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브랜드가 사는 법과 더 잘 사는 법, 두닷
거인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생태적 지위를 가져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상욱  고유주소 시즌2 / Vol.21 스마트 브랜딩 (2011년 06월 발행)

두닷(dodot)은 잘 알려진 가구 브랜드들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은 브랜드다. 그러나 두닷은 한때 디자인 에이전시와 광고 회사가 많은 가로수길에 가면 두닷 가구를 포장했던 박스들이 블록마다 쌓여 있다는 농담이 오갔을 정도로 젊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두닷 가구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해서 가격을 낮추는 대신 조립되지 않은 반가구 형태로 소비자의 손에 도착하는데, 그래서 두닷이란 이름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만드는(do) 가구를 온라인(dot)에서 살 수 있다는 의미가 그대로 녹아 있다. 소비자들은 두닷을 통해 참신한 디자인의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 직접 조립해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고, 두닷은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그들의 DNA에 꼭 맞는 새로운 시장을 절묘하게 찾아냈음을 증명해 냈다. 사실 두닷이 관심을 끈 것은 다른 카테고리보다 대형 브랜드의 시장 장악이 두드러지고 보수적인 소비자들이 많다는 한국의 가구 시장에서 어떻게 작은 브랜드로서 살아남았는가 때문이다. 그러자 두닷은 처음부터 자신이 치열한 경쟁 상황에 뛰어들지 않고도 어떻게 그들만의 거처를 찾게 되었는지 알려 주었다. 지금부터 두닷을 통해 작은 브랜드의 생존법과 어떻게 하면 이들이 생존을 넘어 브랜드로서 ‘더 잘’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모색해보기 바란다.

The interview with 코다스 디자인 이사 김상욱

 

 

자동차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 브랜드

‘두닷으로 꾸민 회의실’ ‘두닷 스타일’ ‘두닷을 아시나요?’ 검색 결과를 보고 작은 브랜드치고는 입소문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텐바이텐, 1300K와 같은 디자인 중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눈여겨보았던 기억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가구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리뷰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벌써 그들의 디자인과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곳이 많아 ‘두닷 스타일’이라는 말까지 유행했다. 어떻게 만들어진 브랜드일까 궁금하던 차에 한 신문기사를 통해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전직 자동차 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더 큰 호기심을 부추겼다. 김상욱 이사가 바로 그인데 그는 왜 가구 디자이너가 된 것일까?

 

김상욱(이하 ‘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가구 디자이너로의 변신은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다. 과거 나는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었는데 일의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그 나라의 유명한 소매점들을 둘러보곤 했는데 그러면서 가구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특히 지금은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큐핸즈나 이케아 등에서 몇몇 가구를 눈여겨보면서 ‘이건 정말 디자이너들이 좋아하겠다’ ‘이런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하겠다는 마음만 먹고 있다가 자동차 회사에서 *코다스 디자인으로 이직 후 10년이 지난 뒤에야 기회가 생겼다. 2004년부터 기획을 하고 이유섭 대표에게 승인을 받아 준비해 2006년 1월 5일에 정식으로 런칭했다.

 

 

* 코다스 디자인(Kodas design)
두닷은 20여 년간 산업디자인 전문 에이전시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온 코다스 디자인(대표 이유섭)의 사내 벤처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코다스 디자인은 유니타스브랜드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아이레보의 디지털 도어록 Gateman의 디자인이나 위니아 에어컨, 웅진 코웨이, 노비타, 롯데음료 2% 부족할 때, 트로피카나 등의 제품 디자인을 성공시키며 명성을 얻었다.

 

 

