간판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5명 중 1명은 포토 존에서 반드시 사진을 찍고 매장에 들어간다. 그런데 혹시 당신은 브랜드의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는가? 옷 파는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기념이 될 만한 일인가?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이런 현상이다. 이 광경을 처음 본 사람들은 황당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F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굴절 현상이 바로 ‘브랜딩’되어 가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기에는 브랜드 내면화 현상, 브랜드 릴레이션십, 브랜드 가치 확장, 브랜드 동일시, 브랜드 로열티, 브랜드 왜곡 등과 같은 수많은 브랜드에 관한 전문 용어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전문 용어로는 이런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현상을 나타내는브랜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분명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A&F의 매장 내부는 우리나라의 의류 매장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뉴욕의 클럽과 같은 분위기다. 물론 클럽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그런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는 웅장하고, 어둡고, 노래 소리는 클럽만큼 크다. 우리나라 의류 매장이라면 무엇보다도 옷이 잘 보이도록 형광등 수십 개를 설치했겠지만 여기에서는 오직 간접 조명뿐이다. 때문에 옷의 컬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수백 평이 되는 매장이지만 그 안에 있는 옷의 스타일과 양도 많지 않다. 청바지와 면티, 셔츠, 점퍼, 치마, 트레이닝복 등으로, 집에 있는 옷들과 굳이 구별해보려고 한다면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것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옷들을 대부분 이미 가지고 있다. 만약 오늘 구매하고 1년 뒤 다시 A&F에서 신상품을 사려 한다면 작년에 보았던 옷과 비슷한 옷들만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또 간다 해도 상황은 똑같다. 그 이유도 브랜딩 관점이다.

 

 

A&F에서 신상품을 사려 한다면 작년에
보았던 옷과 비슷한 옷들만 보게 될 것이다.
그 다음 해에 또 간다 해도 상황은 똑같다.
그 이유도 브랜딩 관점이다.

 

 

분명 20대에 이 브랜드의 옷을 몇 벌 산 후, 30대가 되어 다시 이 브랜드의 옷을 사려고 하면 마땅한 것이 없다. 더 많이 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A&F는 이처럼 상품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20대들만 입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옷을 많이 사지 않는다. A&F는 브랜드의 생명력을 20대에 맞추었기 때문에 자신의 옷을 30대 이상이 입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디마케팅(demarketing) 방법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구매 고객들을 줄이거나 그들의 구매를 방해하는 일종의 방어 체계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자신의 고객과 함께 노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티 에이징 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A&F는 고객과 나이를 같이 먹으면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끊임없이 충성스러운 10대와 20대 젊은이들만의 신선한 브랜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아마 A&F 매장을 가 보면 상의를 벗은 반라의 미끈한 남자 모델을 볼 수 있을 텐데, 벌써 7년 동안 똑같은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12년 동안 이 브랜드를 지켜본 나로서는 참으로 지겨운 프로모션이다. 그런데 분명 똑같은 컨셉의 프로모션이지만 A&F를 처음 접하는 10대들에게는 새로운 것이며, 그렇기에 절대 지겹지 않다. 앞으로 계속 등장하게 될 10대들에게도 여전히 A&F는 신기하고 쿨하게 보일 것이다. 이처럼 A&F는 세계의 10~20대만을 매장에 끌어들이면서 일명 아저씨 브랜드가 되지 않고 항상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시작해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가 된 A&F는 120년 된 브랜드지만 항상 젊은 브랜드이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캐시카우 브랜드(개인적으로 지양하는 단어다)가 될 수 있지만 자기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그것을 포기하는 브랜드, 그리고 소수 고객의 열정을 다수에게 모방의 동인으로 만드는 브랜드다. 특히 시대 정신을 가지고 미국 청소년 문화의 결정체가 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A&F의 옷을 구매한다. 왜 사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쿨(Cool)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옷이라고 한다면 가격, 색상, 디자인, 트렌드 그리고 품질이 구매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 브랜드는 ‘느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경쟁 브랜드가 모방할 수 없으며, 나아가 완벽한 차별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어떻게 느낌을 모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는 구매 이유가 매우 ‘사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는 고도의 지식과 패턴을 이해해야만 할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말하려고 하다 보니 전문 용어를 쓰게 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표와 수식을 사용하다 보니 어렵고 재미없어진다.

