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십을 위한 멀티맨의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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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손길준  고유주소 시즌2 / Vol.16 브랜드십 (2010년 07월 발행)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개 오디션장. 많은 지원자들이 모였는데 유독 많은 과제(역할)를 수행하고 무대를 내려와야 하는 배역이 있다. 이 배역의 응시자들은 일정 시간 동안 대머리 아저씨, 여자 애인, 편집장, 아버지, 집주인 등 대여섯 가지 이상의 연기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연기를 해도 이 배역에 적합한지 알아보기엔 부족한 듯하다. 왜냐하면 90분가량의 이 뮤지컬에서 ‘이 배역’을 맡은 한 사람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무려 22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1인 다역. 이 배역의 이름이 바로 ‘멀티맨’이다. 기업에서도 이런 멀티맨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기업의 CEO도, 일반 직원도 아닌 중간관리자다. 이들은 CEO의 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훌륭한 ‘팔로워’가 됨과 동시에 한 영역(부서)의 ‘리더’로서 자신의 팔로워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부서가 기업 내·외부의 다른 조직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대변인’이 되기도 하고, 경영자와 직원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는 ‘중간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조직의 멀티맨이다. 이들은 브랜드가 브랜드십을 갖도록 하는 과정에서도 멀티맨의 역할을 한다. 멀티맨 세 명이 출연하는 다음의 대담을 통해 브랜드십이 있는 브랜드의 스토리와 멀티맨의 역할을 들어 보자. *본 기사는 인터뷰이와 각각의 인터뷰를 진행한 뒤,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본 기사는 인터뷰이와 각각의 인터뷰를 진행한 뒤,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유)듀폰 코리아 재무담당 이사 손길준, 썬마이크로 시스템즈 인사총괄 수석상무 정태희, 유한킴벌리 대외커뮤니케이션 부장 손승무

 

 

멀티맨의 출연작, 작품명 '브랜드'

“20% 리더가 아닌 80% 팔로워(follower)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한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로버트 켈리(Robert kelley) 교수는 리더를 따르는 사람이 조직의 존폐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위와 같이 밝혔다. 리더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간 CEO의 역할과 책임, 자질에 대해 사회가 가진 끊임없는 관심에 가려져 재조명되지 못한 것이 바로 팔로워다. 이처럼 대다수를 차지하며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팔로워와 소수의 CEO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멀티맨’이라 불리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간관리자는 때로는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때로는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역할도 수시로 달리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 ‘팀장 리더십’ 등의 이슈로 조금씩 이들에 관한 관찰과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이것도 (누구나 가져야 하는) ‘리더십’을 어떻게 하면 가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군다나 아직 브랜드십이라는 관점으로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터라 아무도 이들이 조직 내부에 브랜드십을 심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만난 세 명의 멀티맨은 듀폰 코리아(p64 참고), 유한킴벌리(유니타스브랜드 Vol.3 p100 참고),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일원으로 각각 재무와 교육, 커뮤니케이션,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먼저 각자 소속되어 있는 브랜드가 브랜드십을 생각할 만한 미션과 핵심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각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먼저 물어 보았다.

 

정태희(이하 ‘정)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에서 일한 지도 벌써 11년째다. 오랫동안 한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그 브랜드의 문화에 젖어, 그것의 팬(fan)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인사를 담당하다 보면 내부 직원들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되는데 이런 사람, 그러니까 브랜드의 팬이 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손승우(이하 ‘승’) 나도 벌써 유한킴벌리에서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첫 직장이었던 만큼 애정도 컸고, 그만큼 유한킴벌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지키려고 회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노력했다. 30~40년 동안 강화되고 정착된 유한킴벌리의 기업 문화는 이미 나의 삶에 많이 들어와 있다.

 

손길준(이하 ‘길’) 내 삶에 들어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다른 회사에 있다 듀폰으로 옮긴지 이제 8년이지만, 나는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이 얻었고 변화했다. 듀폰의 네 가지 핵심가치 때문에 이제 집에서도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곤 한다. 오죽하면 나보다 내 아내가 듀폰을 더 좋아하겠나.

