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 이끄는 브랜드, 교보생명
BrandNess의 근간이 되는 비전을 함께 세우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박치수  고유주소 시즌2 / Vol.14 브랜드 교육 (2010년 03월 발행)

관람객 수 1,000만 명을 넘으며, 전 국민 4명 중 1명은 본 셈이 된 영화 <아바타>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각종 명장면들 때문에도 회자되기 일쑤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 장면 역시 그러하다. 주인공 제이크를 사람의 몸에서 아바타의 몸으로 완전히 전이(영혼의 이전)하기 위해 나비(Na’vi)족 전원은 정령의 신으로 추앙하는 하얀 나무를 에워싸며 모여든다. 부족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앉아 부족의 오라클이 외는 주술을 한마음 한뜻이 되어 따라 읊는다. 성격도, 생김새도, 부족 안에서 맡은 직책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신념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결국 그들의 염원(나비족 전체를 구해 낼 제이크를 아바타로 전이 시키는 것)을 이룬다. 이 장면을 이렇게 보면 어떨까? 나비족의 오라클을 CEO로, 부족원을 조직원으로, 그들이 외는 주술을 ‘비전’으로…. 한 조직도 그들의 염원(비전)을 위해 전 조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혼신을 다할 수 있다면 상당한 에너지를 가질 텐데 말이다. 독자 중 지금 당장 몸담은 조직의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혹시… 비전 자체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The interview with 교보생명 홍보팀장 박치수

 

 

비전과 BrandNess

눈치 챘겠지만, 이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한 조직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전과 관련된 명언과 문구들을 소개하며 새삼,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수없이 많고, 개인이나 한 조직에게 비전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흔히 ‘(인생 혹은 경영의) 나침반’ ‘북극성’에 비유되는 비전을 어떤 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비전과 브랜드다움(BrandNess)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가만 생각해 보면 비전은 ‘브랜드다움’의 근간이다. 브랜드의 ‘~다움’이 ‘그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종합적 잔상’이라면 그 잔상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그 브랜드의 특정 행동이 있었을 것이고, 그 움직임의 방향성이 바로 비전이다. 예를 들자면 의료 선교가 꿈(비전)인 의사 A씨와, 최고의 부자 의사가 되는 것이 꿈(비전)인 의사 B씨가 보이는 행동과 태도는 상이할 것이고 그러한 그들의 ‘행동과 태도’가 누적되 각각 ‘A씨 다움’과 ‘B씨 다움’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래서 비전은 ‘~다움’의 근간이자 컬러를 만들어내는 방향성이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기업들을 둘러보면, (모두들 비전과 미션의 중요성을 안다면서) 아직도 조직의 비전과 미션이 없는 경우도 꽤 있고, 있어도 명시되지 않은 채 이따금씩 회식자리에서 CEO의 일방적인 훈화말씀(?)시간 중 CEO의 개인적 감흥과 비전, 미션이 뒤섞여 어지럽고 난해한 메시지가 비전으로 둔갑해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또는 조직차원에서 명확한 비전과 미션을 선포하고서도 그것이 조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적절히 공유되지 못해 업무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BrandNess의 근간, 비전을 함께 만들다

앞서 설명한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브랜드의 비전이 CEO(오라클)의 일방적인 주술이 아닌, 전 조직원(부족원)이 같은 염원을 가지고 (동의하여) 읊을 수 있는 비전(꿈을 담은 주술)이라면 영혼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빠른 방법이 ‘전 조직원을 비전 수립 과정부터 참여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비전은 그만큼 공감도와 능동적 참여율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비전을 수립한 기업이 있다. 이러한 민주적인 방법은 왠지 외국 기업 사례일 것 같지만, 10년 전 대한민국의 교보생명이 시도한 혁신의 일부다. 이들의 비전 수립 과정을 살펴보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로 창립 52년을 맞은 대표적인 장수 기업이다. 대한민국 최초를 넘어,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생각해낸 대산(大山) 신용호 선생이 ‘국민 교육 진흥과 민족 자본 형성’이라는 대의를 품고 1958년 순수 국내 자본으로 설립한 ‘대한교육보험’이 교보생명의 모체다. 그렇게 시작된 교보생명은 꾸준히 성장했고 약 40년이 흐른 지난 2000년, 전환기를 맞는다. 전환기라 함은 신용호 회장의 장남 신창재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변혁과 혁신의 시작을 알린 그의 취임은 ‘새로운 비전 선포’의 첫발을 떼게 했다. 앞서 말했듯 기업이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것도,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교보생명의 비전 수립 프로젝트는 그 ‘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