어떻게 ‘쿨’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다.

 

 

배스프로숍(Bass pro shops)

‘Bass pro shops’을 한국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농어 전문 가게’다. 상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이곳은 마치 테마공원이나 놀이동산과 같은 곳이다. 이 엄청난 브랜드의 시작은 술집 뒤편에 있는 작은 낚시 판매대였다.

창업자 존 모리스(John Morris)는 자신이 만든 농어용 미끼가 반응이 좋자,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 뒤편 구석에서 독립(?)하여 1972년, 자신만의 매장을 열게 되었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그렇듯 배스프로숍도 처음에는 카탈로그 통신 판매로 시작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30만 평방피트 매장 외에 평균 15만 평방피트의 매장을 30여 개 운영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매장을 살펴보자. 배스프로숍에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문화, 여가 생활, 은퇴 후의 삶,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휴가와 같은 일상의 건너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냥 아웃도어 장비를 파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야생의 생활, 일상의 일탈을 자극하는 곳이다.
창업자 존 모리스는 농어 미끼를 시장에 던져서 거대한 대어(브랜드)를 건졌다.

 

 

 

 

 

이 브랜드는 ‘느낌’만 가지고 있을뿐이다.
이것은 경쟁 브랜드가 모방할 수 없으며,
나아가 완벽한 차별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어떻게 느낌을 모방할 수 있을까?

 

 

이 매장 안에는 그의 상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웃도어 상품의 대부분이 이 축구장만한 매장 안에 모두 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름인 ‘아웃도어 월드(OutdoorWorld)’처럼 진짜 아웃도어 월드가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그곳에 자신의 브랜드에서 팔고 있는 모든 상품의 체험이 가능한 아웃도어 공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상품을 떠나 아웃도어 TV채널, 아웃도어 신문, 아웃도어 식당 등을 만들어서 배스프로숍을 다양한 형태의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라고 한다.

A&F가 ‘느낌’만을 가지고 있다면 배스프로숍은 추억, 낭만, 동경하는 삶과 함께 그 지점에서 필요한 모든 도구를 팔고 있다. 이 두 브랜드는 모두 아웃도어 상품에서 시작해 브랜드로서 극단적인 지점까지 이른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개의 브랜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배스프로숍과 같은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디즈니랜드 숍과 나이키 타운이 있다. 디즈니랜드가 영화사처럼 보이지만 모든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사실 그들이 만든 영화는 그저 상품 홍보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영화는 영화관의 한계로 인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상영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영화로 인해 파생된 상품들은 시간의 제약 없이 끊임없이 팔린다. 나이키 타운도 그렇다. 매장에 방문해 보면 ‘스포츠’에 대한 모든 것이 통째로 들어 있다. 이런 매장에 들어가면 너무나 많은 상품으로 인해 간혹 기가 눌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반드시 찾아보아야 할 것은 이 브랜드의 시작점이다.

이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이런 브랜드의 확장 시작점은 어디일까? 아마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져 보거나 책을 찾아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또 시작하려고 할까?’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 바로 브랜드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 간혹 이 부분을 브랜드에 관한 책에서는 결과물적으로 ‘브랜드 라인 확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내용을 써 내려 가지만, 이것이 ‘어떻게’ 그리고 ‘왜’ 시작되었는지는 말하지 못한다. A&F나 배스프로숍과 같은 브랜드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책에 없는 내용들이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보기

