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스러움 그리고 현대카드스럽게... 현대카드
브랜더의 성지순례, 디자인 경영의 성배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다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자사 브랜드에 덧입히기보다는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디자인과 브랜딩을 운영하는, 즉 애플 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디자인 경영의 '기준'을 찾기 위해서 각계의 교수 및 전문가들에게 의뢰했을 때 가장 많이 지목되는 기업이 현대카드였다. 원래 디자인의 목적은 눈의 즐거움에 있다. 하지만 카드를 자랑하려고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지갑에 꽁꽁 숨겨놓는 그런 상품이다. 하루 평균 만져보는 시간은 1분이 채 넘지 않을 것이다. 카드 옆면도 디자인 했다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편집증은 무엇 때문일까?

The interview with 현대카드 전무 박세훈

 

 

애플 증후군 

경제구조에서 인간을 ‘단순 소비자’로 보지 않고, 문화와 가치를 체험하고 싶은 ‘복합 소유자’로 바라보게 되면서 ‘브랜드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신조어가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류학이란 인류 문화의 기원과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물로서의 인류를 연구하는 형질 인류학과 인류가 형성하는 문화와 사회의 구조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문화 인류학이 있다. 여기서 브랜드 인류학이란, ‘브랜드’를 인간의 문화와 함께 구조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최근 사이코패스와 같은 연쇄 살인범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기법인 ‘프로파일링(Profiling)’이라는 단어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기업에서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가치관 그리고 경쟁 브랜드의 분석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BMW 운전자들이 세컨드카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차’가 아니라 ‘할리데이비슨’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양복, 인테리어, 여가 스타일, 심지어 속옷 브랜드까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특정 브랜드에 관한 선호도를 통해 패턴화시킨 분석표에 따라서 종교, 연령, 학력, 취미, 식성,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까지 읽을 수 있다. 거창하게 들리는 브랜드 인류학을 검증하기 위해서 논문을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카메라 동호회에 가면 쉽게 알 수 있다.

 

캐논 동호회와 니콘 동호회에만 가봐도 표현할 수 없지만 각 동호회원의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마도 카메라 브랜드에 따른 성능과 화소, 그리고 사진의 화질 차이는 명확하게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만큼은 명확한 분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극명하게 느끼고 싶다면 로모 동호회와 라이카 동호회에 나가보면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간의 인종차별까지도 느낄 수 있으며 심한 경우는 세대의 충돌은 물론이고 문명의 충돌까지도 느끼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마케터는 브랜드를 단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관계의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인류학적 관점에서 최근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 연구(진단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해 보면 많은 브랜드들이 인간의 ‘다운 증후군’과 같은 ‘애플 증후군’에 걸린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유전병인 다운 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더 많아서 생기는 염색체 유전 질환이다. 신체 전반에 걸쳐서 이상이 나타나는 다운 증후군의 특징은 동?서양인을 불문하고 서로 닮은 얼굴 생김새를 보인다.

 

그런데 인간의 다운 증후군과 비슷한 브랜드 유전병이 애플 증후군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애플의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서 존경과 경의를 보내왔는데, 최근 상황은 오마주(hommage)를 넘어선 것 같다. ‘모방은 최고의 아부다’라는 계명 하에 모두들 ‘애플스러움’을 경외함으로 숭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근처 모 대학교에서 발행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을 보고 깜짝 놀라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애플에서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하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애플의 ‘사은품스러운’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리딩하는 디장인과 스타일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 때문에 전 세계의 디자인들이 모두 애플 매장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고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비슷했다. 국내 핸드폰 업계에서도 자사의 신상품이 애플스러운 것에 대해서 ‘트렌드’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일본 디자인 컨셉터인 사카이 나오키는 자신의 저서인 《디자인 꼼수 lot of design 》에서 한국 디자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사에게 디자인이란 눈 앞의 라이벌을 이기기 위한 도구이며, 라이벌 기업을 기준에 둔 상대적 가치창조인 셈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절대적인 개성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사고 방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장사의 도구로서만 디자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이라는 사고방식은 정립되지 않은 것이다. …(중략)…(한국의)뮤텍의 전화기는 디자이너 이와자키 이치로가 작업한 것으로서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결과물이다. …(중략)…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모 일간지와 인터뷰한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하라 켄야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국다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는 21번 염색체가 한 개 더 많아서 모든 디자인이 애플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개 더 많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다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더해진 것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디자인은 단순히 대박 상품 라인이 아니다. 톰 피터스가 자신의 저서인 《톰 피터스 에센셜, 디자인》에서 말한 대로라면 애플의 디자인은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다. 결국 브랜드는 스티브 잡스의 영혼을 자신의 기업과 브랜드에 접신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스러운 디자인을 만드는 기업과 브랜드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가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다운 증후군의 특성 중 하나가 짧은 생명인 것처럼, 애플 증후군에 걸리면 디자인은 물론 그 브랜드의 생명까지 짧아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다운 증후군의 특성 중 하나가 짧은 생명인 것처럼,
애플 증후군에 걸리면 디자인은 물론
그 브랜드의 생명까지 짧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자사 브랜드에 덧입히기보다는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디자인과 브랜딩을 운영하는, 즉 애플 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디자인 경영의 ‘기준’을 찾기 위해서 각계의 교수 및 전문가들에게 의뢰했을 때 가장 많이 지목되는 기업이 현대카드였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회사인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용카드라는 디자인과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산업군에서 어떻게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래 디자인의 목적은 눈의 즐거움에 있다. 하지만 카드를 자랑하려고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지갑에 꽁꽁 숨겨 놓는 그런 상품이다. 하루 평균 만져보는 시간은 1분이 채 넘지 않을 것이다. 카드 옆면도 디자인 했다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편집증은 무엇 때문일까?

