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문학과 인문학적 브랜드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 Homo Faber

고유주소 시즌3 / Vol.40 Vol.40 브랜드 경영 (2015년 05월 발행)

인간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다. 도구는 현재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 Homo Faber

인간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다.
도구는 현재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인류의 발달 과정은 도구 제작 기술을 기준으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그리고 철기 시대로 구분된다. 모든 제품은 그 시대의 신앙과 독특한 기술로 만들어져 있다. 대영박물관에서 각 시대의 도구를 보고 보고 있노라면, 인류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심을 갖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시기가 바로 청동기 시대다.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은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 원시인 입장에서 ‘돌’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의 돌은 이전 돌과는 차원이 다르다. 원시인들은 1,084℃의 높은 온도에서 돌을 녹여 구리를 뽑아냈던 것이다(참고로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가 1,530℃까지 올라가야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 자연 상태에서 1,000℃가 넘는 높은 온도는 화산에서 뿜어져나오는 마그마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직접 용암의 화구까지 갔을리는 만무하다.

원시인들은 돌에서 구리와 철을 추출하여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봐도 돌을 녹일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혁신적인 시도임에 틀림없다. 문명의 시작은 이렇게 돌에서 시작됐고, 지금은 철 대신 디지털 장비의 소금이라고 할 수 있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를 찾기 위해서 전 세계가 혈안이다.

도구의 변화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알려준다. 문명, 문화와 함께 도구는 여러 형태로 끊임없이 변이와 변화를 거듭해왔다. 책상 주변을 살펴보면, ‘도구’가 많다. 만년필부터 포스트잇까지 인간의 생활을 보다 행복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탄생한 도구, 인생의 소품들이다. 도구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그대로 투영한 산물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도구들을 보면서 우리는 옛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만약에 지금 빙하기가 와서, 지구판이 깨져서 대륙이 충돌하고 행성의 충돌까지 더해져,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원시시대로 되돌아갔다고 치자. 그리고, 다시 2,000년이 흐른 뒤 박물관에 남겨진 우리의 도구들을 보면서 후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가령 5,000여 개가 넘는 쌀 브랜드를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좁은 땅에서 그렇게 많은 쌀이 생산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어찌보면 동종의 쌀에 수많은 이름들을 붙인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돌을 녹여서 청동을 얻어낸 원시인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둣이, 미래의 후손들도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가 넘는 물 브랜드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다. 도구는 현재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도구의 탄생은 인간의 생각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우리는 도구(브랜드)를 보면서 인간의 생각을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 관점의 역사 연구다. 오늘날 우리가 원시인들이 돌을 가공한 특성에 따라 시대를 분류했듯이, 후손들은 우리가 사용했던 브랜드를 통해 시대를 분류할지도 모른다.

원시인들은 돌을 녹여가며 문명을 이루었다면, 현 인류는 브랜드를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당시 혁신적인 방법으로 돌에서 철을 뽑아냈듯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에 심고 있다. 그렇다면 묻겠다. 돌에서 구리를 뽑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상품에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쉬울까?

기원전 5천 년 혹은 1만 년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을까? 어떤 형태의 문화가 있었을까? 이따금 수천 년 혹은 수백 년 전의 무덤에서 미라와 함께 유품이 발견되곤 한다. 고고학자들은 부장품을 보면서 죽은 사람의 사회 신분(귀족 혹은 왕)을 비롯해 직업을 추측한다. 또한 당시의 문화를 파악하고 어떤 종교관이 있었는지도 예측한다. 죽어서도 함께 지니고 싶어했던 부장품을 통해서 죽은 사람의 세계관과 그 시대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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