두 개의 브랜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부활하여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브랜드의 시작은 알 수 있지만 끝은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셀 수 있지만 사과 씨앗에 있는 사과는 셀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의 시작은 이 두 개의 브랜드처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코카콜라는 약사가 만든 소화제에서 시작했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운동을 좋아하는 제빵사들이 만든 브랜드였다. 명품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는 아르마니를 만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원래 의학도였다가 백화점 쇼윈도를 장식하는 인턴이었다. ZARA는 하청공장에서 만들어진 옷 중 제품 불량으로 선적하지 못한 옷을 팔고, 남은 천으로 옷을 만들면서 지금의 브랜드가 되었다. 버버리는 영국 군인을 위한 군복 회사였고, 보스는 나치스 돌격대와 친위대를 위해군복을 만드는 회사였다. 카시오가 만든 것은 처음부터시계가 아니라 현미경과 기어 그리고 담배 파이프였다.샤넬의 창업자 코코샤넬은 원래 샹송 가수이며, 재단사의 조수였다. 페덱스는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가 예일대학교에서 받은 C학점을 증명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레고는 가난한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목공소를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나무를 주워 만든 장난감에서 시작되었다.

브랜드들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을 보면서 우리는 지금 시장에 있는 브랜드를 ‘상호작용’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브랜드는 생산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경쟁, 모방, 대립이라 불리는 것들은 시장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호과정을 통해 문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새로운 가치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 중심에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은유법

 

먼저 오른 쪽의 <그림 3>에 있는 두 개의 간판을 보면서이곳에서 파는 상품이 무엇일지 상상해보자. 직관을 활용해 어떤 곳인가를 느껴 보길 바란다.
먼저 하모니라는 간판을 보며 심벌화된 로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간파해야 한다. 알파벳 ‘A’와 ‘O’를 보라. 세상에서 이 두 개의 상징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다음으로 두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babe’라는 의미는 ‘baby’다. 이번심벌에서 주목할 것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다. 하모니의 두 개의 심벌 그리고 베이브랜드의 심벌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것이며, 같은 것이지만 다른 것이다. 이 정도의 힌트라면 이미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한다.

두 군데 모두 바로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다. 성인용품은 크게 ‘성인용품,성인용품 그리고 성인용품’으로 구분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글을 한자로 뒤집어보면 成人用品, 性人用品 그리고 聖人用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성인용품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상권의 뒤 골목에 위치한 작은 상점으로, 지하 혹은 2층에 있다. 간혹 한적한 도로변 갓길에 작은 간판을 걸고 봉고차에서 상품을 파는 이동 판매점도 찾을 수 있다. 성인용품협회에 따르면, 2010년에 우리나라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공식 통계일 뿐이다.지하시장과 온라인 시장이 제외 되었기에 1,000억 원보다는 더 많은 시장이 존재할것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하모니와 베이브랜드는 핵심 상권에 당당히 위치하고 있다. 하모니는 우리나라의 종로에 해당하는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베이브랜드는 우리나라 가로수길에 해당하는 뉴욕 소호에 있다. 여기서 성인용품 브랜드의 브랜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브랜드 은유법을 말하고자 한다.

 

하모니의 스펠링을 살펴보면 A라는 스펠링 위에는 천사(Angel)의 링이씌워져 있다. 반면에 O자에는 뿔이 나와 있는데, O로 시작하는 단어는 악마와 사탄을 뜻하는 ‘Ogre’와 ‘Old Nick’이라는 단어가 있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존재하는 어둠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모니라는 브랜드는 섹스에 대해 천사와 악마가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매장에는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고객이다.

우리나라 성인용품은 그야말로 性人用品처럼 음침하고, 퀴퀴하고, 암울한 뒷골목에서 팔고 있지만, 하모니 매장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그들을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性人用品이 아니라 어른들이 사용하는 成人用品을 선과 악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聖人用品으로 판매하기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용품점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해 보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왠지 구질구질한 차림새에,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매장에 들어오는 성도착증 환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번에는 베이브랜드에 들어오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베이브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아기, 젖먹이, 풋내기라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호기심은 많지만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성인용품점인 베이브랜드에 있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지만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수줍은 사람이 생각난다. 왜 이렇게 상반되는 상상이 되는지 <그림 4>의 쇼윈도 사진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서는 분명 성인용품을 팔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성인용품이 아닌
다른 것을, 그것도 독특한 방법으로 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라고 딱히 말할 수
는 없지만, 이러한 이질적인 느낌은 사실 가장 확실한 브랜드 전략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메타포(metaphor)를 은유법(隱喩法)이라고 해석한다. 하지
만 어떤 사람들은 metaphor는 meta(over)+ phora(carrying)로 만들어진 단어
이기에 그것의 정확한 정의는 ‘의미의 전의와 상승’이라고 한다. 그래서 metaphor의
가장 좋은 해석은 ‘어떤 것을 머릿 속에 떠올릴 때 느껴지는 느낌’이다. 이것이 메타포라는 단어의 진짜 정의라면 이것은 브랜드의 속성과 같다.