 

결론적으로 현대카드는 보이지 않는 것(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이게 했고(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설계한 신용카드), 보이는 것(카드 플레이트)을 보이지 않게(현대카드가 규정하는 라이프스타일) 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을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차별화 목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현대카드는 카드 대란이 온 2003년에 9,000억 원의 적자를 내다가, 2005년에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08년에는 7,900억 원의 흑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현대카드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현대 캐피탈은 국내의 제 2금융권 자산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규모가 크다.

 

브랜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성공한 브랜드를 통해서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전략, 비전 그리고 이익이 모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연결시키고 실행하며 관리하는가이다. 결국 내부의 통합을 통해서 외부의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가가 경영의 목적이다. 최근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디자인 경영에 관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이덴티티 구축이 전사적일 때에만 디자인도 파워풀해진다.”∞58 과연 현대 카드는 이런 모든 전략을 통합시켜서 완벽한 차별화를 실현시켰을까? 최근 디자인 경영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정태영 사장의 이런 깨달음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오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현대카드 아이덴티티의 진정성이 실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카도쉬, 현대카드 
유앤아이체, 브랜드 경영의 커밋먼트 

‘브랜드(Brand)’의 어원은 5,000년 전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혹은 게르만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낙인찍다(Burn)’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낙인을 찍는 이유는 ‘구별’을 하기 위해서이다. 개인의 재산인 가축들이 들에서 섞이면 작게는 말다툼에서 크게는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재산권 보호와 관리를 위해서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어휘는 그 시대의 문화, 종교, 그리고 가치관의 압축 프로그램이다. 고대어일수록 트렌드성 용어 해설보다는 철학적 의미론을 가진다. 특히 ‘구별’에 관해서는 히브리어가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별’이라는 의미를 가진 히브리 언어인 ‘카도쉬(kadosh)’는 ‘거룩(holy)’이라는 단어와 어원과 어근이 같다.

 

그러니까 거룩한 것은 구별된 것이고, 구별된 것은 거룩한 것이다. 거룩과 구별의 정의는 유대 인들이 정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정의한 것은 ‘신’이었기에 유대인들에게 거룩과 구별의 개념은 신성한 단어이다. 원래 ‘아우라(aura)’라는 단어는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것으로서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이것은 ‘믿음’에 해당되는 것이다. 간혹 작품에 가까운 명품 브랜드는 소비자의 관여도에 따라 이와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다시 돌아가서 아우라는 ‘하나밖에 없는’ 작품에 대한 고고함의 느낌이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박물관에 있거나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이다.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구별’되는 것이고, 결국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경외함으로 우러러보게 한다.

 

브랜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차별화시킴으로써 다른 상품들과 ‘구별’되고, 오직 하나밖에 없는 브랜드가 되어야 ‘거룩’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구별과 거룩의 존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 즉 아이덴티티의 어원은 무엇일까? 아이덴티티는 라틴어로 아이덴티타스(Identitas) 혹은 아이덴티커스(Identicus)로 불리며, 아이 뎀(Idem, 동일하다)을 어원으로 두고 있다. 말 그대로 ‘동일시’이다.

 

현대카드의 상품이 그들의 비전과 동일하고, 현대카드의 디자인이 그들의 가치와 동일하고, 현대카드의 직원과 사용자가 동일하며, 현대카드가 주고자 하는 가치 상품이 소비자의 실질 상품과 동일하고, 끝으로 눈에 보이는 현대카드와 눈에 보이지 않는 현대카드가 동일하다면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것이기 때문 에 현대카드는 분명 다른 카드사와 구별될 수 있다. 이 말은 구별을 통해서 거룩, 즉 소비자로부터 존귀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디자인 경영을 잘 하고 있는 추천 1순위로 거론된 현대 카드에서 아이덴티티를 통한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의 실체를 찾을 수 있을까?