그렇다면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단순히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고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던 것뿐일까? 이런 생각이 들려던 찰나,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쓸 만한 가구를 사려고 사당이나 방배동, 논현동 등지에 있는 가구 시장에 가 보면 갑갑했다. 나도 디자이너라 잘 아는데 영세한 디자이너들은 아마 다 그랬을 것이다. 그만큼 예산에 맞는 가구를 사자니 디자인이 따라오질 못하고, 디자인이 좀 마음에 든다 싶으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비싼 가구인 경우가 많았다. 디자이너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운 디자인이면서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가구를 찾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였다. 출장을 다녀보면 해외는 그렇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가구가 없을까 싶었다. 그래서 두닷을 그런 가구 브랜드로 만들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두닷이 런칭 초기 디자인 에이전시나 디자이너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가 짐작이 갔다. 유니타스브랜드 Vol.10 ‘디자인 경영’ 특집에서 만난 루펜도 주부인 이희자 대표가 만든 음식물 처리기, 가습기였기 때문에 사용자인 주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자이너가 주도하여 만든 가구 브랜드였기에 디자이너의 필요를 더 잘 채워주었으리라. 특히 작은 디자인 회사들의 경우 최대한 저렴하면서도 튼튼하고 그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을 테니 두닷의 등장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나라도 사서 쓰고 싶은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기준을 만족하는 가구가 단순히 디자이너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Good Design, Good Quality, Good price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두닷을 만들었고, 그것이 우리의 초심이다. 두닷을 만들다가 혹시 샛길로 빠지더라도 돌아올 지점은 바로 여기다.

 

두닷은 ‘이건 왜 시장에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따라서 없는 것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이 생겼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처음부터 *한국의 가구 시장을 경험으로 잘 아는 전문가였거나 가구 제조사였다면 이런 목적이 있다고 해서 쉽사리 경쟁에 뛰어들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가구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경쟁조차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서울의 몇몇 유명 가구 거리에 가 본다면 이곳에 단순히 매장만 내놓고 판매를 시작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경쟁력이 뚝, 생겨 버릴 리 만무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닷은 어떤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어떤 방법을 사용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 한국의 가구 시장

한국 가구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고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과 매출 등의 면에서 보면 종합 가구 브랜드 ‘한샘’이 올해 매출 6,000억 원을 바라보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위인 퍼시스는 약 2,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로만 비교하자면 1, 2위 간의 격차도 꽤 나는 편인데다 몇몇 대형 브랜드를 제외한 수많은 작은 가구 브랜드의 경우 몇 백억 원에서 적게는 몇 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기업 간의 빈부 격차도 어마어마하다. 이처럼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그만큼 대기업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기에 중소기업들로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브랜드 관점이 필요하다.

 

 

작은 가구 브랜드의 선택, RTA 방식 가구의 온라인 판매 시장

 

 디자이너의 장점은 항상 다르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없고 오히려 그것을 흥미롭다 느낀다는 것이다.

 

두닷이 기존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가구 제조부터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시작해야만 했던) 신생 기업인데다, 이들이 소수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생 기업으로서 이들은 기존의 가구 브랜드가 따르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모델부터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기존 시장에서는 그들이 가진 적은 자원이나 인력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대형 브랜드처럼 매장도 많이 낼 수 없었고, 거대한 물류창고를 구축하기도 어려웠다. 그 때 떠오른 것이 당시 이케아가 판매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던 RTA(Ready To Assemble)가구다. 가구를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해서 판매하되 소비자가 쉽게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볼트와 너트 등을 사용하는 조립식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제조와 유통을 하는 입장에서는 적재 및 운반 비용을 줄여 전체적인 가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말했듯이 두닷은 가격, 품질,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킬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만약 이들이 품질과 디자인을 사람들이 저가 가구에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맞출 수 있다면 RTA는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를 만드는 데 아주 적합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제조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이 대부분 디자이너에 의해 진행되는 두닷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유리했다. 더군다나 디자인이라는 요소에 민감한 젊은 층을 공략한다면 가구를 직접 조립함으로써 얻는 재미의 요소도 안겨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오프라인 시장이 아닌 성장세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유통이 가능한 온라인에서 판매함으로써 차별화를 극대화 했다.

 

 

 

 

물론 가구라는 아이템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게 사람들의 인식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두닷이 런칭할 때만 해도 온라인 가구 시장이 거의 전무하던 상태라 브랜드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들의 경험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두닷은 시장 접근 방법에서부터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타 브랜드와 구분되면서 대형 브랜드와 경쟁을 피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당시,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만큼은)새로운 방법이다 보니 브랜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애초에 브랜드를 만들었던 이유를 기억하며 어려움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살펴보면, 작은 기업이 스마트하게 브랜딩을 하는 방법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존재 목적에 맞는 솔루션 찾기
1) 온라인 유통으로 인한 부족함 보완하기

온라인으로 가구를 판매할 때 부딪히는 첫 번째 난관은 역시 가구가 눈으로 보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에서 이미지만 보고 구입하기에는 고관여 제품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물론 기존의 대형 가구 브랜드들은 전국 곳곳에 근접성이 높은 대리점이 있어 직접 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가구를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 두닷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직접 가구를 보여 줄 방법이 필요했고 그래서 ‘쇼룸’ 형태의 매장을 오픈했다.