진짜 브랜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상 이미지’가 얼마나 풍부한가이다. 예를 들어 애플 컴퓨터와 델 컴퓨터를 떠올렸을 때, 어떤 브랜드에서 더 많은 느낌들이 나올까? 또 어떤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컴퓨터와는 관련 없는 단어들이 생각날까? 만약 섹시, 쿨, 젊은, 천재, 마니아, 집중, 혁신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이것은 어떤 컴퓨터일까? 이런 이미지와 느낌이 풍부할수록 더 강력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런 것은 기술로 카피할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핵심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도 브랜드가 되면 다른 것에 비해 10% 이상 더 비싸다. 이처럼 브랜드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가치화’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 가면 <그림 5>와 같은 빨간색 문을 가진 매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빨간색 문을 가지고 자신의 브랜드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 바로 화장품 브랜드인 엘리자베스 아덴이다. 우리나라의 한 학습지 브랜드인 ‘빨간펜’처럼 ‘빨간 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아덴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브랜드의 메타포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는 사실 그리 오래된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최근 마케팅으로 정의되지 않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나온 질문들이다. 전쟁술은 한마디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식이다. 따라서 이기지 못한 전쟁에서 사용된 전쟁술은 쓸모없다. 마케팅도 기업이 시장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지식이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지식으로는 이길 수 없는 브랜드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이한 브랜드라며 그저 지켜보아야만 할까? 아니면 자신의 브랜드를 재점검해야 할까?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소비라는 행동을 유발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소비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Great Brand, Grandbrand

다시 한번 어린왕자 앞에 있는 여우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인형(어린왕자의 여우처럼)을 찾는다. 그래서 인형 매장에 가 자기와 피부 색깔이 같고 얼굴 형태가 비슷한 인형을 고른다. 적절치 못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런 인형은 아이에게 있어 엄마와 함께 뽑는(?) 동생이다. 아빠가 사온 선물 박스 안에 있는 인형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은 이렇게 신중하게 고른 곰 인형의 심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는 곰 인형의 뱃속에 넣어 준다. 일종의 ‘생명 창조’ 행위다. 그리고는 잠시 후, 아이들과 부모는 한 마리의 곰이 태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마치 아이를 입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주문한 차를 기다리게 만드는 폭스바겐의 쿤덴센터(Kunden Center)와 같은 분위기다. 비슷한 풍경은 휴대폰 매장에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들은 분명 다른 브랜드인데도 10m 정도 떨어져서 보면 분간하지 못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런칭 당시인 2007년의 디자인과 지금의 디자인이 두께와 모서리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5년째 비슷하다. 물론 아이폰보다 이전에 출시된 아이팟과도 거의 흡사하다. 이렇게 비슷한 모습의 아이폰을 참지 못해(?) 아이폰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케이스를 구매한다. 미니쿠퍼나 할리데이비슨의 고객도 자동차의 외형 디자인을 자신의 컨셉과 취향에 맞추어 랩핑(wrapping) 하거나, 혹은 액세서리를 달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이처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브랜드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와 일종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Re-Creating 작업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는 현존하는 브랜드 중에서
어떤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오직 ‘그랜드(Grand)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브랜드와 여러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카메라 동호회 웹 사이트만 가도 브랜드별로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카페 중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카페들의 90%가 브랜드 커뮤니티다. 이런 현상이 50년도 안 된 브랜드 역사의 시작이라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는 현존하는 브랜드 중에서 어떤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오직 ‘그랜드(Grand)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Grand’는 웅장함과 완전함이라는 뜻도 있지만 혈연관계에서는 부자(父子)의 관계를 말하는 ‘일등친(一等親)’이라는 뜻도 있다. 손자를 ‘Grandson’, 친할아버지를 ‘Grandfather’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신과 완전한 관계를 맺어 평생 함께 가는, 그런 일등친 브랜드를 그랜드 브랜드(Grandbrand)라고 부른다.