 

 

'구별'이라는 의미를 가진 히브리 언어인 '카도쉬'는
'거룩'이라는 단어와 어원과 어근이 같다.
그러니까 거룩한 것은 구별된 것이고, 구별된 것은 거룩한 것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어 올라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1,000미터 밖에서도 구별할 수 있는 큼지막한 심볼이 박힌 여의도 현대카드의 사옥에 들어가면서 외관상으로 느껴지는 사옥의 세련됨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경비용역 아저씨라기보다는 마치 모델같은 남자들이 안내를 해 줄 때까지만 해도 덤덤했다. 그래서 함께한 편집위원과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주차장은 다른 브랜드들과 비슷할 거야”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결과는 감동적이었다.

 

디자인에 힘을 준 대부분의 상품들을 보면, 선 아래 디자인과 선 위의 디자인이 전부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핸드폰의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서 배를 뒤집어 개봉하면 예상되었던 전자제품의 내장들이 그대로 보인다. 애플 정도가 이런 것을 참을 수 없었던지 모두 밀봉을 해버렸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놀랍게도 주차장에도 눈에 보이는 안내문의 모든 서체가 현대카드에 박혀있는 유앤아이(YOUANDI)체였다. 현대카드스러운 주차장을 만드는 현대카드 서체에 대해서 박세훈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만의 서체를 2004년에 개발했습니다. 기업이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을 위해서 서체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시 국내에서는 현대카드가 유일했을 것입니다. 서체를 개발한다고 하는 것은 회사의 익스프레션(Expression, 표현, 표시, 말투, 형식)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체에 대한 커밋먼트(Commitment, 서약, 헌신한다)는 브랜드 경영에 대한 커밋먼트를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카드의 유앤아이체는 단순히 고유의 서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이라는 장기적인 목표의 첫 단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유앤아이체로 인해서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핵심인 ‘통합’과 ‘디테일 매니지먼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체 개발이 디자인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의 확립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다른 금융 기업과는 달리 현대카드라는 브랜드와 카드의 차별화를 위해서 브랜드 구성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서체부터 시작했습니다. 서체를 개발한 이후에 개발된 서체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카드의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알파벳 카드입니다. 또한 수많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카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레옹 스탁이라는 스위스 화폐 디자이너나, 뉴욕의 카림 라시드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기준은 있습니다. 현대카드라는 브랜드 정체성 안에서 현대카드 서체를 통해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창의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통합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한 것은 현대카드의 디자인 차별화는 개인 디자이너의 능력에 따른 단순한 디자인 차별화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전략은 창조적인 디자인에 저희들의 영혼을 상품으로 녹이고 그것 자체가 표현되어 프리미엄으로 구축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모든 것은 브랜드의 장기적인 비전 하에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입니다.

 

혁명가 체 게바라는 “글자를 모르면 왜 총을 잡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체 게바라가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동지들에게 글자를 알려준 것처럼, 현대카드도 2004년 카드대란과 더불어 함께 온 금융위기의 상황에 ‘회생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위해서 서체를 먼저 개발했던 것이다. 혁명을 위해서 총을 잡을 때 ‘글자’가 마치 문명과 같은 역할을 했듯이, 기업이 혁신을 이룰 때에도 기업의 철학이 묻어있는 서체는 그 브랜드를 문명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서체가 없으면 무엇이 브랜딩 전략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박세훈 전무는 인터뷰 중에 129페이지로 구성된 ‘현대 캐피탈 CI/BI 매뉴얼’을 보여주었다. 현대카드는 자신의 글자가 없는 문맹 브랜드가 아니라 고유 문자를 가진 문명 브랜드임을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매뉴얼을 보여주면서 마치 고대 문명의 시초인 함무라비 법전을 설명하듯이 현대카드의 철학과 의미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메뉴얼 북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뉴얼 북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 직원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에게도 현대카드의 철학과 문화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구두나 문서 상으로 전달하는 지시사항은 휘발 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CI/BI 매뉴얼 북이 아닙니다. 현대카드라는 브랜드의 DOs & DON’Ts가 담겨있는 헌법과 같습니다. 이 매뉴얼을 기준으로 회사의 조직을 감시하며 평가합니다. 만약에 브랜드 DOs & DON’Ts의 기준에 어긋나서 지적을 받으면 바로 고쳐야 합니다.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있어서 두 번 지적을 받으면 임원이라 하더라도 아웃입니다. 한 마디로 이것은 현대카드 아이덴티티의 통합을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서체를 통합성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현대카드스러움’에 대하여 통합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합성은 브랜드 전략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현대카드스러움’이 내부의 모든 직원들에게 통합되어 공유될 때에 그것이 고객에게 전해집니다. 통합성이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신뢰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전략의 철학이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서체야말로 소비자들이 현대카드를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접하는 최접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읽히는 서체를 만들지 않고 느껴지는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서체는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브랜드의 서체(書體)’를 ‘브랜드 주체(主體)’라고 생각합니다.