 

방배동에 있는 쇼룸에서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그러하듯 쇼룸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가구는 눈으로 보고 사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고객이 아직도 많은 시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쇼룸을 4년째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판매는 하지 않는다. 쇼룸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하면 상품을 상시 쇼룸으로 유통해야 해서 비용이 높아지고 따라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없어서다. 다만 직접 쇼룸에 와서 보고 구매를 결정했는데 인터넷 쇼핑이 익숙치 않아서 구매가 어려운 분들은 직원이 도와드린다. 그조차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을 도와드리는 것이고 집에서 주문할 때처럼 물류창고에서 집으로 직배송된다.

 

이 쇼룸은 위층이 본사 사무실로 이용되고 1층과 지하에 가구들을 전시하는데 원하는 고객들은 방문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을 직접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왕에 공간을 사용하는 데 판촉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브랜드의 핵심인 합리성, 이를 지켜 줄 비용 절감을 위해 앞으로도 쇼룸으로만 사용할 생각이다. 다만 수익적으로 좀 더 성장하면 쇼룸을 여러 곳에 만들 계획이다.
많지는 않지만 평균적으로 평일 10팀, 주말 20팀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온라인에만 집중하여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브랜드로서는 과감한 결정이지만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천천히 가구의 구매 방법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은 인터넷으로 본 것 이상으로 두닷을 신뢰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직접 가구를 보여 줄 방법이 필요했고
그래서 ‘쇼룸’ 형태의 매장을 오픈했다.

 

 

2) 온라인 공식 유통채널 강화하기

온라인 유통에서 위와 같은 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창구(온라인 쇼핑몰 등)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일 테다. 그런데 오히려 김 이사의 목표는 두닷 공식 홈페이지(www.dodot.co.kr)의 쇼핑몰을 강화하여 결국 그곳에서만 판매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타 인터넷 쇼핑몰에 많이 유통하면 확산은 훨씬 빠르겠지만 우리 쇼핑몰을 포기하면 우리는 납품업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쇼핑몰로 점점 유통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투자하면 소비자들도 구매가 일어난 타 인터넷 쇼핑몰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두닷’을 기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언젠가 100% 우리 쇼핑몰에서만 두닷을 판매하게 되더라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지금은 이를 위해 두닷을 알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한샘이나 퍼시스같이 잘 알려진 오프라인 가구 브랜드 이외에 옥션, 인터파크, 11번가, 텐바이텐 같은 쇼핑몰을 통하지 않고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에서 가구 구매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되새겨 보라. 순수하게 온라인에서만 거래되는 브랜드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현재 두닷이 약 20개의 쇼핑몰에서 거래되고 있음에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두닷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어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고 리뷰 등의 입소문을 통한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닷은 공식 홈페이지에 비교적 많은 투자를 해서 일반 쇼핑몰 못지않은 운영을 하고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자사의 공식 유통 채널을 키워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홈페이지에서 각종 이벤트를 비롯해 ‘My 사용기’ 같은 고객 사용 후기를 모아 매번 추첨을 통해 상품을 보내 주며, 그마저도 온라인을 통해 소문이 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한편 ‘Prompt reply in 1HOUR’라는 모토를 내건 두닷의 고객 센터는 운영 시간 중에는 문의 후 1시간 내에 무조건 고객에게 답변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그러지 못할 경우 적립금을 따로 지급한다). 전화 상담이 통화량에 따라 원할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함과 동시에 이 공식 유통 채널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3)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
두닷이 판매하는 모든 가구를 우리가 자체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액세서리나 패브릭 제품, 특히 의자 같은 경우는 다른 가구와 공정 과정이 달라 까다롭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의 상품을 MD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기준은 두닷의 톤앤매너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남아도, 디자인이 좋아도 일단은 제외한다. 목표는 모두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지만 한꺼번에 급하게 모두 시도할 생각은 없다. 우리의 자원을 생각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지 만약 매출에만 급급해 10억만 해도 훌륭한 회사가 100억을 욕심내면 어떻게 되겠나. 지금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닷의 가구들은 콰트로(QUATTRO), 모스(MOS), 스툰2(STOON2), 어번(URBAN), 엔비오(ENVIO), 쿠키(KUKI) 등의 시리즈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예를 들어 책상, 의자, 서랍장을 하나로 묶어 세트 형태로 많이 판매되는데 책상을 제외한 의자와 서랍장은 다른 업체의 제품으로 구성, 대행 판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구들이 한 세트처럼 느껴지는 것은 두닷이 그들만의 기준으로 까다롭게 상품을 선택하여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시도하지만 무리하게 확장을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두닷이 가장 잘 만드는 상품에 집중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더 많이 시도하고 개발하려는 의도다.

