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에서 유익으로 가는 새로운 시도: B랩과 B기업
시즌2.5 / Vol.28 에코시스템 브랜드 (2012년 12월 발행)
‘에코브랜드’ 섹션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안에는 소모되는 자연, 본의 아니게 거대한 자본에 짓밟히는 영세한 사업자들 역시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이 짚어야 할 대의이며, 상업전선의 최전방에서 소통하는 브랜드가 잊지 말아야 할 초월적 책임감이다. 그리고 그 대의와 초월적 책임감은 비즈니스의 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이윤의 극대화’는 기업의 오랜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브스(Forbes)의 모토는 ‘Forbes, The capitalist tool(포브스, 자본주의의 도구)’이다. 지난 2011년 초,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한 대기업 총수는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발언했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떠들썩한 토론(?)의 장을 벌였다.
저 말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 ‘초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기업이 그 초과이익을 창출하기까지 투자된 자본, 인력,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동인을 포함한 보이지 않는 수고들이 오로지 그 기업의 능력과 역량으로만 비롯된 것이냐는 의문을 던지고 싶을 뿐이다. 기업의 이윤이 극대화되는 데는 기업과 그 주주만이 주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에코브랜드’ 섹션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안에는 소모되는 자연, 본의 아니게 거대한 자본에 짓밟히는 영세한 사업자들 역시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이 짚어야 할 대의이며, 상업전선의 최전방에서 소통하는 브랜드가 잊지 말아야 할 초월적 책임감이다. 그리고 그 대의와 초월적 책임감은 비즈니스의 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다음의 선언문을 보자. 과연 이런 기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1993년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제이 코언 길버트와 그의 친구 세드 버거, 탐 오스틴은 프로젝트성 과제로 벤처회사 스포츠 브랜드 앤드원(And 1)을 설립했다. 앤드원은 길거리 농구 후원은 물론, 수익의 5%는 반드시 지역사회 기부, 직원 복지 투자, 지역사회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분명 영리기업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힘을 쏟았던 앤드원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기업성장으로 인한 주식공개였다. 주주들의 배당압력, 투자자들과의 갈등은 결국 앤드원이 매각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길버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문화 혁신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물은 위의 ‘상호의존성 선언문’을 발표한 B랩, 그리고 이들이 싱크탱크(think tank)가 되어 전개하는 B기업이다.
B랩, B기업의 B는 ‘유익한’의 뜻을 가진 beneficial 혹은 ‘유익’을 의미하는 benefit이다. 일반적인 기업이 profit(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꽤 상반된다. 길버트는 이런 B기업의 영역을 제4섹터라고 정의하면서, B기업 인증제도를 만들었다. B랩은 B기업 인증을 통해 새로운 경제로 가는 길의 동반자를 모색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할 꿈을 꾸고 있다. 또한 B랩이 개발한 신용평가기구 GIIRS(기어스, Global Impact Investing Rating System)는 사회책임투자기업의 신용을 비롯해 사회 환경 분야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평가한다. 업종 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B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투명성, 커뮤니케이션, 직원, 커뮤니티, 환경, 비즈니스 모델 등의 분야로 세분화된 질문들(매년 업데이트된다)의 총점인 200점중 8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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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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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기업과 법률단이 논의하며 기업의 정관을 고쳐나가고, 그 정관에는 기업의 주인이 주주(shareholder)가 아닌 이해당사자(stakeholder)임을 명시해야 한다.‘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로 인식되던 개념을 정관에 명시하며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전에 없던 형태의 B기업을 새로운 분야로 인정,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법률은 2012년 현재, 미국의 메릴랜드 주에서 2010년4월에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버몬트, 뉴저지, 뉴욕,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하와이에서 통과됐으며, 펜실베니아, 노스캐롤라니아, 오레곤, 콜로라도, 일리노이, 조지아 주 등에서 입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B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2012년 10월 기준, 15개국 60개 산업군의 643개에 달하며, 이들의 수입총액을 합하면 한화로 약 4조 6천억에 이른다. B랩과 B기업은 이제 시작 단계고, 넘어야 할 산들은 여전하다. 아무리 좋은 기준으로 인증을 받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B기업 법안이 기존의 상법과 충돌할 경우 발생할 갈등의 여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자체 연구와 각계 리더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객관식 질문은 기업의 비가시적인 철학과 정체성을 걸러버릴 여지가 남아있다.
또한 세계 최고(最古), 최고(最高)의 환경단체 중 하나인 시에라 클럽이 ‘가장 믿을 만한 에코인증의 하나’라는 찬사를 남겼어도 B기업 인증 질문을 비롯한 일련의 평가 과정은 여전히 기업의 생태계적 영향력을 얼마나 공신력 있게 평가하느냐보다 기업과 직원, 개인, 사회와의 관계성 형성에 치중한 듯하다. 그러나 B랩과 B기업의 시도와 최근의 발전, 활발한 움직임은 우리의 비즈니스와 기업과 브랜드 내에서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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