 

 

비전과 미션이 없는 경우도 꽤 있고, 있어도 명시되지 않은 채
이따금씩 회식자리에서 CEO의 일방적인 훈화말씀(?)시간 중
CEO의 개인적 감흥과 비전, 미션이 뒤섞여 어지럽고 난해한 메시지가
비전으로 둔갑해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동의 없는 변화와 혁신은 CEO를 ‘폭군’으로 보게 하여
어쩔 수 없는 복종을 만들어 내지만,
지지를 얻는 변화와 혁신은 CEO를 ‘통솔력’ 있는 리더로 그려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52년 된 교보생명, 그전에는 비전이 없었나?

물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교보생명의 1차 비전북이 만들어진 *2002년과 비전 수립에 총력을 다했던 2001년 당시의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조직원이 그것에 얼마나 공감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동의 없는 변화와 혁신은 CEO를 ‘폭군’으로 보게 하여 어쩔 수 없는 복종을 만들어 내지만, 지지를 얻는 변화와 혁신은 CEO를 ‘통솔력’ 있는 리더로 그려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교보생명은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 조직원을 한데 묶어 줄 공통분모가 필요했을 테고, 그것이 새로운 비전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채질했을 것이다.

 

 

* 2002년과 비전 수립에 총력을 다했던 2001년 당시의 한국
이 시기는 여전히 IMF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릴 때였고, 교보생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에 약 2,500억 원의 손실을 경험한 신창재 회장은 외적 규모 불리기 보다는 내실 중심의 경영을 하기로 마음먹고 교보생명의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5만 8,000여 명에 달하던 생애설계사 수를 점차 줄여 나가고 1,450여개 점포도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비전 수립과 동시에 진행된 것이 교보생명의 BrandView 교육’이라는 점이다. 비전이 이끄는 조직의 모습은 ‘브랜드 경영’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브랜드란 무엇인지, 비전이란 무엇인지, 브랜드 경영이란 무엇인지’ 교육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듯 브랜드 개념에 관한 교육과 동시에 전 조직원이 함께 비전을 그려 내는 실질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교보생명의 새로운 브랜드 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비전 수립’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약 1년이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지난 22년간 교보생명에서 몸담아 온 교보생명 홍보팀의 박치수 팀장(임원보)은 브랜드 교육이 시작된 2001년부터 현재까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박치수(이하 ‘박’) 처음 시작할 때 과연 조직원들이 얼마나 공감을 하고,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과정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 브랜드의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때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부서와 브랜드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광고부서나 특정 파트의 업무라고 생각했다. 임직원만 설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과와 계층을 설득해야 했기에 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브랜드에 대한 교육이 함께 진행된 것이 이때부터 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온라인 강의와 연수원 교육 등 내부교육과 외부강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러한 활동 자체에 대한 필요성부터 인식시켰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 이론 중심의 브랜드 교육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해가 더뎠고, 흥미를 갖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례 중심의 브랜드 교육을 실시했더니 인식의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조직 전체의 수용도를 따져 보았을 때 브랜드에 대해 혁신층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브랜드 교육이 점차 그 수용도를 넓히는 것, 그 중심에 있었다.

 

<그림 1>은 교보생명의 실질적인 비전 수립기를 정리한 6개월 간의 ‘비전 수립 로드맵’이다.