 

4) 타협 없는 품질의 제품 만들기

이렇듯 많은 부분에서 두닷에 가장 적합한 의사 결정을 해나가고 있지만 역시 실무자의 입장에서 작은 브랜드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자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두닷이 가격에 의한 합리성을 브랜드 핵심의 하나로 삼고 있어서 품질과 함께 그것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우리는 가구 가격의 약 60%가 제작 단가다. 모두들 “그러고도 남는 게 있느냐”고 물어 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가를 줄곧 고수해 왔다. 첫 해는 당연히 적자가 났다. 처음에는 두닷이 가구를 기획, 개발하고 OEM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단가에 소량으로 주문을 받아 생산하려는 곳이 없어서 중간에 거래처를 바꾸는 일도 생겼다. 그러느니 아예 우리가 투자를 받아 직접 공장을 만들어 제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공장이 분사되어 두닷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

 

보통 가구들은 제조 단가의 약 2~3배수를 판매가로 책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제조 단가가 60%나 된다고 하니 동종 업계마저도 두닷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제조 단가에 맞게 판매가를 높일 수도 없다. 가격이 더 높아지면 대형 브랜드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하나가 줄어들뿐더러 애초에 목적했던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가 앞으로는 더 보편화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이것을 온라인으로 유통해서 소비자들이 좀 더 싼 가격에 좋은 가구를 살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기에 조급할 것이 없단다.

 

 

 

 

 처음에 유니타스브랜드의 질문지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도대체 두닷은 뭐지?’ ‘두닷은 어떤 브랜드지?’ 첫 번째 떠오른 단어는 내가 느끼기엔 ‘정직(honesty)’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워낙 자본도 있고 하니 같은 품질이라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 기준에 맞춰서 우리도 단가를 낮추면 중국산 저가 가구처럼 특유의 냄새가 나고 후가공을 제대로 못해 마감이 엉망인 가구가 나온다. 솔직히 숫자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흔들릴 때도 있지만 마음을 다잡고 고객을 속이지는 말자고 했다. 내가 사고 싶은 가구를 만들려던 초심만 기억하면 이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원칙이다.

 

이제까지 김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작기 때문에’ 대기업은 쉽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들을 더 어렵고 힘들게 해야 하는 고단함도 엿보인다. 두닷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작기 때문에 고집을 더 부릴 수 있었고(대기업이었다면 조직적인 문제나 주주 압력 등의 이유로 수익이 나지 않는 일에 오래 고집을 부릴 수가 없다), 작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계속해 올 수도 있었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오히려 작은 기업이 그래서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리처드 코치는 《전략을 재점검하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상적으로 생긴 지 얼마 안 되거나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더 쉬운데, 그런 회사는 옛날 범주에서 잃을 게 얼마 없거나 전혀 없다. 실패할 위험이 높고 성공하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성숙한 기업도 물론 기존 사업을 위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업가에게는 그런 딜레마가 전혀 없다.”
이처럼 작아서 생기는 문제들을 보완해 가면서 두닷 나름의 독특한 생존 방식이 생겨났고, 바로 그것을 통해 브랜드 생태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독특한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얻을 수 있었다.