 

 이 매뉴얼 북이 실제적으로 브랜드 운영에 어떤 효과와 결과를 가져 왔습니까?
 브랜드 관성의 법칙을 만듭니다. 관성의 법칙이란 외부로부터 힘의 작용이 없으면 물체의 운동상태는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죠. 예를 들어 직원들 사물함까지도 유앤아이체로 이름이 써져 있는 것은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총무팀에서 매뉴얼을 보고 만든 것입니다. 최근 임원 회의를 하다가 어떤 임원은 문뜩 문을 보면서 “저 문이 우리 톤이랑 맞는가!”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처음에 시작했던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들기 위한 브랜드 경영은 이제는 문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브랜드 관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대카드스러움’이라는 운동 에너지로 현대카드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 동시성, 인터그레이션
카드와 라이프스타일의 인터그레이션

 “현대카드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현대카드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질문과 대답이 첫 인터뷰에서 이루어졌다면 적지 않은 부담과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 대답 이후에 더 이상의 질문도 하지 않았고 박세훈 전무도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인터뷰를 마쳤다. 현대카드가 ‘현대카드가 되고 싶다’는 말에 설득되고 이해하게 된 것은 *‘인터그레이션(integration)’이란 말 때문이었다.

 

* integration
integration은 [부분,요소의] 통합, 통일, 집성(集成); 완성, 완전의 뜻으로서, ‘현대카드스러움’의 정의에서는 ‘통합된 통일성’으로 해석된다.

 

 

디자인 경영에 관한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에 걸친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현대카드는 그들의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서 ‘인터그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무려 48번이나 말했다. 디자인 경영에 관한 질문의 모든 대답에 통일성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공감각적으로 느낀다. 네이밍, 컬러, 냄새, 분위기, 직원, 건물, 느낌, 이미지, 심볼 등 그야말로 소비자는 보이는 것과 느끼는 모든 것을 통해서 브랜드를 이해하고 싶은 방향으로 인지한다. 그래서 브랜드에 관한 소비자 자유연상 이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100여 개의 단어들이 나온다. 브랜드가 주고 싶은 이미지와 소비자가 갖는 이미지, 직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현대카드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현대카드의 경쟁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모두 같을 수 있을까? 같을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을 철학과 물리학 용어를 빌려 ‘브랜드 동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한 브랜드에 대해서 수많은 소비자가 같은 컨셉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불가능한 것을 실행하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그들은 *‘브랜드 동시성’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 브랜드 동시성
동시성은 물리학에서 서로 다른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철학과 신학에서는 시간적 간격을 초월하여 종교적 실존이나 순환하는 문화 현상이 영원한 곳에서 되풀이되거나 대면하는 일이다. 현대카드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현대카드를 동일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현대카드 브랜드 동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세훈 전무는 브랜드 동시성의 결과로 다음과 같은 내부 프로세스를 이야기했다. “이제는 10개의 광고 시안을 두고 ‘현대카드스러운’ 광고를 선택하라고 하면 직원들의 대다수가 같은 광고를 선택합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서로가 현대카드스러움에 대해서 인터그레이션 과정에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세훈 전무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의 실체인 ‘인터그레이션’은 개념이나 전략용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카드의 인터그레이션은 ‘실행’의 하나이며 ‘완성을 향한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완성에 관한 일이고, 그 완성의 과정은 창조와 혁신의 에너지로 끊임없이 진보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카드의 브랜드 경영이란 성공과 완벽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진화의 일이라고 전했다.

 

현대카드가 디자인 경영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소비자는 무엇을 느껴야 하나요?
소비자는 현대카드를 통해서 현대카드스러움을 느끼겠죠. 현대카드스러움이라는 것은 이노베이션입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현대카드의 이노베이션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나를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자체가 나의 삶에 새로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카드와 나를 동일시할 수 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미처 몰랐던 니즈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고, 현대카드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슈퍼 콘서트나 슈퍼 매치, 그리고 데스티네이션 서울, 홈페이지 리뉴얼, 파이낸스 샵 등의 모든 것을 통해서 소비자가 이 세상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만족스러운 경험들로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현대카드의 로열 멤버가 되고, 저희 입장에서는 평생 회원권을 고객에게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자율에 따라서 움직이는 고객을 원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현대카드를 통해서 얻는 가치는 새로운 경험(experience)입니다.
 