나의 딸은 강아지와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옆에서 노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 마치 강아지를 인간처럼 다룬다. 강아지와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봉제 곰 인형하고도 강아지와 놀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충분한 교감을 느끼며 그것을 살아 있는 아기 곰처럼 다룬다. 그 외에도 집에서 키웠던 열대어와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완두콩과도 대화를 한다. 딸아이는 강아지와 놀 때는 옆집 강아지가 되어주고, 봉제 곰 인형과 놀 때는 곰 인형 엄마가 된다. 이처럼 인간은 신과 더불어 무생물과도 대화할 수 있으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감정을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그랜드 브랜드다.

브랜드의 궁극의 모습이 그랜드 브랜드라고 한다면, 브랜드의 시작(Beginning)에 관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지식으로 그랜드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를 과연 그랜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

 

 

소모품과 소품

소모품은 말 그대로 계속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거나, 기능이 떨어져 다시 새것으로 바꾸어야 하는 물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소모품이라고 부른다. 소품은 주로 장식용으로 영화나 연극에서 극적 연출을 돕는 물품을 말한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중에는 소모품도 있고, 소품도 있다. 기름이 적게 들어가고 주행거리가 10만 ㎞가 넘어도 잔고장 하나 없는 자동차는 최고의 운송수단으로서 소모품이다. 이런 자동차는 30만 ㎞ 정도 탔다면 시쳇말로 제대로 본전을 뽑았다고 자랑할 수 있다. 반면에 기름도 많이 먹고 자주 고장도 나지만 최고의 소품인 자동차도 있다. 이런 차는 운송수단이기보다 자동차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브랜드는 소품에 가깝다.

마치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소품을 사용하여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처럼, 고객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랜드만이 고객의 배역에 걸맞은 상징이 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을 스파이더맨답게 만드는 소품은 무엇일까? 전신 쫄쫄이 추리닝. 셜록 홈즈를 뛰어난 탐정가답게 만드는 소품은 무엇일까? 파이프 담배와 단안경. 만약에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30대임을 보여 주기 위한 소품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까?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인 중의 한 명이 구형 아이폰을 신형 아이폰으로 바꾸는 기기변경 보상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아이폰을 반납하지 않고 신형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구형 모델(소모품)이 아니라 애플의 작품(수집품)이야.”
이런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통찰력으로 브랜드 관점을 얘기하고 싶다. “초현실적인 현상은 그것을 믿고 싶은 사람한테는 항상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충분한 모호함이 있다.”

이처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있어 그저 무엇을 사용하는지를 보여 주는 상품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또 존중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본능으로 인해 브랜드는 필수품을 사치품으로,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만드는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명품 가방(가짜일 확률도 높다)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90만 원짜리 오리털 점퍼를 입은 고등학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가방은 원래 여자에게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다닐 때 반드시 들고 다녀야 할 필수품이었지만, 지금은 천만 원이 넘는 사치품이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은 그런 사치품을 살 돈이 없다면 가짜라도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 도시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이 점퍼는 교복보다 더 교복(필수품)이 되어 버린 100만 원보다 조금 싼 아웃도어 브랜드(사치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관점으로 브랜드를 본다면 자신의 수입으로 무리한 액수일지라도 사고야 마는 브랜드는 이미 그 사람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또 존중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본능으로 인해
브랜드는 필수품을 사치품으로,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만드는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까지 말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뿐만 아니라 영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 브랜드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 수 있는 가치 부여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브랜드는 소모품이 아니라 고객의 아이덴티티를 연출하며 상징화할 수 있는 소품이고, 또 브랜드는 물품이 아니라 일등친 브랜드라고 불리는 그랜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기본 속성은 영속성, 잠재성, 가치성, 상징성 그리고 관계성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이렇게 다섯 개를 구분했지만, 이것 외에도 브랜드별로 자기들만의 특별한 속성이 이 다섯 개의 속성과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속성을 만들어 낸다.