 

 

생태계에서 찾은 강소 기업을 위한 지혜

생태적 지위는 쉽게 말해 어떤 생명체가 한 생태계 내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느냐이며, 각 생명체마다 그만의 독특한 생태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태적 지위는 어디서 서식하고, 무엇을 먹으며, 누구와 경쟁하는가 등이 결정짓는데, 많은 경우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두 종의 생물체는 한 생태계에서 공존하지 못하고 한쪽이 도태되거나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존하는 종들은 아무리 비슷한 환경에서 살더라도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사는 경쟁자들은 서로 활동하는 시간을 조정하거나 먹이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딱따구리와 동고비는 같은 나무 껍질 사이에 사는 같은 벌레를 먹고 살아도 본능적으로 서로 반대쪽(딱따구리는 아래쪽, 동고비는 위쪽)에서부터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생태적 지위라는 개념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브랜드들에도 꽤 유사하게 적용된다. 만약 어떤 분야에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뛰어든 브랜드들이 있다면 이들은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이 서로 차별점, 즉 다르게 생존하는 법을 찾지 못한다면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까? 더군다나 작은 기업의 입장에서 거대 기업들과 같은 생태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두닷의 사례를 살펴보면 작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대 기업이 몸담은 시장에서 어떻게 그들과 경쟁할 것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이들과 어떻게 다르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두닷이 대형 브랜드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승부를 걸려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두닷은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것들도 많았지만 그것이 결국 오늘날 *두닷이라는 브랜드만의 생태적 지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작은 기업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 우리 브랜드의 생태적 지위는 과연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두닷이라는 브랜드만의 생태적 지위
유니타스브랜드가 브랜드를 생태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 브랜드가 각 생태계에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개념은 Vol.17 ‘브랜드 전략’에서 인터뷰에 응해 준 리처드 코치Richard Koch가 선보인 개념이다(Vol.17 p136 참조). 그는 베인앤컴퍼니의 창립 멤버로서 브랜드를 연구해 온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브랜드가 기업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유전자 코드를 그 브랜드가 속한 환경에 적합한 방법으로 진화시키거나, 아니면 전혀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함으로써 그 브랜드만의 톡특한 생태적 지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두닷은 한국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온라인 RTA 디자인 가구 시장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했다고 볼 수도 있고, 기존 생태계에서 거대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고 자신을 환경에 적합한 방법으로 진화시켰다고도 볼 수 있어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One step ahead of the Big brand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6년 남짓 된 두닷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브랜딩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두닷을 보고 있으면 한 브랜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바로 이케아다. 이케아가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나이 열일곱에 잡화를 파는 통신회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너무 유명하다. 작은 기업이던 이케아가 약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가구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과연 몇 사람이나 예상했을까.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작년 말, 이케아가 한국에 직접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자 소비자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을지 몰라도 한국 가구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위기감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뭐길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대형 가구 브랜드들마저 공격 경영을 선언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했을까?

두닷은 이케아와 비즈니스 모델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아 종종 ‘한국의 이케아’로 불리고 있었고 그래서 최근에 고민이 더 많아졌다 한다. 물론 그간의 이케아는 RTA 가구를 주로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 왔고, 온라인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한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의 특성(예를 들어 어느 나라보다 즉각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고, A/S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프라인 못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점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닷도 최근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와 충성도를 갖고 있는 이케아와 (제품 이상으로) 더 확실한 차별성을 갖고 일관성 있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차별성은 제품의 가시적이고 차별화된 특성들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무형적 가치와 이미지를 공고히 하되 두닷이 하는 모든 행위들이 이것들과 일관성 있게 연결되도록 해서 누구도 두닷을 ‘제2의 이케아’ 혹은 ‘한국의 이케아’로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김 이사가 말한 것처럼 두닷이 정직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고 그래서 고객에게 그렇게 인지되고 싶다면 제품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두닷이 하는 모든 행위가 이 가치를 중심으로 정렬(alignment)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침 ‘정직도 전략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린 업쇼와의 해외 인터뷰를 싣게 되었으니 p162를 참고해도 좋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열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두닷이 앞으로 브랜드로서 더 잘 사는 법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지금 작은 브랜드를 강한 브랜드로 만들려는 독자라면 다음 질문에 꼭 답해 보길 바란다. 당신의 브랜드는 대형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생태적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브랜딩을 하고 있는가? 작은 브랜드가 대형 브랜드보다 크게 한 발 앞서는 길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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