소비자들이 현대카드를 경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소통의 매개체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심미적인 측면의 디자인도 있지만, 저희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design)하려고 합니다. 사실 카드 디자인은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일부입니다. 카드 너머에 브랜드와 관련된 너무나 많은 경험(서비스)들이 디자인되어 있죠. 고객에게 영화관이나 레스토랑에서부터 리무진 서비스, 심지어는 헬기 서비스까지 고객이 생각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촘촘히 박아두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소비자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눈에 보이는 카드로 만들어 놓습니다. 한마디로 현대카드는 소비자가 “이것은 나를 위한 카드야”라고 말하는 카드가 되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강조하시는 ‘인터그레이션’은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을 통해서 체득한 전략입니까? 아니면 그 자체가 목적입니까? 
먼저 ‘현대카드’가 무엇이며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를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신용카드는 고객 경험(experience)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하여 삶의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현대카드라는 창을 통해서 고객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마케팅 회사이자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 회사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보았을 때, 저희에게 인터그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카드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카드가 제공하는 가치 면에서 현대카드의 서비스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인터그레이션 되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새로운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인터그레이션의 목적은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의 언어적 정의는 같은 생활양식과 가치관이죠. 따라서 현대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대카드가 제안하는 문화를 누린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인터그레이션의 목적은 ‘가치있는 문화의 제안’이고, 그 문화의 근원지에 현대카드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놓였으면 합니다. 인터그레이션은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며 완성된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그레이션은 저희들에게 전략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결국 카드의 편익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인터그레이션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그 통일성을 만들어내는 힘은 무엇이고 통일성에 집착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일성을 만들어내는 힘은 열정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있을 때 사용해야 그것이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그 통일성 안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저희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 저희의 철학을 나타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는 ‘통일성’이라는 결과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현대카드가 표현하는 여러가지 양식, 즉 현대카드의 광고,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 현대카드의 직원,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것들이 고객들에게 보여지고, 고객들에게도 통합을 이루려는 저희의 열정이 느껴져야 합니다.

 

저희들의 얼굴, 행동, 말투 그리고 카드를 사용함에 있어서 현대카드가 소비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를 느꼈으면 합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통일성은 단지 광고를 통해서 브랜드 메시지를 통일성 있게 전달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활동에서 고객이 현대카드의 통합에 대한 열정을 느껴야 합니다. 그것이 현대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카드에게 통일성은 존재감입니다.

 

통일성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에 통일성과 열정이 부여되었기에 나타난 힘은 어느 정도입니까?
통일성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M카드는 거의 독보적입니다. M카드는 컨셉 자체로 독점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봅니다. M카드의 컨셉이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는 고객층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고객들을 섬기는 카드는 M이 유일하다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자동차 구매에 관한 니즈가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독보적이죠. 현대자동차그룹의 시너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금은 많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지만 초기에는 포인트 시스템이라는 파워풀한 경쟁력도 있었습니다. M에서는 지금 어떤 이야기까지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M포인트를 은행 계좌에 모을 수 있게 해서, 3년 후에는 포인트로 고객들이 차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카드의 컨셉을 라이프스타일과 통합시키려는 저희들의 열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카드설계를 할 때 철저하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서 설계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블랙카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니치 시장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독보적일 수 있게 설계를 합니다. H카드도 굉장히 정밀한 분석을 통해서 시장을 발견해냈고, 그 시장의 고객에 맞추어 디자인 되었습니다. 학원, 병원, 약국, 통신은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30~40대 주부 및 2~3명의 자녀를 둔 봉급 생활자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인터그레이션이 현대카드 내부에서는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나요?
브랜딩의 기본적인 두 가지 방향성은 인터그레이션과 세부적인 디테일 관리(detail management)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관리를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CI를 바꾸었다면 모든 것을 새로운 CI에 맞게 해야 합니다. 어떠한 브랜딩 활동이라도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통일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브랜드 관리를 계속 하다 보니까 어느 시점에서는 무시해도 상관없는 아주 작은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내부적인 인터그레이션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시작은 환경미화 수준이었습니다. 자석, 스테이플러, 종이컵, 머그컵 등 직원들의 책상 위에 있는 사무용품들을 모두 현대카드스러운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고, 환경을 바꿈으로써 생각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외부에서 보여지는 현대카드스러움을 사옥이나 사무실 환경에 적용시킴으로서 톤 앤 무드(Tone and mood)를 만든 후에, 룩 앤 필(look and feel) 단계로 넘어 갔습니다.

 

고객들이 현대카드 직원을 만났을 때에도 현대카드스러움을 느끼기를 원했죠. 현대카드 직원들이 현대카드스러움으로 인터그레이션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현대카드 광고를 본 어떤 고객이 저희 사무실을 방문 했을 때 광고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거나, 회사 게시판에서 현대카드 서체가 아닌 궁서체로 쓰여진 게시물을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마치 턱시도차림에 고무신을 신고 댕기머리를 한 셈인 것이죠.