 

 

교보인의, 교보인을 위한, 교보인에 의한 비전

이들의 시도는 당시 금융권 기업들은 물론,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거의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 CEO가 정해 준 하달식 비전이 아닌 조직원 전체가 참여하여 말 그대로 ‘교보인의, 교보인을 위한, 교보인에 의한 비전’을 세우겠다고 한 것이다. 구성원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게 하고, 리더는 그 변화를 지원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특정 계층에서 만들어 하달하는 식으로 뿌려 준 것이 아니라 많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서 모두가 참여하는 방법으로 만들다 보니, 이 비전은 ‘내 것’이 된 것이다. 우리 모두 참여해서 만들었으니 마치 ‘우리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컸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토론, 협업, 팀웍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원래 모든 회사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치에 맞는 결정이다. “제발 주인 의식을 가지고 회사 생활에 임하세요, 회사의 재산을 자기의 재산처럼, 회사의 일을 자기의 일처럼, 회사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처럼 생각해 주세요”라는 CEO의 간곡한 외침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회사의 비전이 나의 비전이 된다는 것에 동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CEO의 일방적인 비전(공유가 아닌) 강요는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개개인이 비전을 세울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어느 누가 남이 정해 준 비전대로 살고 싶겠는가? 인생의 주인인 자신이 스스로 세운 비전이어야 동기부여도 되고 삶의 원동력이 생기는 것처럼 회사가 직원에게 ‘주인 의식’을 강조하고 싶다면, 직원들이 CEO의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에 임하길 바란다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인 비전 역시 함께 세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 그들의 비전 수립 단계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Step 1 : ‘비전의 필요성 인식’

신창재 회장은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빠른, 정도(正道)를 걸었다. 1단계는 ‘비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단계다. 우선 사원, 대리, 지점장, 본사 팀장들과 미팅을 거쳐 비전 정립을 위해 생각해 봐야 할 기초 용어를 285개 선정했다. 아마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용어 정교화 및 의미 통일 작업’도 함께 병행되었을 것이다. 이 기초 용어는 다시 전사적으로 ‘학습 및 공유’되고, 그 후 비전 정립의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렴했다.

이미 진행된 일을 리뷰하는 입장에서 보면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오늘 당장 진행해야 할 업무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당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비전을 위해 이러한 시도를 감행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신창재 회장은 성장 동력으로 ‘비전 중심의 경영’을 택했고, 이와 병행하여 브랜드 관점으로 교보생명을 재조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다음 과정으로 진행한 것은 ‘업’에 대한 재정의다. 이것 역시 신창재 회장만이 생각하는 업의 본질에 관한 정의가 아닌, 조직원들이 생각하는 업의 본질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선행 과제로 두었다. ‘교보생명’과 ‘자신이 속한 조직’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모여진 의견에 근거해, 교보생명의 ‘업’은 1차 정의를 갖게 된다. ‘모든 사람이 삶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돕는다’가 그것이다.

도출된 업에 대한 정의는 또다시 ‘공유를 위한 교육’을 통해 전 사원에게 전달됐다. 그 교육은 교보생명의 (2001년 당시) 전 직원 5,3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이렇게 전달된 그들의 비전은 다시 7회에 걸친 ‘CEO와의 비전 간담회’를 통해 조율됐다. top-down과 ottom-up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히 조화된 의사소통 방법으로 비전 수립 프로젝트 1단계를 거친 교보생명은 2단계에 착수한다.

 

Step 2 : ‘개념의 이해 단계’

필요성에 대해 알았다면 2단계는 비전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단계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넓고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VTR을 제작한다. 제작된 VTR은 전 사원을 대상으로 방영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비전의 개념을 모든 직원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일종의 확인 작업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했기에,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이때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이 2,433명이고, 이 설문조사를 통해 비전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와 1차적으로 정의된 업의 본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고 교육되었는지, 본질 가치에 대한 의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교보생명은 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시 조직 단위별로, 현장 중심으로 재교육 시스템을 갖춰 나가며 비전의 필요성과 동참의 중요성 재강조했다.