 

 

 

 

나보다 가족이 더 회사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듀폰의 핵심가치가 굉장히 특이하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훌륭한 가치들이다. 안전 및 보건, 환경보호, 윤리준수, 인간존중 이 네 가지가 듀폰의 핵심가치인데 이것이 일하는 동안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만 해도 그렇다. 나는 ‘안전 및 보건’이라는 가치를 따르게 되면서 그렇게 변하기 어렵다는 ‘운전 스타일’조차 조심스럽게 변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대할 때도 윤리준수나 인간존중과 같은 가치들에 자연스럽게 맞추게 되다 보니 “행동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그들조차 듀폰을 달리 보게 됐다.

 

어디 친구와 가족뿐이겠나. 뚜렷한 가치와 원칙을 따르는 곳에서 일하면 협력업체처럼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도 신뢰와 확신을 주게 되어 좋은 것 같다. 유한킴벌리는 인간존중, 고객만족, 사회공헌, 가치창조, 혁신주도라는 다섯 가지 경영 방침 외에도 주주회사인 유한양행 때부터 이어져오는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때문에 ‘약속’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많이 강조한다. 그걸 지키려다 보니 나도 바뀌고, 그런 우리를 보고 파트너들도 ‘유한킴벌리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맞다. 브랜드가 일으킨 개인적인 변화가 업무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썬에서 배운 중요한 가치들이 많기 때문에 썬을 ‘Sun Univers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를 비롯한 직원들은 썬에 있으면서 사람’의 중요성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배우게 된다. 썬은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문화화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하면 ‘일을 하면서 항상 내가 존중 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항목은 대부분 90점이 넘는다.
나 역시 라틴아메리카, 중동 지역, 중국, 인도 등의 인사를 총괄하고 있어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우리 기업 문화 때문인지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썬에 있으면서 ‘틀림’과 ‘다름’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전 및 보건,환경보호,윤리준수,인간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따르고 있는 듀폰

 

 

브랜드십이 있는 브랜드에 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

브랜드가 고객을 변화시킬 수 있다거나, 브랜드가 직원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이미 유니타스브랜드 Vol.12 ‘슈퍼내추럴 코드’와 Vol.14 ‘브랜드 교육’에서 논의한 바 있다. 이 세 명의 중간관리자는 모두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가 문화화된 기업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개인적인 변화를 겪었고, 다른 사람(고객을 포함한 외부인)까지도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이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 CEO가 한 역할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인 다역을 하는 이들은 맡은 하나 하나의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서 브랜드(주인공)와 리더(주연급 조연)란 배역(p181 참고)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들이 맡은 배역에 몰입할 수 있고, 큰 흐름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그 흐름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다역을 하는 이들은 맡은 하나 하나의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서 브랜드(주인공)와 리더(주연급 조연)란 배역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나는 인사 담당자로서, 경영진으로서 CEO를 이해하고 함께 일해 나가기 위해 발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리더를 통해 알게 되는 점과 느끼게 되는 점도 많은 것 같다. 브랜드십 관점에서 CEO의 행동과 그에 따른 조직 변화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나는 아무래도 재무 부서에 있다 보니 재무적인 부분에서 비교가 된다. 과거에 있던 회사에서는 인위적으로 매출이나 순이익을 올리려 해서 회계 감사를 하는 과정 중에 충돌이 많았다. 그러다 듀폰에 와서 처음에는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다. 나는 이제껏 듀폰에서는 ‘이번 단기 이익을 얼마로 조정하라’는 가공된 숫자(매출 증대)에 관한 지시나 제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한 직원이 회사 돈을 쓴 적이 있는데 사실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친구도 나름대로 회사에 기여한 부분이 많을텐데, 처음에는 그 돈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CEO를 비롯한 탑매니지먼트가 듀폰이란 브랜드는 핵심가치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탑매니지먼트의 신념을 넘어서 듀폰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신념이다. 경영진이라고 해서 핵심가치를 지키는 데 예외를 두진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나도 핵심가치에 대해서 정말 신뢰하고 회사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유한킴벌리의 브랜드십은 다른 브랜드도 그렇겠지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30~40년 동안 확고히 지켜 온 신념이 만들어 낸 것이다. 때문에 새로 CEO가 취임하면 항상 처음에 우리의 핵심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맹세를 한다. 이들의 취임 인사나 첫 외부 공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CEO의 리더십이 무조건 자신만 따라오게 만드는 힘은 아닌 것 같다. CEO의 리더십이 서번트 리더십이든, 카리스마 리더십이든 그 스타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기업이 본래 가지고 있는 존재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꼭 리더가 앞서 가야 할 필요도 없다. 핵심가치가 문화로 합의된 부분이 있다면 리더가 갈 방향을 직원 누구나 알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앞장설 수도 있는 것이다.