 

 

 

 

Science in Tiffany Box
디자인 경영, 브랜드 경영, 그리고 혁신 경영

현대카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터그레이션은 완성을 위한 과정이며 결과였다. 그렇다면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의 혁신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다시 한 번 지갑에 꽂혀있는 ‘신용카드’를 살펴보자. 현대카드M이 나오기 전의 카드는 금색, 은색 그리고 무채색이었다. 평균 3.5장의 카드가 있었고 이것들은 은행에서 고객을 평가해서 등급에 따라 발급해 주거나 아니면 프로모션 기간에 길거리의 가판대에서 받은 것들이다. 그래서 용도도 ‘충동구매’에서 ‘돌려막기’까지 다양했다. 급기야 최고의 신용 등급만이 받을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카드’도 연회비 없이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었다. 카드대란이 오기 직전에 신용카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공짜로 가질 수 있는 상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대카드의 상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카드계의 후발주자, 9,000억 원의 적자, 시장 점유율 1% 그리고 고객이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는 ‘현대’ 그룹에서 만든 카드라는 이미지와 새롭게 포지셔닝 해야 할 ‘현대카드’의 이미지 충돌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노베이션 (Innovation)을 아이덴티티로 삼은 현대카드는 ‘현대카드’가 되기 위해서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로 구분되었던 신용 카드(Credit Card)를 열 일곱 가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아이덴티티 카드(Identity Card)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보이지 않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해서 디자인 경영이 브랜드 경영이 되고, 브랜드 경영이 다시 디자인 경영이 되었다.

 

오히려 현대카드스러움이라는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더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통일성은 창의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디자인의 궁극의 방향은 독창성(Originality)입니다. 통일의 천적은 진부함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는 혁신입니다. 혁신적 통일성이 오히려 독창성을 만들어냅니다. 금색, 은색 카드에서 미니와 블랙 그리고 알파벳 순서로 카드를 재정의한 것은 혁신이며, 혁신을 진보시키고 진화시키는 힘은 다시 통일성이라는 것입니다. 현대카드에서 디자인 경영은 단순한 그래픽이 아니라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혁신 경영입니다. 통일성이라는 제한 요소가 다시 독창성과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대카드의 진짜 힘은 무엇일까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몰입인 것 같습니다. 카드회사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많은 혜택과 이익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더 혁신하는 단계는 고객들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가치를 어떻게 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처음 단계에는 과학적 분석과 통합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는 열정으로 현대카드를 움직여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통일성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 현대카드의 혁신적인 모습은 고객의 가치창출을 위한 과학적 분석과 철학적 열정의 결과물입니다.

 

현대카드에서는 내부적으로 이를 ‘Science in Tiffany Box’라 고 부릅니다. 예술(감성)과 과학(논리)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현대카드의 경영 철학이고 마케팅 철학이고 브랜딩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래서 광고를 잘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광고를 하더라도 거기에 나왔던 이미지나 메시지가 실제로 고객과 만났을 때 광고에서 보았던 것 이상이 되어야만 소비자는 저희에게 접근하고, 로열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고에서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도 이루어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Science in Tiffany Box는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그 상상력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고 그 결과물을 혁신적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현대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을 통해서 E=mc2 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이 공식이 있었기 때문에 핵융합술이 나온 것처럼 현대카드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의 공식, 즉 패턴을 알았기 때문에 M카드와 같은 폭발력 있는 카드가 나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어떠한 고객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고객들을 위한 좋은 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좋은 카드가 아닙니다. 고객과 시장에 관한 직관을 통하여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패턴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지식으로 쌓여있어서 바로 직관으로 표현이 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을 ‘훈련된 직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속 쌓아나가는 전문화된 집단이 조직 내에 존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CLM(Customer Lifestyle Management)실이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브랜드에 관한 편집증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노베이션 같은 경우에는 ‘the first in the market(시장에서의 최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현대카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입니다. 카드가 되었든 서비스가 되었든 최초인지 아닌지가 강박적일 만큼 커다란 기준입니다. 이노베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최초가 되거나 누군가가 이미 시도했더라도 실패한 것에 다시 도전해서 성공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항상 최초만을 위해서 일을 한다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블랙 카드는 VVIP에서는 최초였고 결국 최고가 되었는데, 이것은 처음부터 완성되어서 시행된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70%정도 완성되었을 때 런칭해서 하나하나 조정해 나가며 또 다른 의미를 찾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100%를 만들어 나간 것이죠. 또 하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risk taking)’이 굉장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하다가 실패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저희 마인드에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기준이 분명하다 보니 의사결정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죠. 그래야만 무엇인가 테스트해 볼 수 있고 빨리 결정되어야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 자체가 문화로 정착됩니다. 중고차 무료 보장서비스, 헬기 리무진 서비스, 대출금 상환면제도 모두 최초였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솔루션이 바로 혁신과 통일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경영의 성지순례