 

Step 3 : ‘비전 구체화 단계’

비전의 필요성과 개념에 대해 교육을 마친 교보생명은 3단계, ‘비전 구체화 단계’에 착수한다. 조직 단위별로 토론을 거쳐 교보생명의 비전북을 칭하게 될 《교보인의 VISION(안)》에 관한 안건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것을 위해 실시한 현장 간담회가 ‘376회’다. 교보생명은 왜 이렇게까지 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펼친 것일까? 아마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비전을 수립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해’와 ‘인정’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해(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는‘동감’을 자아내는 데 그칠 수 있지만 인정(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은 ‘동참’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교보생명의 노력은 계속 된다. 현장 간담회 외에도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심층 간담회가 열렸고, 이렇게 모인 의견들을 토대로 비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임원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임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이 필요했던 것은 비전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진 의지를 집결하기 위함이었다. 임원 워크샵을 통해 비전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효과적인 추진 아이디어를 도출한 교보생명은 드디어 비전 만들기 프로젝트가 종합 정리된 VTR을 제작하여 다시 전 사원에게 방영했고, 같은 컨텐츠를 담은 CEO 특강도 병행했다. 비전의 적용 방법과 추진되었을 때의 효과를 CEO가 직접 강의하고 청사진을 그려 주며 조직을 리딩leading하기 위함이었다. 각 부서 조직장들의 역할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것이 ‘구체화’ 단계다. 즉 비전의 ‘문장’을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각 조직원과 조직장에게 필요한 ‘실천’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미 진행된 일을 리뷰하는 입장에서 보면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오늘 당장 진행해야 할 업무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당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비전을 위해
이러한 시도를 감행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

 

 

Step 4 : ‘비전 확정 단계’

이러한 과정을 거쳐 4단계인 ‘비전 확정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에서는 3단계까지 과정을 통해 도출·정리된 것이 조직 전체가 따를 만한 것인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진행된 2차 현장 간담회가 총 249회에 달한다. 계층별 대표와 최고 경영층은 지속적인 워크샵을 진행했고 현장 방문을 통해 수렴된 의견이나 추진 성과 분석도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그리고 최종 비전안 도출을 위한 심층 토론을 거쳐 드디어 교보생명의 비전이 경영협의회에 의해 확정되었다.

 

Step 5 : ‘교보인의 비전 선포’

2001년 12월 교보생명은 마침내 그들의 비전을 선포한다. 그리고 비전 수립 과정과 업의 본질에 대한 정의, 핵심목적과 핵심가치, 비전이 구체화된, 2010년까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담긴 《교보인의 VISION》을 발행해 전 조직원에게 전달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한번 공표된 비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직원들의 메시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수정과 정교화작업이 필요하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교수이자 컨설턴트인 존 코터(John Kotter) 역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에서 비전 수립 과정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전 수립 과정에서 혼란성은 불가결한 요소다. 비전 만들기는 대개 두 걸음 전진 한 걸음 후퇴, 한 걸음 왼쪽 한 걸음 오른쪽 등의 수정이 불가피하며 혼란한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현재의 교보생명의 비전 역시 2001년 수립 이후 2004년 개정사항이 적용된 2차 브랜드북을 발행했고 지속적으로 작은 부분까지 가다듬고 있다. 이러한 수정과 재공유 작업은 전 직원이 자사 브랜드를 오해하거나 오역하지 않게 돕고, 브랜드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이렇게 수립된 교보생명의 비전은 회사 내에서
‘빅 보스’라 불리고 있고,
신창재회장이 늘 강조하는 말은 이것이다.
“사장 위에 회장 있고, 회장 위에 빅 보스 있다.”
즉 회장인 자신보다 더 큰 의사결정자는
빅 보스인 비전이라는 것이다.
 

 

 

숨어 있던 Step 0 : CEO의 브랜드 마인드 & 브랜드 학습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은 6개월이지만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위해 선행된 준비 과정은 이것의 배에 달할 것이다. 우선 CEO부터 비전의 필요성과 역할, BrandView를 갖기 위해 스스로 먼저 노력했다. 취임 후 자신부터 브랜드에 대해 6개월간 학습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장기적이고 일관된 브랜드 약속을 지켜 내기 위한 비전 중심의 브랜드 경영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교보생명의 비전 탄생은 그만큼 지연되었거나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교보생명다움의 방향성이 잡히지 못할 뻔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립된 교보생명의 비전은 회사 내에서 ‘빅 보스(Big Boss)’라 불리고 있고, 신창재 회장이 늘 강조하는 말은 이것이다. “사장 위에 회장 있고, 회장 위에 빅 보스 있다.” 즉 회장인 자신보다 더 큰 의사결정자는 빅 보스인 비전이라는것이다.