이쯤에서 Brand의 ‘B’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싶다.
1부에서 Brand의 ‘B’자는 ‘Beginning’으로 브랜드의 시작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말하고 있다.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서는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을 보면서 지금 시장에 있는 브랜드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 그리고 생산자와 경쟁자간의 ‘상호작용’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브랜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온전한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의 기원 Origin과 시작Begin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gin’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의 어원은 유전자를 뜻하는 ‘gene’과 같은 계보다.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강력한 브랜드는 기원(Origin)에서 시작(Begin)하거나, 혹은 시작해서 기원이 된다. 대체로 이런 브랜드의 기원은 문화에서 시작하며, 그렇게 시작된 브랜드는 또 다른 문화의 기원이 되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앞서 한 번 언급했지만, 예전에 신발 브랜드인 컨버스에 관한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을 추적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 결혼식을 할 때 신랑 신부는 물론이고 들러리까지 컨버스를 신기 때문이었다. 왜 결혼식장에 온 사람들이 결혼식이 끝난 후 농구도 안 할 거면서 컨버스를 신었을까? 컨버스는 창업자인 마퀴스 M. 컨버스(Marquis M. Converse)가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신발 브랜드이며, 농구화가 주 아이템이다. 이런 기원(Origin)을 가진 브랜드와 결혼은 어떤 연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컨버스를 창업자의 이름이 아닌 단어 그 자체로 살펴보는 순간 또 다른 기원(Origin)을 찾을 수 있었다. 컨버스는 라틴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함께 사귀다’라는 뜻과 더불어 고어에서는 ‘영적인 교제’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원만 가지고 새로운 문화가 시작(Begin)되는 것은 아니다. 컨버스는 대대적으로 결혼 캠페인을 펼쳤는데,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Marriage means commitment, but not without my Converse.”

 이런 캠페인으로 인해 컨버스의 시작(Begin)은 ‘농구화’였지만, 지금은 사랑을 기원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분명 컨버스의 기원(Origin)은 농구화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아이콘으로 변화되기 시작(Begin)했다. 이처럼 우리가 시장에서 강력하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기원(Origin)과 시작(Begin)에 관해 그들만의 독특함과 다름이 존재한다.

 마케팅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성배로 여기는 전략 중의 하나는 바로 포지셔닝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시장에서 최초가 되어 최적화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최고가 되어라’이며, 이 개념에는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이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시장에서 포지셔닝만큼 검증된 전략은 없는 것 같다.

 이 포지셔닝은 근본적으로 인식의 첫 번째 사다리 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개념이기에 당연히 속도가 중요하다. 여기서 속도를 뜻하는 ‘Speed’라는 단어는 고어인 ‘sped’에서 나온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성공’이다. 이처럼 스피드라는 단어 안에는 세 가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이고, 또 하나는 ‘힘’, 그리고 앞서 언급한 ‘성공’이다. 스피드 안에 있는 ‘속도=힘=성공’이라는 매커니즘은 브랜드를 운영함에 있어 탁월한 전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치명적인 위험을 가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는 속도이고, 또 하나는 성공이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승리의 관점에서는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 100년 브랜드를 생각한다면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브랜드 구축은 성공보다는 완성에 가까운 개념이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승리의 관점에서는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 100년 브랜드를 생각한다면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컨버스에서 캔버스화를 먼저 만들지 않았다. 몽블랑도 최초로 만년필을 만들지 않았다. 나이키도 최초의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며, 스타벅스도 맥도날드도 그리고 닥터마틴도 모두 최초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최종’이 되었다. 브랜드는 결과적으로 최종(Origin)의 모습을 추구하면서 시작(Begin)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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