디자인 경영의 성공 사례로 뽑은 현대카드에서 듣고 싶었던 것은 ‘디자인 경영의 3단계 전략, 브랜드 경영에서 디자인 경영을 하기 위한 통합 운영 원칙, 차별화로서 디자인 전략의 효용성’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브랜드 관리팀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종改宗’을 강요하는 전도사와 대화를 한 것 같았다.
“이렇게 바닥에 사각 조각 카페트를 사용하는 것도 혁신을 아이덴티티로 가진 현대카드스러움입니다.” 청소와 카페트 교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정사각형 조각 카페트를 사용하는 것이 현대카드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대카드 브랜드 관리 책임자는 편집팀에게 사옥의 곳곳을 안내하며 문고리를 보여주고, 화장실의 조명을 가리키며 끊임없이 이 모든 것이 현대카드스러운 디자인 경영의 극치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정식 인터뷰를 하기 5분 전까지는 이런 모든 표현이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위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7시간이 지나서는 신앙임을 알게 되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은 종교에 가까웠다. 종교의 구성 요소인 교조가 있었고, 교리가 있었으며 그리고 교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 정태영 사장을 교조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태영 사장은 신앙이 독실한 신도 중에 제사장격 리더였다. 그들의 신앙 간증을 통해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교조는 ‘고객’이고, 교리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었으며 교단은 ‘현대카드’였다. 그래서 종교 행위로 보여지는 디자인 경영은 가장 성스러운 의식이었으며, 브랜드는 고객과 직원이 하나가 되는 일종의 원시종교의 접신 도구처럼 보였다.

 

“디자인 경영이 무엇입니까?” “현대카드스러움입니다.”
“현대카드는 무엇입니까?”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입니다.”
“혁신이 무엇입니까?” “과학과 예술의 결합입니다.”
“예술은 무엇입니까?”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의 가치이죠.”
“과학은 무엇입니까?” “가치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입니다.”
“현대카드스러운 디자인 경영은 무엇입니까?” “과학(경영)을 통해서 예술(가치)을 보여주고, 만지게 하고, 경험하게 하고 그리고 소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섯 명의 현대카드 브랜드 관리 관련자들은 이 모든 원천 에너지로 정태영 사장을 지목하고 있었다.∞18 전략이 되어버린 철학에 대해서 말하다가, 최근 경영과 창조의 이슈 사이의 관계를 말할 때 많이 인용되는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의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는 인용구가 반사적으로 생각났다. 대구적인 표현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최악의 경영자는 디자이너가 아닌 경영자이며, 최악의 디자이너는 경영자가 아닌 디자이너이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선과 컬러가 아니라 창조적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것이며, 그것을 압축하여 우리에게 이미지로 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에서 나오는 가치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독창성’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자의 필요, 경영자의 영감, 데이터의 분석, 시장 상황, 경쟁자의 벤치마킹, 소비의 변화, 예술 등 모든 것을 현대카드스러움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모든 방대한 자원을 자신들이 창조한 ‘현대카드 서체’에 모두 압축해서 ‘디자인 결정체’를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실체는 ‘누적’이다. 아이디어의 누적, 실수의 누적, 도전의 누적, 이미지의 누적, 갈등의 누적 그리고 성과의 누적 등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현대카드가 겪은 경영 행위의 일련의 과정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적되어서 문화가 되어버리면 모방이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수많은 카드 및 은행에서 현대카드와 비슷하거나 보다 파격적인 카드와 서비스를 제안해서, 카드 발급률은 높였을지 몰라도 그 생명력은 짧았다.

 

톰 피터스는 자신의 저서인 《톰 피터스 에센셜, 디자인》에서 디자인은 영혼이라는 말로 159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오직 이것만 말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을 두고 영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해당하는 것(영혼)을 그려내는 디자인이 ‘영혼’이라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영혼)을 보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계획되었다기보다 진화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 방향은 ‘완벽함의 추구’가 아니라 ‘완성 중인 열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고객의 가치 또한 상대적이며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증후군과 M 증후군 

‘M도 모르면서’ 혹은 ‘M도 없으면서’. 현대카드의 티저 광고는 자동차 포인트 적립금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당시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에서 자동차 구매를 위하여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그것으로 자동차를 사는데 도움이 되는 M카드는 현대카드스러웠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지금 ‘M 캠페인’을 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해석을 할 것이다.
‘현대카드를 Main으로 사용하라는 것인가?’ ‘카드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Maximum카드를 만들었나?’ ‘세계 초특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사용할 수 있는 Majesty카드를 만들었나?’ ‘포인트 사용과 서비스에 대해서 Marvelous(경탄할만한) 카드를 만들었나?’ 현대카드의 M은 다르게 디자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원인을 ①필요 ②혁신 ③욕구 ④가치의 사지선다형으로 질문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M의 변화에 대해서는 유추 해석이 아니라 근본 분석이 필요하다.