 

 

비전은 액션으로 풀려야 살아있는 비전

그들의 비전은 상상으로 그리는 비전이 아닌 실천되는 비전이었다. 액자에 곱게 모셔 벽에 걸린 사훈이나 비전 사명서는 비전(vision)이 아닌 비전(非全, 온전하지 못함)으로 전락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실천 가운데 ‘교보생명다움’을 넣어 교육해야 교육의 효과는 또다시 더욱 강화된 그들만의 ‘교보생명다움’을 만들어 낸다. 자기가 하는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데‘미래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고객을) 도와드리는 것’을 자신의 업으로, 규정하는 그들은 이것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 그것에 앞서 미래의 역경(사고, 사망, 질병 등)을 겪는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알고 잘 도울 수 있을까? 그들의 핵심가치가 ‘고객지향’이라고 했는데, 그러한 상황에 처해 보지 않고 어떻게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으로 생겨난 것이 간접체험 교육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체험 교육이다. 크게는 임종 체험과 노인 체험이 있다. 임종 체험은 2007년에 최고경영층을 비롯한 4,000여 전 임직원이 1년에 걸쳐 직접 유언장을 쓰고 시작했다. 한여름 밤 수의를 입고 어두운 길을 저승사자와 함께 걸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느껴지는 게 없었는데, 좁은 관 속에 들어가 누우니 덜커덕 문이 닫히고 못이 박히고 흙이 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유언장에 쓴 나의 지난 삶이 순간 스쳐 지나가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가족이더라. 실로 뭉클해지는 순간이었고 가족을 잃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했다.

또 하나는 노인 체험인데 현재 연수원에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80대 노인의 신체 조건과 비슷하게 만드는 각종 기구를 착용한다. 시력을 약화하는 특수 안경, 허리를 굽혀 주는 조끼, 팔다리 관절과 근육을 둔하게 만드는 억지대 등을 착용하고 지팡이를 짚으면서 걷기, 계단 오르기, 물건 들기 등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체험해 보면서 노후 생활 보장이 왜 필요한지 깨닫고, 고객 입장에서 어떠한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본사의 전 임직원 역시 교보다움을 만들어 내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주체임은 분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생애설계사 즉, 고객들에게 교보다움을 직접적으로 인식시키는 ‘걸어 다니는 교보생명’은 어떠한 브랜드 교육을 받을지 궁금했다.

 

현장에서 고객의 생애를 설계해 주는 생애설계사들도 마찬가지의 교육을 받는다. 외려 본사 직원들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 교육을 실시한다. 임종 체험과 노인 체험 역시 대상의 폭을 넓혀 가며 진행 중이고, 보험업의 본질을 끊임없이 교육한다. 생명보험사의 업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며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얼마나 소중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성공하는 분들의 성공 스토리를 많이 전파한다. 이러한 교육은 교보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생애설계사를 대상으로 주 4회 위성방송을 제공한다. 주된 컨텐츠는 교보인 전체가 일관성 측면에서 공유해야 할 내용과 다른 지역 생애설계사들의 체험 및 성공 사례, 새로운 상품에 관한 정보, 패션, 매너, 에티켓 등이다. 지속적인 컨텐츠 제공은 소비자 접점에서 느껴지는 교보다움이 일관성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도 당장 해야 하나?

전 조직원이 비전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을 모든 기업이 채택해야 하고, 무조건 옳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비전이 창업자나 CEO에게서 나와야 하는가, 아니면 집단 토론을 거쳐 도출돼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비단 오늘만의 것이 아니며, 각 브랜드(기업)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에는 정답이 없을지 몰라도 비전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는 자명한 답이 있다. 진정한 브랜드다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원 전체가 동의하여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비전 수립 과정부터 참여시키든, 그렇지 않든 조직원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있어 (지금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거나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라면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 ‘함께 수립하는 비전’일 것이다.

흔히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기업을 위한 경영전략》의 저자 짐 콜린스의 말을 빌려 이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 앞에 놓인 과제는 비전을 가진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전’ 있는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개인’은 사라지고 위대한 ‘기업’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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