 

 

 

 

꼭 리더가 앞장서서 행동하고, 리더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기업이라는 맥락에서 동의한다. 결국 리더십이라는 것도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기준을 두고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겠나.

 

그렇다. 나는 기업의 철학이나 핵심가치는 결국 ‘공감대가 형성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혼자 말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만약 굉장히 좋은 철학과 문화를 가진 기업이 있다면 CEO가 바뀌었다고 해서 쉽게 모든 것이 따라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바뀌기 전부터 합의된 철학과 문화가 있는데 그것을 리더 한 사람이 망가뜨리거나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멀티맨의 대본 리딩, 브랜드십을 위한 역할파악

앞서 세 명의 인터뷰이가 말한 것처럼 브랜드십이 문화로 정착되면 그 브랜드는 CEO의 리더십 스타일에 크게 동요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직원들도 그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p56 참고). 그러나 아직 그렇지 못한 브랜드나, 브랜드십이 있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브랜드를 따를 것을 일깨워 주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것처럼 문화도 쉽게 바이러스에 걸려 변질되게 마련이다. “CEO는 365일 24시간 어느 장소에서든 브랜드의 방향성이나 기업 철학에 대해서 고민하기 때문에 자신만큼 모든 직원들도 고민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직원들 마음에 남도록 잘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휴넷의 조영탁 대표(p138 참고)의 말처럼 지속적인 브랜드십 유지를 위해서 과연 중간관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중간관리자가 어떤 영역을 담당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 명의 인터뷰이는 각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 보았다.

 

듀폰의 신입사원이 되면 제일 먼저 받는 교육이 바로 핵심가치에 대한 교육이다. 핵심가치를 지키는 것이 고용 조건이며, 다시 말해 이것을 어기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가 아직은 핵심가치를 지키는 듀폰의 문화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아서 이직한 직원들의 경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듀폰의 기준에서는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재무 담당이긴 하지만 또한 윤리준수 부문의 챔피온으로서 직원들에게 매년 듀폰의 핵심가치에 대한 리프레시 트레이닝(refresh training)을 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매일 강조해도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 경계심을 풀면 금방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고’는 안전에 관련된 사고뿐만 아니라 윤리 사고 등 핵심가치에 반하는 모든 사고를 말한다.

 

 

브랜드십을 유지하는 데 외부의 시각이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유한킴벌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나는 외부에서 듣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내부 직원을 제외한 이해관계자나 고객이 생각하는 유한킴벌리의 철학과 아이덴티티가 있는데, 내부적인 시각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해석해서 한 행동들이 외부의 시각과 맞지 않을 경우 브랜드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과 환경 사업이 유한킴벌리에 대한 외부인들의 인식인데, 우리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브랜드십을 유지하는 데 외부의 시각이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외부와 우리의 합의점, 즉 (좋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일 경우) 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몫이다. 중간관리자로서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직원과 리더 사이에서 아이덴티티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담당 영역에 따라 그 역할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는 썬의 인사 담당이기 때문에 인재들이 계속 같은 문화를 유지하고 가치를 따르도록 석세션 플랜(succession plan)을 짜는 것과 같은 부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기업에서 리더가 되는 것, 그리고 직원을 포함해서 모두가 어떤 브랜드의 온전한 일부가 되는 것은 많은 부분 ‘암묵지’로 익혀야 할 때가 많아 실질적인 공유와 전파가 어렵다. 이를 몸으로 느끼고 배우게 하는 것도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CEO가 매뉴얼을 비롯한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주면 그것을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하게, 그래서 체험할 수 있게 바꾸어 주는 일도 내 일이다.