 

디자인(Design)의 어원은 데지그라레(Designare)로서 그 뜻은 ‘계획하다’와 ‘설계하다’이다. 어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대카드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계획’하고, 카드로 ‘설계’하고 있다. 디자인의 어원 그대로 디자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20여 개 카드는 말 그대로 여러 개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카드가 지금 ‘M도 없으면서’라고 말한다면 단순 반응으로 나오는 돈과 자동차가 아니라 현대카드가 새롭게 설계(디자인)한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연상할 것이다. ‘혹시 돈을 쓸수록 돈을 버는 그런 Magic 카드를 만들지 않았을까?’와 같은 반응 말이다. 이처럼 현대카드의 알파벳 브랜딩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즐거움으로 계속 디자인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신용카드는 현대인에게는 분신에 가깝다. 아마 지갑을 잃어버려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에 일어나는 ‘유체이탈’에 가까운 혼돈 상태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마케팅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아이덴티티(동일성, 신분 증명, 본인)에 가장 근접한 물건으로서 심장 근처에 두고 다니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 동안 은행은 이런 카드를 현금 대신 지불할 수 있는 ‘결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했지만, 현대카드는 ‘결제’ 대신에 새로운 가치를 ‘결정’하는 목적으로 제안했다. 드디어 중요한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박세훈 전무는 “브랜드를 이루는 기초는 믿음입니다. 고객은 자신과 브랜드와의 경험에서 지속적으로 기대치가 만족되었을 때 브랜드를 믿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 말은 지식이 아니라 간증처럼 들렸다.
애플 증후군(특히 아이폰)은 전 세계의 핸드폰이 애플 디자인을 닮아가는 현상이다. M 증후군은 애플 증후군과 다르다. 현대카드 직원들에게 현대카드에는 몇 가지 종류의 카드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잠시 일하던 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손가락을 이용하여 세어보기 시작했다. 20여 개가 넘는다는 대답에, 정확히 몇 개냐고 물어보면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아마 지금 또 만들고 있을 걸요! 확인해드릴까요?”
수십 개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카드로 만들고 하나의 카드에서 수십 개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은 과연 전략일까? 아니면 철학일까? 카드의 앞면이 아니라 옆면까지 디자인을 해야 된다는 것은 창조적 디자인일까? 아니면 강박적 디자인일까?

 

현대카드의 M 증후군은 멘탈 신드롬(Mental Syndrom)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편집증적으로 유지하려는 정신적 신념에 가깝다. 이러한 M 증후군은 브랜드 엔트로피 법칙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엔트로피 법칙(흔히 이야기하는 깨진 유리창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로 손실되는 열역학 제 2법칙이다. 이 엔트로피 법칙은 도덕성에도 있고, 사회성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브랜드에도 있다. 브랜드 엔트로피 법칙은 브랜드의 창조, 성장, 쇠퇴의 운 명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카드의 M 증후군은 ‘사용 불가능한’ 무질서의 법칙을 사용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 가능한 ‘통일성’이라는 브랜드 질서를 이용했다.

 

즉 통일성을 통하여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무질서)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하여, 더 많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 (통일성에 대한 집착)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통일성의 실행에 있어서 보여진 브랜드 질서는 브랜드의 ‘긴장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사용 불가능한 조직원 각자의 정체성에 가까운 ‘개인적 가치’를 조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인 ‘열정’으로 바꾸기 위하여, ‘브랜드 가치’라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했다. 여기에서 브랜드 가치란 ‘현대카드스러움’이다. 현대카드는 M 증후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완성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카드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까?”라고 질문하면 그들은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 “현대카드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사람들은 현대카드의 광고와 상품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디자인 경영이라고 말하고 이러한 것들을 현대카드스러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대카드를 대변하는 박세훈 전무와 인터뷰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결론짓고 싶다.

 

현대카드와 같은 디자인 경영을 하려는 기업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브랜드 경영입니다. 같은 공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을 한다면 브랜드를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10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해야 합니다.∞47 먼저 조직, 문화, 경영자의 혁신적 마인드로 디자인 경영(브랜드 경영)을 새롭게 리셋 하십시오.제 생각에는 디자인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박을 기대하는 전략보다는 디자인에 관한 신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카드는 현대와 카드가 붙여있고, 현대 캐피탈은 현대와 캐피탈이 띄어져있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정태영 사장님의 철학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철자법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것이었습니다. 현대카드를 현대자동차그룹의 카드사로 본 것이 아니라, ‘현대카드’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대카드 브랜딩의 시작은 리더이고 브랜딩의 완결도 리더인 것 같습니다. 정태영 사장님은 현대카드가 아닌 제조업을 하셨어도 디자인 경영을 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디자인 경영을 할 때 리더의 철학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곧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리더와 철학, 그리고 브랜드 전략의 실행이 있기 때문에 현대카드는 하나밖에 없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용카드는 많지만 현대카드는 하나이죠. 고객들은 현대카드에 대해서 뭔가 다른 것 같고, 꼭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은 카드라고 말합니다. 고객은 그것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이라고 말하죠. 그것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현대카드스러움이라고만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현대카드스러움이라는 브랜딩과 그것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삶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디자인은 정태영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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