 

앞에서 말해 주었지만 중간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리더가 말하는 브랜드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를 잘 습득해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말이 아니라 액션이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문화의 고리 같아서 우리가 끊어지면 철학이 문화로 이어지는 순환이 어렵게 된다.

 

맞다. 그래서 나도 유한킴벌리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기에 기업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한다. 경영 방침이나 철학을 미리 숙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야 리더가 100% 이야기 했는데 직원이 80% 선에서 이해하고 있으면 그 사이의 갭을 줄여 커뮤니케이션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직원이 80% 안다면 그것을 문답을 통해 끌어올리는 작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직원과 리더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듣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다른 두 시각을 매칭할 접점을 찾는 데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대한 디테일한 원칙을 준다. 유한킴벌리 또한 모든 업무에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원칙이 강력하게 적용된다.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직원들을 살펴보면 각자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워서, 또 어떤 사람은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또 어떤 이는 좋은 근무 환경 때문에 썬을 택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썬이 추구하는 인간존중과 다양성이 썬의 기업 문화에 반영되어 있고, 그것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직원으로 하여금 썬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nurturing(양육, 성장)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데, 직원들 모두 내가 그런 것처럼 썬에서 훌륭한 개인으로, 썬의 일부로 자라고 있다.

 

 

 

 

성공적인 공연을 위한 준비, 브랜드십

인터뷰이의 말들에서 중간관리자는 브랜드십을 위해 CEO와 직원, 브랜드와 직원을 연결하는 다리의 교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직원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CEO의 이상과 꿈을 이해하는 사람. 중간관리자는 누구보다 브랜드십을 조직에 심는 것이 CEO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모두의 몫이며, 그럴 때 브랜드가 이끄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들이 아는 브랜드십은 이렇다.

 

우리가 핵심가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조직의 창조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한) 원칙을 파이프와 탄탄대로에 비유한다. 확고한 원칙이 있다는 것은 자유는 있되 방향은 정해진 탄탄대로 위를 걷는다는 것이지, 사방이 꽉 막히고 어두워 길은 정해져 있으나 잘 보이지 않는 파이프 속을 지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탄탄대로를 따르면 걸을 수도 있고, 날 수도 있어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방법이 다양하다. 또 주위를 둘러보며 햇볕을 쬐면서 즐겁게 그 길을 갈 수 있다. 원칙을 지키고 따른다는 것은 브랜드의 창조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를 따르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면서도 목적은 잃지 않는 것이다.

 

같은 의견이다. 듀폰도 윤리를 강조하다 보니 자칫 굉장히 딱딱하고 규정만 강조하는 재미없는 회사로 오해할 수 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말하는 원칙은 하나같이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에 반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나쁜 의도를 가졌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는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 달리 어렵고 무겁다고 느낄 이유가 없다. 이것은 문화로 배우는 것이지 윤리 교과서 공부하듯 배우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따르는 것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그게 브랜드십이 아닐까?

 

 

 

 

미국의 첫 흑인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간의 중간관리자, 정부와 대중 간에 중간관리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이런 그가 말하는 훌륭한 중간관리자는 어떤 사람일까?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공식적인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난 그 일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중간관리자는 ‘공식적으로 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었으니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브랜드를 따르게 하는 일은 훌륭한 중간관리자가 있을 때 더 쉬워진다. 당신이 만일 브랜드십의 필요성을 아는 중간관리자라면 ‘CEO를 열심히 따르는 사람’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람’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브랜드를 리더로 따르는 좀 더 훌륭한 중간관리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브랜드가 하지 말라는 지시만 없다면, 브랜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가장 많은 사람이 바로 당신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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